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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를 직면하는 마지막 수단

(소설에서) 다시 만난 카피 03

by 이유미

책방을 운영하지만 주기적으로 가야 하는 곳도 서점이다. 나는 몇 개월에 한 번씩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에 가서 내가 모르는 어떤 책들이 새로 나왔는지 요즘 베스트셀러는 무슨 책인지를 살핀다. 일부러 서점을 가기 위해 나서기보단 외부 강의나 미팅이 있으면 업무가 끝난 뒤 근처 서점을 검색하고 찾아가는 편이다. 최근 서점에 갔다가 조금 의아했던 건 베스트셀러 매대에서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을 봤을 때다. 내가 알고 있는 그 소설이 맞다면 출간된 지 꽤 된 책인데, 어떤 계기로 역주행의 바람이 불었을까? 다행히 아직 읽어보지 않은 소설이라 이참에 읽어봐야지 싶어 한 권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도 이유가 궁금해 SNS에 내 의문을 올렸는데 딱히 정확한 이유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의 팔로워들도 이유가 알고 싶다는 눈치였다.


그렇게 <모순>을 읽기 시작했는데 역주행이고 뭐고 이 재미있는 소설을 왜 이제야 읽었나 싶었다. 책은 내 취향이라고 할 만큼 사소하지만 공감할만한 이야기들이 주인공의 서사를 배경으로 그려졌다. 그리고 내가 완전히 반해버린 등장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주인공 안진진의 엄마다.


어머니가 책을 읽기 시작하면 우리 집에 아주 중요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책의 내용은 일어나는 혹은 일어난 일의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된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어머니는 자신의 힘만으로 상대하기 버거운 문제와 직면하면 마지막 수단으로 동네서점에 달려가 해결법이 들어있을 것 같은 책을 고르곤 했다. 마치 어려운 수학 문제와 한참 씨름하다 문득 뒤 페이지의 해답 편을 반짝 떠올리는 수험생처럼. (‘모순’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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