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의 조건
하나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2
1.
싸이비 교주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업 중의 사업은 종교사업이다!" 는 사기꾼들의 전설도 막상 실행에 옮기자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이 분야 역시 타고난 재능과 뼈를 깎는 연습, 시대흐름과 맞아떨어져야 하는 정교한 운빨의 종합예술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모든 형태의 교주 혹은 교주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는 종교인들의 특징이 있습니다.
큰 교주일수록 확실히 다 잘합니다.
말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추고 개그도 잘하고 흉내도 잘 내고 아는 것도 많고 거짓말도 잘하고 인간관계 밀당도 잘하고 섹스 욕심도 과합니다. 패션 센스도 있고 결정적으로 자신을 교주로 연출하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연출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변에 좋은 조력자들이 필요합니다. 자신이 주변에 '형님'으로 인식되길 원한다면 자신을 형님으로 불러주는 '동생들'은 필수입니다. 교주 주변에 이런 캐릭터 강한 조역들을 잘 세우고 팀워크를 잘 맞춰 연습해야 교주는 교주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교주 연출을 위한 전속팀 선발에 귀신같은 안목을 가지고 좋은 사람들을 선발할 수 있어야 그는 큰 교주, 롱런하는 교주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을 잘 알아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큰 무당이나 큰 순회 부흥강사일수록 심혈을 기울여서 전속 밴드, 전속 음향기사, 전속 가수, 전속 무용단과 반드시 동행합니다. 그중에는 평생을 같이 하는 전속 동행이 있습니다. 눈을 감고도 다음 장면이 어떤 장면인지를 알고 손발이 척척 맞는 환상의 콤비들과 움직입니다. 이들에 대한 의존도와 보상도 남다릅니다.
이들과 시너지가 극대화될 때 무대장악력은 딱 보기에도 남다르게 나타납니다. 큰 교주들을 어떤 방식으로는 접하게 되면 다른 것들은 시시해지게 될 정도입니다.
2.
도대체 이 사람들은 어디에서 나타나는 것일까요?
사실 이 사람들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가장 오래된 '연예인+무당+상담가+의사+공연예술가+기타 등등 무엇'입니다.
인간의 지식과 경험이 구체화된 요즘 우리들은 정신과의사와 상담가와 심리학자를 구분하고 뮤지컬과 연극의 차이를 인식하고 실용음악과 고전음악의 차이를 깨닫고 선택하지만 이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갈수록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평생 살면서 보았던 가장 좋은 공연이 굿이었거나 평생 만나본 최고의 이야기꾼이 목사였던 사람은 자기가 문제를 만나거나 인생의 역할 모델을 찾을 때 뇌리에 각인되어 있는 이들을 찾게 됩니다. 평생에 가장 멋진 인생 모델이 어떤 교주였던 사람에게는 그 사람이 자기 인생 1위 연예인이고 감동을 준 치료자가 됩니다.
최근 무당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종교인구가 급감하는 현실적인 이유도 저마다 몇 명씩의 연예인, 상담가, 정신과의사, 인플루언서들을 따르고 있기에 그들의 팬덤 커뮤니티 활동이 이미 충분히 종교 역할을 대신 충족시켜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더 이상 종교인 중에는 지금 사람들이 따를 만큼 매력적인 대상이 없어져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젠 교주들과 종교인들이 덜 잘 생겼고 노래도 상대적으로 못 부르고 잘 놀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전속 밴드도 실력이 떨어지고 나이가 들어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3.
그래도 개인 취향 존중, 오덕문화가 세분화되고 인정받긴 합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연예인과 결혼할 수 없고 현실의 연인과 가상의 연인이 공존하는 것처럼 실제 내 삶에 들어오는 현실의 만남은 거부하기 쉽지 않습니다. 특정 배우를 흠모하던 차에 특정 배우를 닮은 누군가가 내게 호감을 표시한다면 사람의 마음은 비교적 쉽게 열릴 수밖에 없습니다. 좋아하는 가수가 있어도 함께 노래방에 갈 수 있는 그 사람과 결국 손을 잡게 됩니다.
내가 너무 힘들고 방황하고 있을 때 사기꾼이라도 다가와 내 이야기를 들어주고 나를 따뜻하게 안아준다면 더구나 그 사람이 알고 보니 노래도 제법 부르고 개그 감각도 있으며 아는 것도 많다면 난 그 사람을 따를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이 외롭고 철저히 혼자인 세상에 그 사람이 유일하게 다가왔고 그 사람을 통해 유일하게 회복의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것은 일종의 아기 오리가 첫 세상에서 바라본 대상을 어미로 인식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나중에 그 어미가 사기꾼인 걸 알게 되어도 불쌍한 아기오리는 그 어미를 떠나지 못하고 오히려 사기꾼을 옹호하고 같이 멸망하기를 자처합니다.
결국 인간은 비교 우위를 통해 자기만족과 행복을 경험하기에 교주와 맺는 친근감은 타인과 비교했을 때 성취감을 느끼게 하고 우월감을 조장합니다.
왜 멀쩡해 보이는 여성들이 정명석(JMS)을 비롯한 악마 교주들의 희생자가 된 후에 자발적 가해자 역할을 자처하며 채홍사가 되었을까요? 최측근, 교주의 앞선 서열 부인 역할로 자신의 위치를 우월하게 인식했기 때문입니다. 채홍사로 바쳐지는 여성들을 자기 아래로 들어오는 신입으로 생각했고 채홍사인 자신이 교주의 믿을 만한 최측근(신입 여성 관리를 맡은 중요 임원)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악순환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더 많은 여자를 끌어오는 것이 자신과 교주의 특약이 된 것입니다.
교주가 나쁜 것은 누군가를 자립하게 하고 독립하도록 성장을 돕고 자신을 희생하는 대신 자신을 지탱하기 위해 흡혈귀처럼 누군가를 착취하고 파멸시키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잘할 수 있다면 더 조심해야 될 것입니다. 공멸의 재능으로 사용할지 공생의 재능으로 사용할지 아직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