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타래는 강의를 위한 노트입니다. 강의의 제목은 “우주, 생명, 마음”이고 노트의 작성 목적은 강의 내용을 정리하고 강의를 개선하는데 있습니다.
이 강의는 인문대생을 위한 과학 교양 수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의 과학 강의와 다른 방향에서 과학에 접근합니다. 그 목적을 위해 제가 우선 한 것은 교과서적인 접근 방식을 피하자는 것입니다. 여기서 교과서적이라 함은 내용 위주로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중고등학교의 과학 수업을 떠올리시면 됩니다. 이 접근 방식은 과학 자체를 배우는데 효과적입니다. 이 방법은 핵심적인 내용만을 압축해서 전달하고 문제 풀이를 통해 연습을 시키는 것입니다. 이와 방법은 앞으로 과학을 전공하고 학생에게는 유용합니다. 시간대비 많은 양의 학습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접근은 교양으로 과학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에게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오히려 높은 진입 장벽으로 과포자를 만들기 십상이죠. 우리 교양인이 알고자 하는 것은 좁은 의미의 과학 문제 풀이 이상입니다. 우리가 궁금한 것들은 과학자가 어떻게 그런 발견을 했는지, 어떻게 그런 이론적 아이디어가 떠올랐는지, 그 이론의 의의는 무엇인지 등등의 더 넓은 의미를 가진 것들입니다. 우리는 과학이 주는 통찰과 의미에 더 관심을 가집니다.
따라서 과학의 역사를 짚어가면서 당시의 상황과 과학자들의 생각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강의의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여러분이 중고등학교 과학교육을 통해서 배운 것과 다른 많은 것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뛰어난 현대 과학을 보면 상상이 안될 수도 있지만, 사실 과학의 실제 역사는 수많은 실패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많은 과학자들이 더 나은 이론을 찾기 위해 피를 토하는 노력을 했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노력은 실패로 판명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다 아주 가끔 성공을 거두었지요. 그럴 때마다 과학이 조금씩 발전했습니다. 처음에는 보잘 것 없었지만 작은 발전이 수천년이나 차곡차곡 모이자 현대 과학이라는 금자탑이 만들어졌습니다.
만일 탑을 쌓는 과정을 보지 않고 완성된 탑만을 보면 어떻게 보일까요? 탑이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요? 실패를 보지 않고 화려한 외양만을 보게 되면 현대 과학은 완성된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과학이 아직 못 푼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완성된 과학은 고정된 과학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과학은 과거에도 그랬고 오늘 날에도 여전히 살아 숨쉬는, 쉼없이 발전하고 있는 동적인(dynamic) 지식 체계입니다. 우리가 과학의 내용에만 집중하면 이 흥미로운 과학의 생기 넘치는 측면이 가려져서 보이지 않게 됩니다.
이렇게 살아있는 과학을 볼 때만 우리는 과학에 대해 다른 질문을 던져 볼 수 있습니다. “과학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과학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과학은 지금 어디까지 나아 갔을까?”, “과학이란 무엇일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 강의의 목표입니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과학에게 말을 거는 겁니다. 교과서식 과학교육은 일방 소통입니다. 그것은 대화할 틈을 주지 않고 혼자만 말하는 사람을 만난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 모두 아시겠지만 그런 사람과의 대화는 재미가 없지요. 그 사람을 잘 알려면 양방향 소통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주제의 이야기를 나눠야 하지요. 이 강의가 추구하는 방향이 그것입니다. 과학을 알아가기 위해 여러 측면을 살펴보는 것.
그렇게 대화할 때 과학이 우주와 우리 자신에 대해 알려준 것들이 의미있게 다가올 것입니다. 과학이 그저 종이 위에 지나가는 글자의 연쇄가 아니라, 누군가가 우리가 사는 세상이 궁금했고 또 누군가는 내 자신이 궁금해서 모든 열정과 당시의 모든 지식을 끌어모았고 그렇게 발견해낸 것을 모은게 바로 과학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왜 인류는 그런 호기심을 타고 났을까요? 이유를 알기 어렵지만 어쨋든 우리는 그런 존재로 태어났고 지금까지도 궁금증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그 갈망을 채워온 것이 과학의 역사입니다. 그렇게 보면 과학은 우리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이기도 하지요. 진부한 이야기입니다만, 과학을 어떻게 이끄느냐가 앞으로 우리가 어디로 갈지를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강의의 마지막 부분에서 우리는 이 주제를 이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강의는 현대 과학의 두 기둥-물리학과 생물학-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물리학과 생물학 외에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시간의 한계로 다 다룰 수 없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두 분야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많은 영역을 커버하는 셈입니다. 공부할 것은 충분히 많으니 그 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
첫번째 파트인 우주에서는 물리학과 천문학에 초점에 두고 진행합니다. 여기서는 그리스 시대부터, 과학혁명기,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에 이르는 과학의 발전 과정을 살펴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의 이론을 모두 모아서 쌓아올린 과학이 알려준 우주의 모습을 현대 우주론을 통해서 살펴봅니다. 두번째 파트는 생명과 마음으로 나눴습니다. 생명 파트에서는 지구의 환경과 생명의 탄생, 진화론이 주된 내용이 됩니다. 마음 파트에서는 인간의 정신에 과학 이론의 발전 과정을 살펴봅니다. 고대 종교와 신화부터 고전 심리학, 행동주의, 인지과학을 다루고 인공지능을 다룹니다. 마지막으로 트랜스휴머니즘을 살펴보면서 과학과 인류의 미래를 조망해 볼 것입니다. 우주-생명-마음의 구성은 우리가 사는 우주에 등장한 시간 순으로 배열되었습니다. 이 배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하나의 통합된 스토리를 의도하고 계획된 것입니다. 과학은 광대한 우주와 우연히 등장한 지구, 생명, 인류에 대해서 많은 것들을 알려줍니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항상 궁금해했던 주제입니다. 과학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어떻게 알게 되었고 어떤 스토리를 들려주는지 궁금하죠? 수업을 마치면 여러분은 많은 것들을 알게 될겁니다.
이렇게 적고 보니 꽤나 야심찬 계획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대략의 강의 목차를 덧붙입니다.
#Part 1. 우주
1강: 고대인의 우주
2강: 과학혁명과 시계태엽 우주 1
3강: 과학혁명과 시계태엽 우주 2
4강: 새로운 세계 1: 상대성이론
5강: 새로운 세계 2: 양자역학
6강: 현대 우주론 1
7강: 현대 우주론 2
#Part 2. 생명
8강: 태양계와 지구, 생명의 탄생
9강: 진화론과 인류의 진화
#Part 3. 마음
10강: 마음에 대한 생각의 역사
11강: 고전 심리학과 행동주의
12강: 인지과학- 뇌과학과 진화심리학
13강: 인지과학- 인공지능 1
14강: 인공지능 2, 트랜스휴머니즘과 인류의 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