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책, 페르난도 페소아
누구에게나 바르케스 사장 같은 고용주가 있을 것이다. 어떤 이에게는 보이는 형태로, 어떤 이에게는 보이지 않는 형태로. 나에게 그는 바르케스라는 이름의 건강하고 쾌활한 남자로 가끔은 심술궂게 굴지만 겉과 속이 다르지 않고, 잇속에 밝지만 위대한 천재들 혹은 좌우파를 불문하고 훌륭한 인물들에게서도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공정함이라는 미덕을 기본적으로 지닌 사람이다. 어떤 이들은 더 많은 부와 명예, 불멸을 향한 갈망과 허영심 따위를 고용주로 모시고 있다...나는 나의 고용주로 바르케스라는 인물을 선호한다. 까다롭게 굴 때조차 이 세상 모든 추상적인 고용주들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그를.
정부 발주사업을 많이 맡아 잘나가는 회사를 경영하는 친구는 지난번에 내 벌이가 시원찮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말했다. "소아르스, 자네는 착취당하고 있어!" 내가 착취당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착취당하지 않는 삶이 어디 있겠는가. 바르케스 사장에게 착취당하는 것이 허영과 명예, 울분과 질투, 또는 불가능한 꿈에 착취당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누가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신'에게 착취당하는 이도 있지 않은가, 이 허망한 세상의 예언자들과 성자들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