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을 팔아 못 이룬 자기 욕망을 채우는 사람들
하나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15
1.
직장 생활 중에 노래 솜씨나 춤 솜씨를 뽐낼 기회가 간혹 옵니다.
주로 하고 있는 일 외에 취미 생활로 배드민턴이나 풋살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좀 정도가 지나쳐 본업에 임할 때보다 취미에 임하는 자세가 더 적극적이고 자발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종교 생활, 기독교신앙을 갖는다는 것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순수한 종교 활동에 충실하지 못한 경우가 의외로 많습니다.
성가대 활동'도' 하기 위해 교회에 다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가대 활동'을' 하기 위해 교회를 다니는 부류가 있습니다. 찬양단 활동이 없으면(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마이크를 잡고 앞에 설 기회가 없다면) 교회도 나가지 않는 부류, 아이들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 듣는 것이 좋아 교회학교 교사를 하는 경우, 워십댄스라 하여 춤을 추는 율동팀을 하기 위해 교회에 나가기도 하고, 방송 장비를 만지거나 비록 교회 방송이지만 유튜브에 나오는 내 모습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부류, '집사님' '권사님' '장로님', 이 '님'이라는 호칭과 대접받는 것에 길들여진 부류, '예배 위원' '안내 위원' 등 사람들 앞에 유니폼을 입고 다른 교인들 앞에 특별한 모습으로 서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이들...교회에 다니는 참 많은 현실적 이유가 있습니다.
이 분들에게 이런 보이는 위치가 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기도하고 성경 말씀을 묵묵히 보는 일에 전념하라고 한다면 교회 생활은 매우 앙상해질 것입니다. 종교 생활, 신앙생활이라는 말보다는 그냥 교회 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2.
가장 안 좋은 경우가 있습니다.
돈을 멋대로 쓰고 싶었거나
권력자가 되어 가는 곳마다 억지 박수라도 받고 싶었거나
공적인 명분을 내세워 공금으로 해외여행을 즐기거나
마이크를 잡고 쉴 새 없이 떠들고 싶었거나
유명인이 되고 싶었거나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 위에 보란 듯이 목에 힘을 주고 군림하고 싶었거나
자신의 병적인 결핍을 보상받고자 하는 집요한 욕망을, 가장 그럴듯한 종교적 명분으로 포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신앙생활이 아니라 끊임없이 '지위 게임'에 몰두합니다.
어떻게든 다른 사람보다 앞서고자 합니다.
기도를 같이 시작해도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늘 최후의 1인이 되려고 버팁니다. 기도에 몰두한다기보다 기도하는 사람들 중에 가장 지위가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을 수 없는 사람은 가장 일찍 교회에 도착합니다. 혹시라도 너무 일러 기도실이나 예배실 문이 닫혀 있다면 불 같이 화를 냅니다. 자신은 교회를 가장 사랑하고 예배를 소중히 여겨 이렇게 가장 먼저 교회에 나오는 중요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화를 낼 자격이 있다는 거죠.
돈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면 돈으로 지위 게임을 합니다. 헌금을 많이 해서 사람들 눈에 띄고 상석으로 모셔지고 다른 이들 보다 돈에 걸맞은 공식 직함을 빨리 획득합니다.
어떤 이들은 못 이룬 정치가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어떻게든 교회 안에서도 지위를 얻기 위해 투쟁합니다. 장로 선거, 담임목사 선출 선거, 노회장/총회장 선거, 각종 연합회장 선거...돈과 시간, 인맥을 총동원해서 이기고자 합니다. 선거에 승리하는 짜릿함은 이 세상 어떤 기쁨과도 바꿀 수 없고, 선거에 패배하는 절망은 재도전을 위한 와신상담의 연료로 충전됩니다. 국회의원, 대통령은 못 됐어도 노회장, 총회장, 동문회장은 해야죠. 한 번 사는 건데...
3.
코로나 시기에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어떤 측면에선 참 행복했던 것도 있었습니다. 바로 교회 행사가 모두 취소된 것입니다.
사람들이 모여야 유니폼 입은 안내 위원들도 삐까뻔적 교회 안을 활보하고 다니고
사람들이 모여야 앞에 나서서 마이크를 잡고 인사 말씀, 축사, 설교하는 '내빈'님이 박수를 받습니다.
내빈들께서는 박수만 받는 것이 아니라 자리를 빛내주셨으니 거마비 봉투도 받습니다. 상석에서 식사대접도 받습니다.
행사가 있어야 '밑에 애들' 충성심 경쟁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얼마나 깍듯하게 90도 인사를 하는지 누가 가장 빠릿하게 윗사람들을 잘 모시는 의전에 능한지 실시간 리얼리티 오디션입니다.
선거 기간을 앞두고 동사무소, 구청, 정부 관련 행사에 가보면 방송에서나 봤던 거물 정치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잔뜩 행사 순서에 포진합니다. 그 자리에 모인 주민, 시민, 국민이 주인공이 아니라 마이크를 잡는 '내빈'들이 주인공인 것이 너무나 자명합니다. 주민, 시민, 국민은 그저 동원되어 박수를 치는 들러리들, 행사 장면을 찍는 사진과 영상의 배경이 될 뿐입니다. 내빈들 마이크 쥐어 주려고 그 긴 시간 행사를 하고, 오직 한 말씀하려는 유력 인사들을 위해 그 행사가 개최되는 것입니다. 명분은 그럴듯합니다. '주민 자치 몇 주년 기념식' '불우 아동 장학금 전달식'...
교회가 이런 못된 관 행사를 그대로 벤치마킹했습니다.
겉은 '무슨 무슨 감사예배' '무슨 무슨 이취임식' 이지만 관련 교회유명인들이 온갖 마이크 잡을 구실로 순서를 채우고 교인들을 동원해 박수를 받고 헌금바구니를 돌리고 내빈들은 봉투를 나눠 갖습니다.
코로나 때 이 모든 행사가 없어서 참 행복했습니다.
마이크를 잡고 떠드는 사람도, 끝도 없이 이어지는 내빈 소개도, 그 모임에 불려 가서 특송이란 이름으로 노래하거나 춤추는 교회 연예인들도 보이지 않아서입니다.
조용한 공간에 변함없이 바라볼 수 있는 십자가만이 보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