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은 씨의 에세이를 보고 있다.
엄마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샀던 중고책인데
"그러라 그래" 라는 양희은 씨 목소리가 들릴법한 쿨내에
괜히 힘든 날 읽어보면 강단 있는 용기가 생긴달까
내가 사는 인생이 1cm X 1cm 정육각형 정도의 사이즈였다면
양희은 씨의 삶은 1m짜리 스케일을 가지고 있었다.
나보다 훨씬 낮았고, 나보다 훨씬 높았다.
(우습게도) 단 한번도 돈 걱정 한 적 없이 살았던 나에게
그렇다고 돈이 많은 건 아니다
늘어나는 빚에, 겨우 다 갚았을 때 엄마가 몰래 다시 지워둔 추가 빚에
어떻게 갚아야 할지 막막함 속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래를 시작했던 10대의 그분의 이야기는
38살의 너무 늦은 나이에
내 인생을 돌아보게 해주었다.
회사에서, 육아에서, 남편과의 관계에서
심해 저 바닥일 것 같았던 내 인생이
사실은 제주도 앞바다 발이 조금 담궈질만한 해변 언저리였다는 사실
내 생각이 전부일 것 같았는데
내 생각의 크기도, 슬픔의 크기도 인생의 높고 낮음도
그냥 1cm 짜리 주사위였나보다.
나의 솔직한 고백.
생각해보니 말이야.
나는 인생에서 중하위권으로 살아본 적이 없어.
공부도, 대학도, 회사도, 가족도, 남편도
항상 시작은 최소 중상이었고, 이를 상쯤으로 올리기 위해 아등바등
최상과 비교하며 아등바등 살았던 것 같아.
그런데 말이야.
솔직히 말하면 말이야.
부끄럽지만 말이야.
내가 하위권에 들어갈만한
일도, 모임도, 도전도 다 시도하지 않았었던 것 같아.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될 것 같은 모임엔 아예 가지 않았고
나를 모셔가지 않는 회사에는 아예 발도 들이지 않았고
돈이 부족해서 아쉬울 것 같은 여행은 가지도 않았어
그래서 난 경험도, 지식도 부족해
양희은 씨가 노래 아르바이트로 섰던 무대처럼
내가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그래서 더 간절하고, 의미 있고, 배울 것이 많은
그런 선택을 해보면 어떨까?
아무도 이 무대에서 박수를 쳐주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는 몇 사람의 응원과 지지로
그것들이 쌓이고 쌓이면
나는 이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무시 당할까봐 두려워 하지 않아도 되고
모르는 것을 들킬까봐 걱정 하지 않아도 되고
내가 알게 된 나머지 99cm의 이야기들을
그들과 이야기 하고 싶어질 것 같아
38살의 인생. 너무 늦었나?
하기엔 지금 너무 설레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