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6화
지중해 바다, 햇살 아래 레몬트리가 늘어선 아말피와 포지타노.
언제나 여행 버킷리스트의 맨 앞에 있는 곳.
그곳에, 우리가 간다.
설렘으로 깬 이른 아침.
사람을 가득 채운 버스 몇 대를 놓친 끝에
소렌토 종점으로 가서야 자리가 있는 버스를 탔다.
버스는 꼬불꼬불 해안길을 빠르게 달렸다.
"멀미나요, 아저씨."
그렇게 2시간 반,
바다는 푸르고, 집들은 절벽을 따라 알록달록 늘어섰는데…
버스가 멈췄다.
좁은 도로. 양방향에서 꼬리를 물고 꼼짝 못 하는 차들.
멀리 물빛 바다가 푸르다 못해 눈이 부신데...
"와, 봤어? 여긴 아이스크림 차 가게주인도 배우처럼 잘 생겼어."
우리는 창밖 풍경에 감탄만 할 뿐.
포지타노는 예쁘고, 좁고, 모든 골목길은 사람들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돌담길 사이 지도는 자꾸 멈췄고, 우리는 종종 길을 잃었다.
뭐 어때? 발길 닿는 대로 다니자.
우리는 레몬 아이스크림을 먹고, 우정 팔찌도 사고, 배도 타고, 바닷가에서 파도랑 놀았다.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기울었다.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관광객에게 떠밀리듯 겨우 잡아타고 돌아오는 밤 버스는,
어둠을 헤치고 절벽길을 씽씽 달렸다.
절로 손잡이를 꽉 잡아야 했던 순간도 여러 번.
소렌토 역 앞.
물도 제대로 못 마시고, 배는 고프고.
방전된 배터리에 멀미까지.
그저 눕고 싶었다.
종일 길 찾기 면제였던 J에게 “지도 좀 켜 봐” 하고 맡겼지만,
엉뚱한 언덕 꼭대기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했다.
“다시 켜 봐. 완전 반대 방향이잖아.”
목소리가 나도 모르게 날카롭게 튀어나왔다.
어느새 밤 열 시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J가 벌컥 화를 냈다.
"난 구글 지도를 처음 쓰는 거야. 눈도 잘 안 보여. 너희만 믿고 따라다니는데, 왜 나한테 짜증이야!”
그렇구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한다고 부담을 느낀 나만큼이나, 모든 것을 의지해야 하는 J도 불안했을 것이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행이란, 결국 각자가 힘겹게 짊어진 삶의 무게를 잠시나마 내려놓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우리는 찬란한 열다섯이 아니었다.
소렌토 야경이 버스 창밖을 스치는데,
이 압도적인 피로 앞에서 우리는 그저 '쉬고 싶은 사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