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별 탐사일지 10화
깊이 잠든 두 친구를 방에 남겨 두고
이른 아침 빨래방을 찾았다.
더 긴 여정을 가야 하는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빨래를 했다.
둥근 통 안에서
로마와 남부 여행을 함께한 나의 여름옷들이 잘도 돌아간다.
기다리는 동안,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향했다.
이어폰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를 무한 반복하며.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는 무언가,
그런 게 있다면 멋질 텐데…
아침 광장은 비어 있었다.
엄마 얼굴처럼 정겨운 초록 대리석 파사드.
갑자기 울컥했다.
전날 먹은 강력한 감기약 때문이었을까?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데, 놀랍게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날 밤 여길 지나가는 나를 멈추게 하고,
달빛 아래 신비한 기운으로 날 감싸고,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게 만든 이유를.
이젠, 내게 들리게 말해 주길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새들이 날아올랐다.
성당은
그때처럼,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나도 알았다.
이 길에서 팔란티르는 누가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야 한다는 걸.
빨래방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잘 말린 빨래를 개는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깨끗이 세탁되었다.
친구들이 찾는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Gilli에서 접속하기로 했다.
그녀들과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이 아침을 마무리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