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경 백하헌 관장
백하헌
귀하, 알다시피
물이 제 모양이 있어
오만상 그릇에 담기는가
바람이 제 갈 길이 있어
창공에 쳐놓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가
반백 년 인생고개 넘을 즈음
전생의 무슨 업보이기에
배배 꼬인 팔자는 자나깨나 여여한가
죽어라, 죽어라,
파도 이랑 타고 달겨드는 죽을 고비
얇은 새가슴 하얀 피눈물로 적시며
골고다 언덕을 넘어 양평땅 광야 한 켠에
달팽이집 하나 지었네
그래,
바스락 온몸 부서져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입 다물고 살지
물은 작은 혼구녕이라도 다 채우고 나서 바다로 흐르거늘
내 배냇살 떼내어 멕여 키운 자식도 생불이요
액기손가락 걸어 코꿴 서방도 부처요
갑돌이 갑순이 더불어 사람사는 세상이 천국이네.
어둠이 내리는 양철삼간 집에 깜박, 등불 켜고
진탕뻘에 하얀 연꽃 피는 내력을
말로 다 이를 수 없어
낯빛에 오만 생각 다 지우니 마음 속에 금바람이 분다
무심히 귀하를 초대하오니
차나 한 잔 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