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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종 May 20. 2018

백하헌

- 정혜경 백하헌 관장

(백하헌 - 정혜경 관장) 15호, 캔버스 위에 유채, 2018, 황재종


백하헌


귀하, 알다시피

물이 제 모양이 있어

오만상 그릇에 담기는가

바람이 제 갈 길이 있어

창공에 쳐놓은 그물에 걸리지 않는가


반백 년 인생고개 넘을 즈음

전생의 무슨 업보이기에

배배 꼬인 팔자는 자나깨나 여여한가


죽어라, 죽어라,

파도 이랑 타고 달겨드는 죽을 고비

얇은 새가슴 하얀 피눈물로 적시며

골고다 언덕을 넘어 양평땅 광야 한 켠에

달팽이집 하나 지었네


그래,

바스락 온몸 부서져도 나몰라라 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입 다물고 살지


물은 작은 혼구녕이라도 다 채우고 나서 바다로 흐르거늘

내 배냇살 떼내어 멕여 키운 자식도 생불이요

액기손가락 걸어 코꿴 서방도 부처요

갑돌이 갑순이 더불어 사람사는 세상이 천국이네.


어둠이 내리는 양철삼간 집에 깜박, 등불 켜고

진탕뻘에 하얀 연꽃 피는 내력을

말로 다 이를 수 없어

낯빛에 오만 생각 다 지우니 마음 속에 금바람이 분다


무심히 귀하를 초대하오니 

차나  한 잔 드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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