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전이 아니다.
스타트업 대상으로 강의나 컨설팅을 할 때마다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는 질문이다. 이런 류의 질문은 사실 정답도 없고 너무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류의 질문이나 '나 살찐 거 같지 않아?'라고 묻는 와이프의 질문보다 대답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너무도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우선 사업 아이템이 좋아야 하고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도 있어야 하며 제품이나 서비스의 고객 가치, 기술력, 자금조달 능력 등이 좋아야 한다. 또한 영업이나 마케팅 역량도 필요하고 심지어 운도 따라줘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바로 이 모든 것을 계획하고 실행해야 하는 사람들이고, 이런 사람들이 모인 조직화된 팀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믿어도 좋다. 아니 믿어야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단수를 의미하는 사람이나 창업자가 아니라 복수를 의미하는 사람들, 또는 조직화된 팀이나 단체라는 것이다.
팀(Team)의 사전적 정의를 찾아보면 같은 일에 종사하는 일단(一團)의 사람 또는 체육 운동 경기의 단체라고 나와 있다. 여기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일단(一團)'의 의미는 '한 집단이나 무리'를 말한다. 그렇다. 결국 팀은 한 명으로 구성될 수 없고 구성되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창업 팀 또한 기획, 개발, 디자인, 영업, 마케팅, 인사 등 각 분야의 전문성과 열정을 갖고 있는 인재들이 모여 한 팀을 이루어 성과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여기에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거나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신념이나 비전을 보유하고 약간의 똘끼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이면 더욱 좋다.
물론 대표 한 사람이 뛰어나서 초기에 투자도 받고 어느 정도 단계까지는 성과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소위 대표의 개인기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대표가 좋은 대학이나 회사를 나왔거나, 화려한 경력이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드 투자나 엔젤 투자 단계에서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뒷받침되는 성과가 없다면 대표의 후광효과는 거기까지이다.
조기축구회 두 팀이 시합을 하는데 한 팀에 손흥민 선수가 있다면 그 팀이 무조건 이길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 같은 선수 11명으로 이루어진 프리미어 리그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 경기, 한 경기 치열하게 경쟁을 해야 하고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구단에서는 수백억 원을 줘가면서 각 포지션별로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최고의 팀을 만드려고 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 최정상의 프로의 세계이다.
스타트업 씬도 결국 스포츠 씬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복잡계 네트워크가 존재하고 비슷한 수준의 역량을 갖춘 사람들이 국경 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폭발적인 성과(매출, 트래픽, 사용자수 등)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대표 한 사람 또는 공동창업자 두세 명으로 만들어내기에는 역부족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고의 팀을 만들어야 한다.
역사상 가장 훌륭한 농구선수로 꼽히는 미국 NBA의 마이클 조던이 이런 말을 했다. '재능은 게임에서 이기게 한다. 그러나 팀워크는 우승을 가져온다.' 하지만 이러한 명언도 스타트업 씬에서는 잘 먹히지 않는다. 좀 더 현실적으로, 극단적으로 생각해 보면 한 명의 재능만으로는 절대로 게임에서 이기지 못하며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심지어 앱 하나 만들기 어렵다.
전쟁에 나가 적들과 싸우고 승리하기 위해서는 장수 한 명의 개인기에 의존하지 말고 적재적소에 인재를 뽑아야 하고 특히 내 뒤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전우를 모아 팀을 만들어야 한다. 같은 맥락으로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성장시키고, 그것이 IPO든 매각이든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해서는 각 분야의 최고의 전문가이면서 당신의 회사를 당신처럼 아낄 수 있는 사람들로 팀을 만들기 바란다.
스타트업은 팀 스포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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