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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멍몽이 Apr 28. 2023

지나치게 계획적이고 주도면밀한 기독교인

하나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4

1.


지인들 가운데 지나치게 주도면밀하게 인생을 살아가는 기독교인들이 있습니다.


그중에 목사가 한 명 있습니다. 그 사람이 늘 하던 말이 있습니다.

"나는 30세 전에 석사 학위를 마치고 목사 안수를 받은 뒤 미국 유학을 가서 박사 학위를 따 40세에 교수가 되겠다. 그리고 배우자는 최소한 이화여자대학교 이상의 학벌을 가진 목사님 딸과 결혼하겠다."


흥미로운 것은 이 모든 계획을 세운 뒤에 이미 이 계획을 이룬 사람처럼, 이룰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소수의 인물들과 스터디 그룹을 하면서 그 외의 계획 혹은 아무 계획 없이 사는 이들을 낮춰 보고 멀리 했습니다. 소개팅이나 연애 대상자들을 찾을 때도 반드시 이대 이상의 학벌을 확인하면서 찾아다녔습니다.


시간이 꽤 지난 지금 그 목사의 주도면밀함은 일부 이뤄졌고 일부 계획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유학 후에 박사 학위는 받았으나 한국으로 돌아와 교수가 되지 못했고 배우자는 목사님 딸이었으나 이대생이 아니었습니다. 무엇보다 계획에 없던 건강 문제가 생겨 젊은 시절처럼 활발하고 자신만만한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


성경 인물들 중에 일반 기준으로 봤을 때도 '성공했다' 싶은 인물들이 있습니다.


다윗, 요셉, 다니엘 같은 사람들입니다.


다윗은 왕족이 아닌 양치기 출신, 같은 집안 내에서도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위치에서 한 나라의 왕이 된 그야말로 인물이고, 요셉은 노예와 죄수 생활을 전전하다 게다가 외국인 신분으로 당시 세계 최강국 이집트의 총리가 됐습니다. 다니엘은 나라가 망하여 포로로 잡혀갔다가 바벨론 제국 총리에 오른 인물입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 세 사람은 자기 인생을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주도면밀과는 거리가 아주 먼 삶을 살았습니다.


다윗은 집안 막내로서 형님들이 중요한 일들을 맡는 동안 모두가 위험하고 힘들어서 싫어하는 양치기 일을 도맡아야 했습니다.

밤낮 제대로 잘 수 없고 곰과 사자, 들짐승들과 맞닥뜨려야 했던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그 일은 평생 지속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선지자 사무엘이 어느 날 다윗 가문에 찾아왔고 양을 치던 다윗은 뒤늦게 급히 불려 갔습니다. '양을 잘 치고 사자, 곰과 싸운 이력으로 왕의 자리에 이력서를 내야 되겠다!'라고 주도면밀히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양치기 자리에서도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일상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경험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요셉도 꽤 오랜 시간 인생 참 안 풀린 사람입니다.

요셉 아버지가 부인이 여럿이다 보니 어린 나이에 이복 형님들의 미움을 받아 노예로 팔려 갑니다. 노예지만 어렵게 적응하고 인정받기 시작할 때쯤 누명을 쓰고 감옥에도 갇힙니다. 노예의 삶이나 죄수의 삶이나 기약 없긴 마찬가지였는데 그래도 매 순간 하나님의 임재를 경험하고 있었을 뿐, 다른 어떤 계획도 주도면밀함도 있을 수 없었던 상황 속에서 갑자기 바로 왕에게 불려 나가게 됩니다.


다니엘도 마찬가지였죠.

나라가 힘이 없어 속수무책 포로로 잡혀가서 언어가 다르고 환경이 다른 곳에서 2등 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처지에 계획에 없던 일이 갑자기 생겨 바벨론 왕의 부름을 받아 공직에 나서게 됩니다.


성경에 나오는 성공 캐릭터는 하나 같이 무계획, 무주도면밀한 사람들이었고 전적인 하나님의 계획, 하나님의 큰 그림, 하나님의 주도면밀함이 극대화된, 백지 같은 인물들이었습니다.



3.


누구나 성공하고 싶고 잘 살고 싶고 이름을 알리고 싶겠지만 그게 계획대로 다 되진 않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은 언제나 외적인 성공에 초점을 맞추지 않습니다.

왕이 되든, 총리가 되든 하나님 관점에서는 심판 대상으로 악하게 보실 수도 있고, 아무도 돌아보지 않는 양치기, 노예, 죄수도 언제든지 왕이나 총리를 시켜 한 나라를 맡기실 만한 재목으로 보시기도 합니다.


일단 맡겨진 일을 잘 하고 지금 이 순간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이 노예든, 왕이든 참다운 그리스도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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