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구글은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약 7년 뒤인 16년 2월 10일 미국 교통안전국은 구글의 인공지능 운전 프로그램을 사람과 같은 지위의 법적인 ‘운전자’로 인정해 주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자동차라는 건 공상 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일로 지금도 사실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다.
자동차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도 그러했다. ‘말없이 스스로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자동차 역시 그 당시에는 쉽게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잘 살펴보면 세상은 '이상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바꾸고 변화시켜 왔다. 말이 끌어 주지 않아도 스스로의 힘으로 갈 수 있는 이동 수단, 지금 생각하면 하나도 이상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굉장히 이상한 생각이었다.
기계가 움직일 수 있는 힘을 어떤 방법으로 제공하느냐에 따라 크게 외연기관과 내연기관으로 나눌 수 있다. 대표적인 외연기관은 증기기관으로 보일러 내에서 연료를 연소시켜 증기를 만들고 이 증기가 움직이는 힘을 제공한다. 내연기관은 연료를 기관 내부에서 태워 열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이 열에너지가 직접 움직이는 힘을 만들어 낸다. 자동차는 외연기관과 내연기관 중 무엇을 동력기관으로 사용했는지에 따라 최초의 자동차가 달라진다.
1770년 프랑스의 육군 대위 '조셉 퀴뇨'가 증기기관을 활용해 처음으로 기계의 힘으로 움직이는 차를 만든다. 앞바퀴 하나에만 동력이 전달되어 움직이는 세 바퀴의 차였는데 약 2.5톤의 무게에 시속 4Km로 매우 느리고 고장이 잘 발생했다. 프랑스 육군에서 대포를 수송할 목적으로 제작되었지만 실용성이 떨어져 군용 운송 수단으로 채택되지는 못한다.
약 90년 뒤인 1860년에 프랑스의 '르노'가 내연기관을 처음 만든다. 1862년 열효율이 더 향상된 실용적인 형태의 내연기관을 독일의 발명가 '니콜라스 오토'가 만들고 1885년에 오토바이와 비슷한 모양의 2륜차를 만들기까지 한다.
말이 끌지 않아도 스스로 움직이는 마차가 자동차의 핵심 개념인데 이를 생각해 낸 건 독일의 엔진 기술자 '칼 벤츠'다. 벤츠는 1883년 ‘벤츠&시에’라는 자동차 회사를 만들고, 1886년 250Kg에 최고 시속 16Km의 바퀴 3개로 움직이는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다. 자동차의 이름이 ‘페이턴트 모터바겐’로 ‘특허받은 자동차’를의미한다.
내연기관은 1800년대 중반부터 이미 프랑스, 독일, 영국 등 각지에서 르노, 오토, 다이뮬러, 마이바흐 같은 사람들이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개발을 했던 것들이고, 어떻게 보면 이런 기술들을 집대성해 자동차의 개념과 실제 제품을 만든 게 '칼 벤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증기기관을 활용한 최초의 차는 1770년에 프랑스의 '조셉 퀴뇨'가, 내연기관을 활용한 최초의 차는 126년 뒤인 1886년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걸로 볼 수 있다. 그래도 공통점이 있다면 최초의 차는 모두 네 바퀴가 아닌 세 바퀴였다는 점이다.
석유를 한 방울도 사용하지 않는 전기자동차는 환경오염과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 나온 기술로 생각하기 쉽다. 특히 전기 자동차의 대명사인 테슬라모터스가 2003년에 세워졌으니 전기자동차 역시 최근에 만들어졌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초의 전기차는 칼 벤츠가 만든 내연기관 차보다 먼저인 1884년에 영국의 발명가 '토마스 파커'가 만들었다. 그는 이미 그때부터 런던이 점점 배기 가스로 오염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했었다고 한다.
이어서 1898년에는 스포츠카로 유명한 포르쉐 또한 130Kg 모터가 장착된 전기차 ‘P1’을 만들었고, 1912년 발명왕 에디슨도 배터리 판매를 늘리려고 전기차를 만들었는데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 자동차의 38%는 전기 자동차였다고 한다. 전기차는 가솔린 엔진 차보다 소음과 냄새가 적어 상류층 여성 운전자에게 인기가 있었는데, 배터리가 너무 무겁고 긴 충전 시간과 짧은 주행거리로 곧 사라지고 만다.
미국의 '헨리 포드'는 1903년 12명의 동업자들과 함께 포드자동차를 만든다. 포드사는 1903년 ‘모델 A’부터 시작해 여러 개의 자동차 모델을 만들고 계속 개선시켜 1908년 포드는 ‘모델T’를 출시한다. ‘모델T’는 4기통 엔진으로 20마력의 출력에 최고 시속 60~70Km까지 가능했는데 825달러의 가격표를 달고 나온다. 당시 다른 차들이 2000~3000달러에 팔리고 있었으니 거의 3분의 1 가격이었다.
포드는 시카고의 한 정육공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라인을 사용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13년 자동차 공장에 컨베이어 조립 라인을 만든다. 그 유명한 ‘컨베이어 시스템’으로 차를 조립하기 위해 사람이 이리저리 옮겨 다니던 방식에서 사람은 가만히 있고 단계별로 조립되는 차가 이동하게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자동차 조립 공정이 단순화되고 부품들이 표준화되면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된다. 차의 조립 시간이 기존의 12시간에서 6시간으로 줄고 1917년에는 1시간 30분으로까지 줄었다고 한다.
이후 포드는 대량 생산을 통해 차 가격을 더욱 하락시켜 1925년에는 300달러까지 떨어트렸고, ‘모델T’는 1927년까지 1500만 대가 넘게 생산되며 자동차 대중화의 기초를 닦는다. 또 이런 자동차의 대량 생산은 철강, 주유, 정유, 금융, 도로 건설 등 자동차 연관 산업의 발달을 촉발시키며 미국 경제와 산업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친다.
우리나라에 자동차가 들어온 것은 1903년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하는 예식에 쓰려고 들여온 게 최초다. 주한 미국공사 알렌을 통해 수입했고 포드의 ‘모델A’라고도 하는데, 1904년 러일 전쟁 때 사라져 어느 회사의 어떤 차종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이후 1911년 영국산 다임러 리무진이 황실에서 사용할 어차로 수입되었고, 1913년에 순종을 위한 캐딜락도 수입해 왔다.
처음 만든 차는 한국전쟁 이후인 1955년 국제차량에서 만든 ‘첫걸음’, ‘처음 시작한다’는 뜻을 가진 ‘시발’ 자동차다. 국제차량회사는 원래 최무성, 최혜성, 최순성 3형제가 낡은 차를 수리하거나 폐차를 활용해 재생차를 만들다가 세운 회사다. 시발자동차는 드럼통을 펴서 만든 차체에 엔진 일부를 국산화해서 수공업 형태로 만들었다. 1달에 100대도 만들기가 힘들었지만 1964년 문을 닫을 때까지 약 2000대의 차가 생산되었다고 한다.
1974년 기아산업은 일본 마쓰다 차량 몸체에 자체 제작한 엔진을 얹어 65% 수준의 국산화율을 지닌 ‘브리사’를 만들어 큰 인기를 끌고, 1975년 12월 현대가 울산 공장에서 50대의 ‘포니’를 생산하며 세계에서 16번째로 고유한 자동차 모델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이제 말과 마차는 관광지에서나 겨우 볼 수 있을 뿐 사라지고 없다. 말없이 스스로 달리는 마차를 만들겠다는 ‘칼 벤츠’의 생각과 부자들의 사치품이 아니라 누구나 살 수 있는 저렴한 자동차를 만들어 집집마다 차를 소유하고 사람들의 발이 되게 하겠다는 ‘헨리 포드’의 생각이 실현된 것이다.
물론 자동차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의 생활을 편리하게 해 주었지만 석유로 대표되는 화석 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였다. 이로 인해 각종 환경오염, 지구온난화 등 심각한 환경 위기의 주범으로 자동차가 지목되기도 한다. 하지만 반대로 자동차가 없었다면 우리 삶이 어떠했을지 생각해보면 꼭 나쁘다고 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동차가 만들어 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이 지구에서 누군가는 지금도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전하는 자동차, 석유가 아닌 전기로만 가는 자동차... 전기차의 대명사인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페이팔을 만들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라 굳이 돈을 더 많이 벌고자 하는 욕심은 없었다. 다만 그의 인생 목표인 '지구와 인류 살리기'에 석유 고갈과 환경오염 해결이 필요한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기차의 대중화였기 때문에 전기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그는 전기차 확산을 위해 2014년 6월에 전기차 관련 특허 200여 건을 누구나 사용 가능하도록 공개한다.
자율 주행차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구글이 무인 자동차 기술을 개발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안전한 운전을 위해서다. 매년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로 약 124만 명이 죽는데 사고 원인의 90%가 사람의 운전 조작 실수라고한다. 전문가들은 자율 주행 기술이 이런 교통사고를 획기적으로 줄여줄 걸로 예상하고 있다. 또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니 이동 중에 편하게 휴식을 취하거나 다른 일을 볼 수 있어 자동차가 '이동하는 거실'로 개념이 바뀔 걸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의 경우 자율주행이 일상화 되면 사람들이 하루 약 50분 정도의 자유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을 걸로 보고 있다.
'칼 벤츠'와 '헨리 포드'의 이상한 생각이 시간이 걸렸지만 실현된 것처럼, 전기차와 무인자동차 역시 언젠가(아니 곧) 전혀 이상하지 않은 걸로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실현이 될 것이다. 사람들이 먼 거리를 빠르게 이동하는 제 2의 발이 되어 준 자동차는 이제 전기만으로 가고 운전면허가 없어도 누구나 운전 할 수 있도록 변화를 위해 도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