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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곰 Jun 03. 2023

어려운 달

나에겐 아직 너무나도 어려운 도시의 달


달의 차고 기움에 따라 썰물이 되기도 하고 밀물이 되기도 한다. 썰물이 될 때면 시골 아낙네들은 경운기를 끌고 가 칠게와 조개와 석화를 따곤 했다. 밀물이 되면 낚시꾼들은 낚시대를 가지고 가 갯벌 근처에서 낚시대를 드리운다. 그러면 서대며 우럭이며 하는 물고기들이 잡히곤 한다. 나는 밀물이 드리우면 어김없이 대나무로 만든 엉성한 낚시대를 들어 친구들과 낚시를 떠나곤 했다. 대부분의 경우 별 소득없이 돌아오곤 했으나, 가끔 아주 작은 우럭이나 복어등이 잡혔고, 운이 좋은 날이면 꽃게나 작은 도미가 잡히기도 했다. 꽃게가 잡히면 친구들을 모아 꽃게를 씻어 라면 물을 올리곤 했다. 꽤 머리가 돌아가는 친구들은 거기에서 실장어를 낚아 팔기도 하는데, 실장어는 모이면 값이 꽤 나가기 때문에 꽤 쏠쏠한 용돈벌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아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섬사람들은 어촌계니 농협이니 하는 곳에서 받은 달력을 통해 달이 차고 기움을 알 수 있고, 그것이 아니더라도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하다보면 물때가 어떤지를 알 수 있다. 이에 맞춰서 어촌 사람들은 갯벌에 나갈 때 낚시대를 들고 가기도 하고,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나가기도 한다.


이렇게 섬사람들이 달이 차고 기움을 쉽게 아는 까닭은 그것이 익숙하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달력으로, 때로는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며 물때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알지 못하는 외지인들은 물때를 잘못 알아 밀물과 썰물이 언제 오는지 모르는 채로 갯벌에 빠져 죽기도 한다. 갯벌에는 발을 잘못 디디면 빠져나오기 어려운 곳이 있다. 그 곳에 잘못 발을 디디면 아무리 빠져나오려 해도 갯벌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나도 어렸을 적 한번 그 곳에 빠져 신발 하나를 버리고 나온 적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흔히 달에 비유하고는 한다. 나쓰메 소세키가 "I love you"를 "달이 아름답네요"라는 말로 번역한 것은 유명한 일화이고, 사랑하는 님의 마음을 달에 비유하는 시는 차고 넘친다. 밀물과 썰물, 그리고 달의 차고 기움을 생각해보면, 사람의 마음을 달로 비유하는 것은 어찌 보면 맞는 비유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섬마을에서 수십년을 살았고, 시골의 달은 나에게 익숙하지만, 아직 도시의 달은 내겐 너무나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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