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마음 세탁

지구별 탐사일지 10화

by Stardust

깊이 잠든 두 친구를 방에 남겨 두고

이른 아침 빨래방을 찾았다.

더 긴 여정을 가야 하는 나는 기회가 닿을 때마다 빨래를 했다.


둥근 통 안에서

로마와 남부 여행을 함께한 나의 여름옷들이 잘도 돌아간다.


기다리는 동안,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을 향했다.

이어폰으로

'냉정과 열정 사이 OST,

The Whole Nine Yards를 무한 반복하며.


모든 것을 다 바칠 수 있는 무언가,

그런 게 있다면 멋질 텐데…


아침 광장은 비어 있었다.

엄마 얼굴처럼 정겨운 초록 대리석 파사드.

갑자기 울컥했다.

전날 먹은 강력한 감기약 때문이었을까?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데, 놀랍게도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날 밤 여길 지나가는 나를 멈추게 하고,

달빛 아래 신비한 기운으로 날 감싸고,

몇 번이고 다시 돌아오게 만든 이유를.


이젠, 내게 들리게 말해 주길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새들이 날아올랐다.



성당은

그때처럼, 아무 말 없이 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나도 알았다.

이 길에서 팔란티르는 누가 건네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찾아야 한다는 걸.


빨래방에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잘 말린 빨래를 개는 동안,

신기하게도 마음이 깨끗이 세탁되었다.


친구들이 찾는다.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카페 Gilli에서 접속하기로 했다.

그녀들과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이 아침을 마무리해야지.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피렌체, 당신이 불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