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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cyLu Jul 08. 2018

오래 있어도 괜찮아

성산동 테리 이야기


늦은 밤, 갑작스런 임보로 우리집에 찾아온 고양이, 테리


살아온 이야기도

나이도

이전 집도, 아니 길 생활도

모든 것이 미스테리해서


테리라는 이름을 지어준지 어느덧 3주차.


새로운 가족을 찾기 전까지라는 우리집에서의 테리 이야기는

2주차가 되던 날, 신랑과의 결심으로 우리집에서 평생 함께하기로 이야기 하였다.


가족이 된 것을 아는 듯, 모르는 듯.

테리는 점점 우리와의 삶에 익숙해지고, 우리의 오가는 걸음걸이에 놀라지 않고,

눈꼽을 떼주거나, 안약을 넣어주려고 테리를 꾹 잡는 나의 손길에도

점점 의지하는 것 처럼 참아주었다.


하지만, 몇일 지나고 익숙해졌는지 밤마다 시작한 콜링.

매일밤 창밖을 보며 울어대는 테리 때문에 신랑도 나도 몇날동안 잠을 설쳤고,

결국 우리와 함께하려면 중성화 수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병원을 예약했다.


하지만 왠걸, 중성화 수술을 앞두고 기본 검진을 받는 과정에서

평소 호흡이 조금 이상하다는 내 의견을 들은 의사선생님은 엑스레이 촬영도 해보자 하셨고

엑스레이 촬영 결과, 정상 고양이 엑스레이 사진과는 전혀 다른 사진 결과가 나왔다.


최종적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몇시간.

오만가지 생각과 두려움이 계속 머릿속을 떠돌던 그 시간은 정말 고문만 같았다.


결과는 횡경막 허니아.

선천적으로 횡경막에 구멍을 갖고 태어나 간과 비장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폐를 누른 채

심장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다행히 그 병원 수술을 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 우리는 얼른 수술 예약일자를 잡고 테리를 집에 데려왔다.

초음파에 엑스레이 피검사에 얼마나 지쳤는지 테리는 한참을 잠에 빠져있었다.


그런 테리를 보며,


아, 테리가 오래오래 살려고 우리집을 찾아왔구나.

이대로 길에서 살았다면 오래 살기 힘들었을텐데,

수술하고 건강하게 살려고 우리집으로 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쉽지 않은 수술인만큼, 회복도 힘들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잘 이겨만 준다면,


테리야. 오래 있어도 괜찮아.

이제 다른 곳 갈 필요 없이

새로운 가족을 찾는 기다림 필요 없이

우리집에서 우리와 함께


오래 있어도 괜찮아.

평생 있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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