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급 한국어, 문지혁
잘 지내냐는 말은 무력하다. 정말로 잘 지내는 사람에게도, 실은 그렇지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사람에게도.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에 ‘잘 지낸다’라고 대답하는 것은 오히려 나의 진짜 ‘잘 지냄’에 관해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수업 시간 내내 ‘How are you?’와 ’어떻게 지내요?‘, ’I am doing good’과 ‘잘 지내요’를 기계적으로 말하고 반복하고 따라 하게 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가 크고 분명하고 자신감 있어질수록, 나는 점점 더 그 언어가 갖는 본래의 의미와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누군가에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한 적이 언제였더라. 받아쓰기 시험지를 나눠 주며 나는 아무도 진심으로 묻지 않는, 아무에게도 진심으로 대답하지 않는 나의 안부에 관해 잠시 생각했다. Am I doing good?
프랑스에서 Ça va? how are you? 같은 인사를 들을때면 나는 항상 내 상태를 점검해보곤 했다. Good, not bad 같은 답장들 사이에 고민하다 결국에는 ça va, et toi로 정착해버렸다. 이 고민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속된다. 잘 지냈냐는 안부 인사를 들을 때면 그냥 그럭저럭 지냈어요, 좋을때도 있고 안 좋을때도 있었어요 같은 대답만 하게 되는 나. 이 사람이 진짜 내 안부에 관심이 있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