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나를 아는 사람도 있지만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에 오늘 있었던 일을 자랑(?) 하고 떠나야겠다. 전세 보증금 때문에 엄마께 빌린 1,900만원을 오늘부로 1년하고 한 달만에 다 갚았다. 아직 은행 빚이 1억 남았지만, 어쨌든 내 힘으로 해낸 성과니까 어디에라도 얘기하고 싶었다.
요즘 일이 너무 지지부진하게 느껴져서 좀 힘들었는데 내일이면 좀 다른 기분을 느껴볼 수 있을지...! 날이 추워지니 운동 권태기가 와서 운동도 영 지지부진했다. 먹는 것만 많이 먹고. 이럴 때의 해법은 그냥 계속 하는 것이란걸 나는 안다. 하지만 인간이란 왜 이리 게으른 족속인지..?
먹는 것 얘기를 하자면.. 최근에 늦은 생일 축하하러 간 죽전 <라포티> 프렌치 괜찮았다. 하우스 와인으로 곁들여 마신 무통 까데 헤리티지는 첫 맛에 톡톡 튀는듯한 탄닌 이 주는 느낌이 매우 인상깊었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포스팅하고 싶은데 코스 중 단호박 벨루떼와 감자 뇨끼, 관자 요리는 정말 그릇째 들고 바닥을 싹싹 핥고 싶었다.
오는 주말엔 드!디!어! 10월 19일에 디저트 코스 영접하러 간다. 대구에 있을 때만 해도 언제 가나 싶었는데 마침 친구네 바로 옆으로 이사와줄 줄이야. 그 다음주엔 엄마 꼬셔서 강경에 젓갈 백반이나 먹으러 가야겠다.
나는 회사에서 개인적인 얘기를 거의 안 한다. 20대 땐 회사 사람들하고 SNS 친구도 하고 온갖 인생 고민을 다 얘기했던 것 같은데 어느새 그 모든게 크게 의미없어지는 순간이 온 것 같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회사 사람들하고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제일 친한 친구들도 이제 삶에서 본업의 비중이 훨씬 커져서, 사실 우리가 평소에 얘기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다. 그렇기에 최근 인생에 외로움의 비중이 좀 더 커졌다고 느낀다.
회사에서 업무상 접점이 없던 사람들과 접점을 만들어 나가면서 뜬금없이 먹을 것 선물을 받기도 하고, 초면인 사람과 스벅 가서 한 잔씩 하는 일도 생긴다. (생일때 선물받은 기프티콘들이 톡톡히 제 몫을 해 주었다) 회사에 왕국을 건설해나가는 느낌이라고 혼자 킥킥대며 웃기도 하는데, 사실 내 직무가 사내 '인플루언서' 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도 해서 틀린 말은 아니다. 인플루언서는 팬과 안티 둘 다 많지 않은가? 왕국에도 반대파는 늘 도사리고 있다. 다만 대내외를 평화롭게 하여 후대에 '성군' 으로 평가받길 바랄 뿐이다.
교회 목장도 이제 바뀌고 늘 보던 사람들을 못 볼 생각을 하니까 괜히 마음이 헛헛하다. 주님의 계획은 알 수 없고, 오늘 엄마 옆에서 한참을 찡찡댔다. 나는 어디로 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