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수면 패턴은 엉망진창이다. 자정을 넘겨서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지만, 눈을 뜨는 것은 고작 서너 시간 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다. 눈은 떴지만 머리는 아프고, 도저히 일어날 기운도 없어서 이불 속에서 꿈틀꿈틀 몇 시간을 버틴다.
그러다보면 다시 잠들 때도 있고 그냥 눈만 감고 있을 때도 있지만, 결국 9시쯤 되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밥 달라고 조르는 강아지의 혓바닥 세례가 쏟아지니까. 좀비처럼 퀭한 눈과 삐걱대는 팔다리로 느릿느릿 사료와 물을 챙겨주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던 이 녀석은 그릇을 내려놓기 무섭게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배고팠구나, 미안.
유달리 먹성 좋은 이 녀석, 원래는 6시30분이면 밥 달라고 깨우던 내 알람시계였다. 배게 위에서 앞발을 구르면서 혓바닥으로 내 얼굴에 침 범벅을, 내가 못 참고 일어날 때까지 아주 인정사정 없이 퍼붓던 녀석.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희한하게도 이불 속에서 꿈틀대는 나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꾹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설마 정말로 내 상태를 알고 그러는 건가. 그 와중에 귀신같이 9시 즈음에 나를 깨울 때면 마치 "더 이상은 안돼.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강아지도 오래 키우면 사람 같아진다더니, 설마 시계 보는 법까지 터득한 건 아니겠지.
그래, 너 아니면 내가 침대 밖으로 나오겠니, 아니면 산책을 나가겠니. 그러고 보면 네가 진짜 효자다. 실제로 요즘은 종종 내가 이 녀석을 돌보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나를 돌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애교가 별로 없는 놈인데 요즘따라 곧잘 품에 안기는 것도 그렇고, 자꾸 손이며 발이며 얼굴 등등을 핥아주는 것도 그렇고, 내 머리맡에 자기 장난감들을 물어다 놓는 것도 그렇고.
특히, 웅크리고 누워있는 내 등에 자기 몸뚱이를 슬며시 붙이면서 같이 누워줄 때. 자그마하지만 나름 묵직한 몸뚱이의 따뜻함이 등으로 느껴지면 가끔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조금 비켜서 베개 절반을 녀석에게 내어준다. 어쩌면 내 베개를 빼앗아 베려는 고도의 수법일지도 모르지만, 상관 없다. 조금 있으면 고롱고롱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왠지 자장가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거든.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일상은 엉망진창이지만, 네가 없었다면 지금처럼이나마 버틸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그 와중에 네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섣부른 위로나 충고 따위 하지 않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만 사랑해주는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옆구리를 파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 네가 정말 고마워. 덕분에 매번 결심하게 된다. 빨리 건강해지자.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같이 살자.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