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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진권 Apr 26. 2023

과학혁명 5: 뉴턴2

이제 위대한 책 <프린키피아>의 내용을 살펴봅시다. 책의 전체 구성은 이렇습니다. 맨 처음에는 용어 정의가 나옵니다. 바로 뒤이어서 “공리, 또는 운동의 법칙”이라는 소제목이 나오는데 여기에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뉴턴역학의 3법칙이 나옵니다. 


법칙 1: 던져진 물체는 계속 운동한다 (관성의 법칙)

법칙 2: 운동의 변화는 가해진 힘에 비례한다 (F=ma)

법칙 3: 모든 작용은 반작용을 가진다 (반작용의 법칙)



  

뉴턴역학의 3 법칙 부분. 그야말로 근대 과학의 정수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뒤의 내용은 모두 비슷합니다. 세 권에 걸쳐 정말 다양한 실험과 사례, 현상들이 등장합니다. 여기서 뉴턴은 이 3개의 법칙과 그로부터 도출된 정리들로 그 수많은 현상들이 모두 설명된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여러분, 이 부분이 소름 돋는 부분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이 우주에 얼마나 많은, 다양한 현상이 일어납니까? 물질이 부딧치고, 해가 뜨고 지고, 사과가 떨어지고, 이건 뒤에 얘기하겠습니다만, 삼라만상에 수없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지요. 여러분도 모두 알고 계시죠. 그런데 그것들이 고작! 3개의 법칙으로 모두 설명된다는 겁니다. 이것은 정말 과학적 아름다움의 극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밀물과 썰물의 원리. 3이 달입니다.

많은 사례가 있지만 한 가지만 소개합니다. 여러분 밀물과 썰물을 아실 겁니다. 밀물은 바닷물이 육지로 들어오는 거고 썰물은 멀리 나가는 거죠. 바닷물의 수위가 높아지면 밀물, 낮아지면 썰물이죠. 이것 때문에 가끔 관광객이 미처 빠져나가지 못해서 구조된 사건이 뉴스에 나오고 하죠? 그런데 밀물과 썰물이 왜 생기는지 뉴턴이 처음 밝혀냅니다. 물론 밀물과 썰물의 주기가 달의 주기인 30일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인은 몰랐죠. 뉴턴은 왜 그런지 원인을 밝힙니다. 바로 달의 중력 때문이죠. 달은 위성치고는 예외적으로 큽니다. 토성이나 목성의 위성들은 본성보다 아주 작죠. 그런데 달은 지구 크기의 약 1/4 정도나 됩니다. 그렇다 보니 중력도 강하죠. 그래서 달의 중력에 바닷물이 끌려 올라가게 됩니다. 그래서 달이 위치한 방향이 밀물이 되고 그 옆 바다는 썰물이 되죠. 뉴턴은 자신의 이론을 이용해서 바닷물의 수위가 얼마나 높아지는지 낮아지는지까지 정확히 계산해서 보여줍니다. 그 값이 실제 밀물과 썰물을 관측한 결과와 일치하니 이견의 여지없이 증명이 되죠.  



또 하나의 유명한 사례는 혜성(comet)이 있습니다. 혜성은 태양을 도는 천체입니다만 아주 긴 주기를 가진 천체들이죠. 한번 도는데 짧은 건 몇십 년 긴 건 몇천 년 걸립니다. 그래서 드문드문 지구를 찾아오는 아이들이죠. 프린키피아 이전에는 혜성은 그저 신비로운 대상이었죠. 때로는 혜성을 신의 징벌이나 전염병 등과 연관시켰고 그래서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죠. 그런데 프린키피아 덕분에 혜성을 연구할 길이 열렸습니다. 뉴턴은 궤도가 길 뿐이지 혜성의 궤도 또한 다른 행성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였지요. 자세한 연구는 헬리가 이끌었습니다. 그는 과거 기록을 참고해서 여러 혜성을 찾아냈는데, 그중 유명한 것이 바로 “헬리 혜성”이죠. 아름다운 꼬리로 유명한 헬리 혜성은 76년마다 한 번씩 태양을 도는 비교적 짧은 주기를 가진 혜성입니다. 헬리는 연구를 통해 1758년 12월에 이 혜성이 하늘에 나타날 것으로 계산했습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해 크리스마스날, 헬리의 예측대로 혜성이 하늘에 나타났습니다. 뉴턴은 1727년에, 헬리는 1742년에 사망했기 때문에 두 분 모두 그 해에 계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예측은 정확했습니다. 이것은 뉴턴역학의 정확성을 세상에 알린 사건으로 이후 헬리의 업적을 기려 이 혜성에 헬리혜성이란 이름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프린키피아와 거기에 실린 이론, 지금은 ‘뉴턴역학’이라고 부르는 이론은 사람들에게 많은 놀라움을 주었습니다. 과학에서 가장 강력한 증명이 바로 이런 것인데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현상을 이론으로 도출하고 증명까지 해내는 겁니다. 달리 말하면 알려진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거죠. 물론 그것도 쉬운 건 아닙니다. 다만 상대적으로 그렇다는 거죠. 과학 이론은 보통 알려진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서 만들어지죠. 그런데 과학 이론은 넓은 적용범위를 가지기 때문에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현상에 대한 설명도 포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기존에 모르던 부분을 검증해서 이론이 맞다면 그건 대단한 성과가 됩니다. 그 부분은 모르니까 이론을 만들 때 염두에 두고 만든게 아니겠죠? 그런데도 여기서 이론이 성립한다는 것은 그 이론이 옳다는 강력한 증거가 되는 겁니다. 그리고 지식의 측면에서도 모르는 영역을 ‘아는 영역’으로 바꿔 준 것이니까 인류의 지식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의미가 있죠.


그런 의미로 <프린키피아>는 이론의 여지없는 위대한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대단한지 과학사가들이 기적의 해(anus mirabilis)라고 부르는 두 해가 있습니다. 첫 번째가 바로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과 미분을 발견한 1666년이고, 두 번째 해가 아인슈타인의 1905년입니다(두 번째 해에 대한 이야기도 나중에 자세히 나눌 테니 기대하세요). 

그렇다면 뉴턴은 어떻게 이런 놀라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을까요? 그의 사고과정을 따라가 보는 것은 매우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그러려면 ‘뉴턴의 사과’를 잠시 언급하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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