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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상훈 Jun 02. 2024

시대와 기회

성공이라는 태양을 쫓아 가장 힘든 길을 선택한 이들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리는 페이팔 창립 맴버들은 한 명 한 명은 모두가 기업을 세울만큼 대단한 맴버들이었다. 어벤져스라고 표현해도 무방했다.


시대의 엘리트 중 엘리트라 할 수 있는 그 시대의 창업가 맴버들은 페이팔에만 있지는 않았다. 비슷한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이 구글의 레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과 같은 인물들이었다.(현재 50세 주변) 그들은 MIT와 같은 좋은 대학을 나오기도 했지만 차고로 들어가 제품을 만들었다. 미래를 봤기 때문이다.


#1. "미래를 봤다"



미래를 본다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고, 모두들 미래를 예견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경제를 예견한다. 사회를 예견한다. 정치를 예견한다. 그러나 그들 중 극소수가 예견한 결과로 인해 자신의 인생을 바꾼다. 어떤 이들은 예견만 하는 인생을 살기도 한다. 예견 전문가이다. 그러나 미래의 기회를 발견했던 실리콘 밸리의 인재들은 창고로 들어갔다. 검색 엔진을 만드는 일에. 온라인 서점을 만드는 일에. 온라인 결제 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창업가가 본 미래는 그런 것이다. 미래를 보고 선명한 미래에 감춰진 시장의 보석들을 발견한다. 그곳에 적합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시장을 차지한다. 만약 창업가가 미래를 보지 못한다면? 창업가가 풍부한 시장의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면? 그 창업가는 매주 100시간씩 고된 노동을 할 수 있을까?


#2. 성공 가능성


선명한 미래가 코앞에 왔다고 느낄 수록 우리는 기대감에 잠 드는 것도 힘들어지곤 한다. 당장 내일 유성이 떨어져 지구가 폭발한다고 해도 우리가 가슴졸이며 밤을 지새우던 맘 편하게 자버리던 차이는 없다. 창업가들이 잠에 들지 못하고 기대감과 두려움, 괴로움에 과로하는 것은 그들이 보고 있는 미래 때문이다. 때로는 예상한 미래는 도래하지 못하고 좌절한 경험도 있기도 한다. 당연하겠지.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미래를 예견 했다면 왜 현재의 고난 속에 있을까.


사업을 하면서 느끼는 무력감은 바로 성공 가능성과 미래를 보는 비전이 시시각각 달라지기 때문이다. 처음엔 비전이 있어 보이는 산업도 실체를 알아가다보면 온갖 문제들을 마주한다. 사업화의 과정은 고통스럽다. 풍부한 자본이 유입되지 않는 환경에서 사업이란 고난의 행군과 다를바 없다. 영업이익을 통해 자사의 현금 흐름으로 R&D를 정상적으로 돌릴 수 있는 회사는 많지 않다.


#3. 스타트업 대표로 살기



수많은 프로젝트를 만들며 사업의 실패와 성공을 경험하다보니 대표로 사는 것은 한 마리의 벌레가 밝은 빛을 향해 돌진하는 것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밤에 가로등을 향해 머리를 박는 벌레들은 빛에 빠져들어서가 아니라 빛을 태양이라 여기고, 나침반처럼 빛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강렬한 빛이 나는 온갖 조명 속에 자신이 죽는지도 모르며 계속 뜨거운 전구에 머리를 들이 박는다. 스타트업 대표는 빛을 쫓아다니는 날벌레와 다르지 않았다. 태양이라 여긴 시장이 알고보니 작은 전구에서 뿜어 나오는 빛이었다면 그 사업은 온기를 얻지 못하고 추락한다.


#4. 가짜 태양


내 경우에도 비슷했다. 내 회사에서는 개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점과 그 당시만 해도 부족했던 AI 기술을 크게 두려워 하지 않았다. 그리고 리테일 시장에서의 무관심과는 별개로 폭발적으로 발생하는 NFT 시장의 성장을 보았고, 블록체인 시장의 성장을 보고 있었다. 2021년 나는 기존의 플랫폼 개발 위주로 진행했던 사업 구조를 블록체인 외주 개발로 변경하고, 그곳에 최대한의 인풋을 넣기 시작했다. 그곳에 태양이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태양인 줄 알았던 환한 불빛들은 FTX 사태와 테라 루나 사태 등을 거치며 하나씩 꺼졌다. 많은 기업들은 파산해버리고, 근본도 없이 만들어진 NFT 기업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그들이 만들어낸 빛은 거품처럼 바스라졌다. 가짜 태양에 속았기에 힘들게 얻어낸 기회를 하나 잃어버렸다.


#5. 현재도 지나가고 있는 기회


그렇다면 우리 인생에서 기회는 앞으로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30년 전에 차고로 들어간 젊은 스타트업 인재들도 있지만 2009년을 기점으로 나온 크립토의 세상에 뛰어들어 표준을 만든 사람들도 있다.



이더리움의 비탈릭 부테린은 현재 30살(1994년생)이다. 지금도 새로운 태양을 찾아다니는 이들이 수 없이 많다. 그들 중에는 스스로가 태양처럼 하나의 기준을 만들기도 한다. 지금 당신에게는 어떤 타오르고 있는 태양이 있는가? 태양을 바라보고 있다면 잠이 올 수 있을까?


#6. 일론 머스크와 주 100시간


선명하고 눈 앞에 보이는 미래는 잠들지 못하게 한다. 창업가의 눈을 멀게 만드는 것은 그들이 미리 본 미래일 수도 있고, 허상일 수도 있다. 허상을 쫓았던 이들에게는 시장의 심판이 임한다. 실체를 쫓았던 이들에게는 엄청난 보상을 주며 더 큰 일을 하도록 끝없는 수레바퀴를 준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에 둔다. 태양 같이 환하게 빛나는 수익모델이 코앞에 있다면 우리는 그 거리를 가늠하기 어려워진다. 제대로 눈을 뜨고 볼 수도 없다. 그러니 모든 시간을 갈아 넣는다. 일론이 입버릇 처럼 말하던 한 주에 100시간이니 120시간 같은 말은 간절함이나 근면함의 지표가 아니다. 그만큼 선명한 빛을 본 사람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7. 가짜 태양 구분하기



나 역시 한 주에 100시간에 가까운 고강도 일을 하면서 달성하고자 했던 사업들은 많았다. 그러나 내가 봤던 태양은 작았고, 그리고 태양이 아니었다. 그저 태양의 빛을 반사해 환하게 빛나는 행성을 봤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곳에는 태양의 온기가 아닌 행성의 차가움만 있었을지라도 이미 지구를 떠나 멀리 여행을 왔다. 또 다시 어딘가로 가야 한다면 그곳에는 진정한 태양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일론 머스크의 조언을 따르고 있다.



"저는 물리학이라는 프레임이 아주 좋은 사고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제 1 원칙 같은 모델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저는 유추에 의해서 추론하기보다는, 어떤 문제들을 근본적인 진실로 압축시킨 다음, 거기서부터 판단을 하는 것입니다." - 일론 머스크



일론 머스크의 '물리적 사고' 또는 '제 1 원칙 사고'라 불리는 방법은 그의 책과 그의 대표적인 회사 스페이스X에 가장 많이 녹아든 원칙이다. 기존의 우주 산업의 가치를 판단하고, 천문학적 금액을 줄이기 위해 근원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나서 시작했다. 가장 아래에서. 가장 아래에서.


#8. 빛의 오차


그렇다고 완전한 승리의 방정식을 찾는 건 무의미할 수 있다. 시장은 정적인 물체가 아니다. 살아 숨쉬는 유기체에 가깝다. 태양이라고 표현했기에 태양처럼 절대적인 기준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아무리 큰 빛이라도 선명하지 않고, 많은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그 빛을 향해 나아간다.


최근에 나에게 들어왔던 여러 협업 제안들만 봐도 유사하다. 의료법과 관련하여 한 가지 사업 모델이 지난 1~2년간 유행처럼 번졌다. 모두가 같은 태양을 본 셈이다. 그러나 해석 방식은 모두 달랐다. 어떤 이들은 커뮤니티를 활성화해서 풀어야 한다, 어떤 이들은 엔드 유저가 쓸만한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프로바이더들을 최대한 모으는 게 우선이다.


나에게만 환하게 내려오는 빛이 없다는 사실은 창업가들에게는 괴로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옆에서 뛰고 있는 다른 창업가들의 모습도 봐야 한다. 만약 내가 선택한 시장에 다른 경쟁자가 없다면? 경쟁자는 있으나 다른 방식으로 뛰고 있다면? 경쟁자와 비교해 내가 뛰어날 것이 없다면? 모든 것이 성공이라는 파이에 다가서려는 이들을 멈출 수 없게 만드는 요소들 뿐이다.


#9. 전력투구 vs 완급조절



야구에서 투수가 모든 공에 전력 투구를 해서는 7이닝을 채우기 힘들다. 뛰어난 포수는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약한 공을 요구하며 타자를 요리한다. 마찬가지다. 스타트업에서도 언제나 전력투구로 사업을 진행할 수는 없다. 잘못된 길로 미친듯이 뛰어가느니 정확한 좌표를 찾는게 우선일 수 있다. 숲 한 가운데서 빛을 잃은 모험가에겐 휴식이 필요하다.


20대 시절 창업을 했기에 그 시절엔 완급조절을 몰랐다. 될 때까지 했다. 꾸준함으로 밀어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됐다. 시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고객을 이해하지 못했다. 제품의 수익화가 부족했다. 사업의 근간이 부족했다. 이제는 완급 조절을 생각하게 된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나는 이제 현명하게 살아야 했다.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해야하고, 사업을 신중하게 운용해야 했다. 이제는 한 번 한 번이 더욱 큰 결과를 야기하기 때문에.


#10. 결단


나는 나와 같은 창업가의 길을 택한 이들이. 또한 창업가의 길로 들어 서려는 이들이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국 성공에 도달하기를 바란다. 마치 전쟁과 비슷하다. 때로는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과 내가 경쟁자로 붙을 수도 있고 동료가 될 수도 있다. 세상의 정점으로 올라갈 수록 꾸준히 오랫동안 마주하는 이들은 적어진다.



다시 한 번 더 빛을 찾아보고 있다. 지금의 세상은 어둡다. 어디에서 돈이라는 한 줄기 빛을 발견할 수 있을지 아는 이가 드물다. 과거처럼 많은 이들이 스타트업으로 고진감래를 각오하고 들어오는 이들은 더욱 적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길을 택했다면 제대로된 길을 걷고 있는지 자문해보기를 권한다. 힘든 길을 걸었음에도 그 길이 잘못된 길이었다면 길의 끝에 도달했을 때 남을 상처는 꽤 깊고 많이 아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이 잘못됐을 수도 있음에도 전력으로 달리는 이들을 응원하고 싶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며 각자의 빛을 쫓아 나아가는 이들과 언젠가 마주할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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