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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저 빵을 사러 갔을 뿐인데

늦은 아침 생각의 시창작 18

by 박 스테파노

나는 그저 빵을 사러 갔 뿐인데

크리스마스 전날 하늘에는 눈 대신 고요가 내려앉았다 유리문 너머 매장은 유예된 겨울처럼 비어 있었고 나는 누군가의 마음으로 쥔 쿠폰을 들고 그 마음을 빵으로 바꾸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빵의 온도를 느낄 수 없었다 점주의 눈은 오래 끓이다 식은 국물 같았고 그 눈빛은 나를 보지 않았다 어쩌면 아무도 보고 있지 않았을지도 그는 말을 하지 않았고 나는 인사를 건넬 수 없었다 내가 산 것은 그저 밀가루 덩어리가 아니었다 그의 침묵이 굽힌 등 위에 얹혀 있었다 얹혀 있음 밖에서는 누군가 외쳤다


"SPC는 망해야 한다!"


불매는 정의고 윤리는 실천이어야 한다고 그러나 정의는 지나치게 가벼운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가벼운 이름표 누구도 말하지 않았다

임대료 계약 벌칙

손목 위 밀가루와 땀 경계조차 기억하지 않았다 나는 집으로 돌아와 식지 않은 빵을 잘랐고 그 속에서 누룩보다 먼저 들끓던 말들을 씹었다

누구의 전쟁인가 누구의 구호 누구의 방패

기업은 여전히 도넛을 만들고 에클레어에 크림을 넣는다


나는 빵을 삼켰고 그는 하루를 삼켰다 나는 선택했다고 믿었고 그는 선택당했다고 느꼈다 선택당함 정의는 때때로 거리를 몰라보며 멀리 겨냥한 것이 가까운 이를 베어버릴 때 우리는 누구를 위로해야 하는가 나는 빵을 먹으며 구호의 정당함을 되뇌었지만 그의 이름은 끝내 알 수 없었다 그날의 빵은 맛이 없었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나는 그제야 입을 다물었다

나는 그저 빵을 사러 갔을 뿐인데


AI S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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