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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혼의 도끼질 Nov 24. 2022

네가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요즘 나의 수면 패턴은 엉망진창이다. 자정을 넘겨서까지 유튜브를 보다가 잠들지만, 눈을 뜨는 것은 고작 서너 시간 후. 아직 해가 뜨지 않은 새벽이다. 눈은 떴지만 머리는 아프고, 도저히 일어날 기운도 없어서 이불 속에서 꿈틀꿈틀 몇 시간을 버틴다.


그러다보면 다시 잠들 때도 있고 그냥 눈만 감고 있을 때도 있지만, 결국 9시쯤 되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밥 달라고 조르는 강아지의 혓바닥 세례가 쏟아지니까. 좀비처럼 퀭한 눈과 삐걱대는 팔다리로 느릿느릿 사료와 물을 챙겨주면 옆에서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던 이 녀석은 그릇을 내려놓기 무섭게 허겁지겁 먹어치운다. 배고팠구나, 미안.


유달리 먹성 좋은 이 녀석, 원래는 6시30분이면 밥 달라고 깨우던 내 알람시계였다. 배게 위에서 앞발을 구르면서 혓바닥으로 내 얼굴에 침 범벅을, 내가 못 참고 일어날 때까지 아주 인정사정 없이 퍼붓던 녀석. 그런데 언젠가부터 희한하게도 이불 속에서 꿈틀대는 나를 바라보며 몇 시간을 꾹 참고 기다리는 것이다.


설마 정말로 내 상태를 알고 그러는 건가. 그 와중에 귀신같이 9시 즈음 나를 깨울 때면 "더 이상은 안돼.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강아지도 오래 키우면 사람 같아진다더니, 설마 시계 보는 법까지 터득한 건 아니겠지.


그래, 너 아니면 내가 침대 밖으로 나오겠니, 아니면 산책을 나가겠니. 그러고 보면 네가 진짜 효자다. 실제로 요즘은 종종 내가 이 녀석을 돌보는 게 아니라, 이 녀석이 나를 돌보는 것 같을 때가 있다. 애교가 별로 없는 놈인데 요즘따곧잘 품에 안기는 것도 그렇고, 자꾸 손이며 발이며 얼굴 등등을 핥아주는 것도 그렇고, 내 머리맡에 자기 장난감들을 물어다 놓는 것도 그렇고.


특히, 웅크리고 누워있는 내 등에 자기 몸뚱이를 슬며시 붙이면서 같이 누워줄 때. 자그마하지만 나름 묵직한 몸뚱이의 따뜻함이 등으로 느껴지면 가끔은 왠지 눈물이 날 것 같더라. 그 따뜻한 느낌이 너무 좋아서, 일부러 조금 비켜서 베개 절반을 녀석에게 내어준다. 어쩌면 내 베개를 빼앗아 려는 고도의 수법일지도 모르지만, 상관 없다. 조금 있으면 고롱고롱 코고는 소리가 들리고, 왠지 자장가를 듣는 것처럼 마음이 편해지거든.


가끔 생각한다. 나의 일상은 엉망진창이지만, 네가 없다면 지금처럼이나마 버틸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지만, 그 와중에 네가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섣부른  위로나 충고 따위 하지 않는, 항상 그 자리에서 나만 사랑해주는 네가 있어서 정말 좋아.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내 옆구리를 파고 들어와 자리를 잡는 네가 정말 고마워. 덕분에 매번 결심하게 된다. 빨리 건강해지자. 그래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같이 살자.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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