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런의 말과 행동을 단정하고 비난하기는 쉽지만, 이 상황을 바라보는 연구자로서 깊이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권일용님이 이야기할 때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리더인 내가 멤버인 당신보다 "우위"에 있다는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것에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렇게 행동하게 된 배경에는 스스로가 가지는 열등감, 권력과 자신을 동일시화, 인정 욕구, 자기 인식의 부족 등을 예상해볼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권력, Power"이다. 이 권력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목적성을 잊고, 부릴 수 있는(통제) 힘으로 사용하게 되면 일명 '권력의 맛'에 취하기 쉽고또는 힘의 불균형을 경험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동안의 고생과 수고, 그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 실제로 건물 높은 곳에 올라가게 되면 (임원실 등) 통제 욕구가 생겨나는 것을 경험해볼 수 있다고 한다- 작용/반작용처럼 불쑥하고 권력과 통제의 욕구가 누구나 생겨날 수 있다고 한다. 이 때 떠오르는 욕구보다는 잠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 힘이 어디에서 오게 된 것이며, 이 힘의 목적과 그를 위한 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성찰해 보아야 한다. 그럴 때 파워는 위아래의 개념이 아니라 목적하는 바 일을 잘 해내기 위한 책임(감)으로 해석하는 것이 개인적으로는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빌런처럼 보일 수 있지 않겠나. 누군가의 상식에 어긋나는, 누군가 위에 군림하거나 통제하려는 모습이 있지는 않았을까. 몽타주를 보고 통쾌하게 웃어넘기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한편으로는 시원하고 통쾌하기도 했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조용히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람에게는 위 아래가 없다"
힘(Power)은 그저 일을 해내기 위한 역할과 책임의 다름일 뿐이다.
3. 빌런과 감사의 재발견
빌런을 이야기하면서 갑자기 감사의 재발견은 뭔가 싶지만, 주말 강제 휴식을 취하며 몇장 읽어본 책이다보니 연결해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책은 제러미 애덤스미스가 쓴 책인데, 감사에 대한 사설이기보다는 연구 프로젝트(존 템플턴 재단 400만 달러 지원, 5년간 체계적으로 감사 프로젝트 진행)를 기반으로 작성된 글이라 여러가지 실험과 결과가 나올 때마다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었다.
"감사는 우리 모두 자급자족할 수 없으며, 서로를 필요로 하는 존재임을 깨닫게 한다."
"감사는 각자도생하려는 사람들의 유대를 강화하고
우리 모두 주변에 빚진 존재임을 일깨워 오히려 불공정을 해소한다."
책 앞 부분에 위와 같은 감사의 쓸모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와 반대로, 심슨 만화에서는 저녁 식사 기도를 하면서 “하나님, 이 모든건 우리 돈으로 산 거예요. 그러니 아무것도 감사할 게 없습니다.”라는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면 부정하는 상황을 예시로 든다.
차이가 있을 뿐 어려움이 없는 인생이 있을까. 누구나 자신만의 싸움,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살아간다. 그 수고로움을 보상받고 싶어지는 것, 나의 존엄함을 나타내고 싶은 것 그 마음을 왜 모를까. 그러나 자기편향, 나만 생각하고 인간에 대한 존엄과 깊은 이해를 잊는다면, 내가 누리는 크고 작은 것을 오롯이 나의 수고로만 생각한다면, 이 너무나 옳다는 정당함은 상대와의 관계에서 '부당함'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갈등 관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어떤 이유에서든 감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빌런은 '감사를 잊은 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크고 작은 성공과 성취, 오히려 절망 중에도 감사할 수 있는 중심은 나에게는 말씀이라는 거울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더 큰 목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 뭘 바라고 하지 않았다고, 정말 그런 마음으로 해왔어도 오히려 기여를 깎아 내릴 때, 오히려 무시받는 인상을 받을 때 불끈하고 올라왔던 내 안의 뜨거움을 생각하면, 나도 여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매번 넘어지면서도 다시금 돌아가고, 다시금 목적을 떠올리고, '마음의 맨발'로 돌아가려고 노력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