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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

(OTT에서) 다시 만난 카피 09

by 이유미

육아하는 부모(보호자)들이 하루에 기다리는 유일한 시간은 집안일을 얼추 마무리 짓고(완벽히 끝내는 날은 오지 않기에 어느 선에서 중단한다.) 아이가 잠든 후 맥주 한 잔이라도 마시며 보고 싶던 OTT를 챙겨보는 것 아닐까 싶다. 일단 나는 그렇다. 물론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이라 방에서 혼자 숙제를 하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는 등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도 하기에, 이제는 완전히 잠든 후가 아니어도 보고 싶은 걸 볼 수는 있다.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의 장르가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 같은 것들이다 보니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에 보기 힘든 것들일 때가 잦다. 그럼에도 본방 사수 하고 싶은 드라마는 아이가 거실에서 놀 때 안 방 TV로 챙겨보곤 한다. 이때 아이가 방에 볼 일이 있어 들어오거나 엄마가 궁금해져(?) 들어왔다가 욕설이 오가고 가끔 잔인한 장면이 끼어드는 화면을 보곤 알아서 방을 나가기도 한다. 그러면서 꼭 한마디 남긴다.


“아이참, 엄마는 왜 그런 것만 봐.”


초등학교 3학년이 봐선 안 될 것을 봤다고 하여 금세 TV 채널을 돌리거나 꺼버리는 엄마가 아닌 나는, 그럴 때마다 허허 멋쩍은 웃음을 흘리거나 엄마의 취향을 존중해 달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어쨌거나 아이가 잠든 후 보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하다.


모처럼 주말 저녁 아이도 일찍 잠들었겠다, 영화나 드라마를 좀 볼까 싶어 거실 TV로 OTT 채널에 들어갔다. 볼 게 많아도 너무 많다. 그런데 뭘 봐야 할지 모르겠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프로그램은 왠지 또 보기 싫을 때가 있어 내 취향을 찾아 탐색의 시간을 갖는다. 빠른 검색을 위해 장르 카테고리에서 스릴러, 미스터리, 공포를 골라 찾는다. 별점도 보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도 읽는다. 별점이 3개 반인 것도 못 보겠다. 사람마다 기준이 다를 텐데, 그럼에도 다른 영화를 찾는다. 한국 드라마는 스마트폰에서 제목을 검색해 당시 후기를 찾아본다. 벌써 30분이 훌쩍 지났다. 주말에도 출근하는 자영업자라 주어진 새벽 시간이 그리 넉넉하지 않기에 초조해진다. ‘에라, 모르겠다’ 하나를 선택해 찝찝한 마음으로(?) 보기 시작한다. 초반 10분쯤 봤을까? 역시 나는 리모컨을 들어 ‘나가기’를 누르고 다른 영화 탐색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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