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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Jul 13. 2020

집 앞 세차

풀장 물 재사용하기

물이 겁나 많다. 마음이 불편하다. 어떻게든 재사용을 해야겠다.

물이 너무 아까워 어떻게하나 일박이일동안 고민 끝에  물로 세차를 하기로했다. 퍼다 나르다 판나겠지만 그냥 흘려 버리기엔 마음이 불편하니 이렇게라도 재사용해야지 어쩔  없다. 아침 먹으면서 풀장 물로 세차하겠다니 시원 눈이 번쩍 떠진다. 흐느적 밍기적대며 먹는둥 마는둥 하던 숟가락질이 급속 모드로 전환. 아예 수영복을 입혀서 내보내기로 했다. 


대문 열어제끼고 남매의 열정페이를 최대한 착취하기로..

시원이는 나름 열심히 물을 퍼나르는데 리원양은  풀장 수면까지 팔이 닿질 않는다. 기껏 수영복 입고 내려왔는데 멀뚱히 오빠 하는거 쳐다보는 수밖에. 아내가 애들 목욕통을 가져와서 거리로 물을  부어줬더니 그제야  몫을 하겠다고 바가지로 물을 푸는데... 푸자마자  몸에 끼얹는다. 그걸  시원이도 물을 퍼올리면서 반, 차에 부으면서  정도  몸에 들이붓는다. 수영복 입히길 잘했다. 나는 본의 아니지만  녀석에겐 당연하게도 세차가 아닌 물놀이가 되어버렸다. 


집앞에서 세차를 하면서 시끄럽게 굴었더니 앞집 건너편집까지 내다본다. 지환이도 아빠랑 산책 갔다오다 물놀이 같은 세차 현장을 목격하고는 곧장 바가지 하나를 들고 물을 퍼온다. 보다 못한 지환이 아빠가 아예 집에서 호스를 끌어와 지환이 손에 쥐워줬다.  와중에 지환이 아빠는 와이퍼 교체하는

법을 물어보고,, 앞집 아저씨와 내가 달라붙어 지환이네  와이퍼를 떼어내려고 낑낑거렸다. 결국 유투브의 가르침을 받은 지환아빠가 분리 교체를 했지만, 남자들만의 세계(?)를 공유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좀,, 묘했다. 


집을 수리해 들어오면서부터 사무실일로 무척 바빴다. 곧이어 둘째도 태어났고 시원이는 다섯살 여섯살이었고 아내는 육아휴직  바로 출근했었고. 단독주택이라지만 아파트나 다름없을 정도로  밖으로 나가질 않았다. 주말에는  안에서 애들 보다가 잠자다가 집안 정리하다가 끝났고 주중에는 거의 새벽에 들어오곤했으니. 차라리 아파트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마당을 사용하고 대문앞에  세워놓고 세차를 하니 비로소 땅에 달라붙은 집에 사는 기분이든다. 


그리고 지금처럼 새벽 빗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릴때면 더욱.

후텁지근해서 깼더니 창문이 다 닫혀있다. 거실 소파에 누워 선풍기바람을 쐬니 세상 시원하니 좋다. 창문 열었더니 비가 제법 오는듯 빗소리가 크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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