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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Apr 25. 2020

여든 살의 나

노인이 된 내가 카페 맞은 편에 앉아있다

명상을 할 때 한 노인을 생각한다. 그의 이름은 한상훈. 노인이된 자신이다.


나는 노인에게 무엇을 해야 할지 물었다. 궁금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나는 어떻게 되는지. 내가 바라는건 이룰수 있을지. 하지만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보며 미소 짓고 있다. 대답은 들을 수 없지만 그에게 내 이야기를 한참 떠들었다. 삶, 고민, 고통, 열망, 꿈을 이야기한다. 시간이 흘러간다. 그는 지치지도 않고 나를 바라본다.


내 뒤를 돌아본다. 내 뒤엔 스무 살의 나. 그 뒤엔 열 살의 내가 앉아있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있다. 내 뒷모습을 보고 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알고 있다. 그들이 겪었던 하루하루가 한 폭의 그림처럼 뇌에 켜켜이 쌓여 그들을 바라볼 때 기억의 순간을 또한 함께 보게 된다.


과거의 나는 오늘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의 표정을 살펴본다. 마흔 살의 나는 오늘의 나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을까. 그의 표정을 살펴본다. 눈가에 주름이 가득한 노년의 나는 무엇을 바라고 있을까. 나는 그의 표정을 살펴본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다. 그저 한 순간의 상상으로 흩어지나 간다.


수많은 하루하루의 내가 나를 보고 있다. 그들과 이야기하지 못하지만 무엇을 향해야 할지, 부끄럽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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