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9화
누군가 내게 물었다.
왜 피렌체인가요?
난 명쾌하게 '피렌체'였다.
말로는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지만,
너무나 분명한 끌림.
고개를 갸웃거리다, 나는 대답했다.
어른이 된 후 내가 일이 아닌 이유로 찾은 첫 번째 도시예요.
그곳에선 즐거운 기억만이 가득해요.
다른 누구도 아닌, 그와 함께 한 둘 만의 기억이.
그래서 좋아요.
그곳이라면 좋은 느낌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알 수 없지만, 뭔가 좋은 일이 시작될 것만 같아요.
그렇게 피렌체가 나를 불러요.
- 2013년 12월 12일
벌써 십이 년 전의 기록이다.
88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펴낸 나의 첫 책,
「피렌체, 당신이 날 불렀죠」의 책날개에 남긴 문장.
그전에도, 그 후로도 피렌체는 내게 줄곧 특별한 곳이었다.
Y는 그 피렌체를 몹시 궁금해했고,
J도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기차역에서 발을 내딛는 순간,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 들었다.
황갈색과 오렌지빛 골목 사이로
두오모를 향해 거의 뛰다시피 걸었다.
인파에 휩쓸린 두 친구가 뒤처진다.
나 먼저 갈게.
브루넬리스키의 주홍빛 돔이 보인다.
가슴이 뛴다.
이렇게 마주 보고 서 있으니
분명 알겠다.
그리웠다.
너의 모든 것이.
뒤돌아,
감기 기운 가득한 코맹맹이 소리로 외친다.
정말 아름답지?
이제 나만 믿어.
여긴 내 구역이야.
피렌체는- 여전히 나를 꼭 안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