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D, 3D 도면도 살짝 배우고 인테리어, 익스테리어, 마케팅도 어느 정도 알겠다 싶어 매장 콘셉트 잡고 셀프로 도면 그려낸 후 저렴하게 시공해주는 인테리어 업자를 찾아 공사를 시작했어요.
아니, 사실은 인테리어 업자를 쓸 돈이 부족해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디자인 작업하고 시공만 전문가분들께 맡길 수밖에 없었어요.
인테리어 외에도배수구, 정화조, 주차장의 화단 등 생각지도 못한 시청에 허가받아야 하는 문제들, 인터넷에서 알려주지 않았던 시설 문제들에 부딪혀 오픈도 늦어지고 비용도 배로 늘어나고 있었어요.
비용이 늘어나면서 추가 대출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저뿐만 아니라 저희 가족, 지금의 남편인 그때의 남자 친구 모두 극에 다 달아 예민하기 짝이 없었죠.
모든 걸 마무리했다 싶어 오픈하려고 하는데
세월호 사건이 터져버린 거예요.
흠,
이 국가적 재난 상황에 좋다고 오픈할 수는 없겠다 싶어 오픈 날짜를 미루었어요.
그 시간 동안 나름 꼼꼼하게 모든 점검을 했는데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장사가 처음인 저는 1/5도 준비가 안되어 있던 겁니다.
일단 저렴하게 시공하고 셀프로 그린 도면 덕에
매장 천장에서 비가 새고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엔 문도 열렸다 닫혔다 난리고 환기도 잘 안돼서 손님들은 답답해하시고 주방은 제일 저렴한 타일로 골라 미끄럽고 주방과 홀은 조도가 맞지 않아 이질감이 있고 등등등 의 문제들이 오픈한 지 몇 달 후 손님이 없으니 보이기 시작하는 거예요.
다시없는 돈을 들여 하나씩 하나씩 뜯어고치다 보니 처음 인테리어 전문 업자에게 받은 견적과 같은 비용이 들어갔더라고요.
차라리 처음부터 돈을 조금 들여서라도 단단하게 공사를 했다면 속이라도 덜 썩었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