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7화
버스를 타고, 배를 타고, 푸니쿨라를 타고—
섬의 언덕 위에 오르자 멋진 풍광이 시원하게 펼쳐졌다.
백 년 된 작은 식당을 찾아 카프리의 카프레제도 먹고,
나의 최애 성당 산 미켈레에도 들렀다.
초록색 낙원에 아담과 이브가 그려진 1층 바닥 타일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맘에 꼭 드는 린넨 스카프도 하나 샀다.
여행길마다 가장 골치 아픈 ‘선물 숙제’ 하나를 끝냈다.
건네줄 때 이렇게 말해야지.
“옛다! 카프리.”
친구가 재밌어했다.
그 뒤로는 “옛다, 피렌체.” “옛다, 베네치아.”
도시마다 선물을 살 때마다 외치는 우리의 유행어가 되었다.
카프리의 바다는 깊고 푸르다.
은근히 스며드는 꽃향기,
바람을 타고 들려오는 새소리.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싶을 때,
Y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운 추억의 섬 카프리~.
“카프리에 오니까 절로 나오네. 이 노래 몰라? 우리 음악 시간에 배웠잖아.”
“글쎄… 나는 ‘오 솔레 미오’밖에 기억이 안 나.”
"나는, 돌아와요 소렌토로."
같은 학교를 다녔는데,
나는 도대체 뭘 배웠던 걸까.
나는 '카프리' 하면
소싯 적 동시상영관에서 봤던 〈카프리의 깊은 밤〉이 떠오른다.
첫 19금 영화.
어찌나 쑥스럽던지, 침도 삼키지 못하고 집중하고 있는데
갑자기 갓난 아기가 울었다.
아마도 부부가 아기를 데리고 영화를 보러 온 모양이다.
“정말?”
“하하하.”
“호호호. 그땐 그랬지.”
그렇게 우리는
저마다의 기억을 꺼내며
카프리에 또 하나의 추억을 채웠다.
Y는 종일,
기억나는 가사 한두 줄만 흥얼흥얼—
우리는 끝내 그 노래를 찾지 못했다.
Y의 기억 속 그 멜로디는 대체 무슨 노래였을까.
푸른 섬 카프리는 그렇게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