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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의 장점

(심리학에서) 다시 만난 카피 15

by 이유미

자영업자들의 문제가 예사롭지 않다는 뉴스가 매일 빠지지 않고 나온다. 2023년에만 100만 개에 가까운 가게가 폐업했단다. 가게 10개가 오픈하면 8개가 폐업을 한단다. 진짜 심각한 건 폐업하면 그 자리에 새로운 가게가 오픈되기 마련인데 그 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 뉴스에서 자영업자들은 한결같이 코로나 때보다 더 힘들다고 호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코로나 때는 나라에서 지원금이 나왔다. 저금리로 대출도 해줬다. 하지만 팬데믹이 끝난 지금은 장사가 그때보다 안 될뿐더러 지원금도 없고 그때 받았던 대출을 갚을 여력이 되지 않아 폐업 순을 밟는 것.


남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얘기이기도 하다. 남 얘기여도 문제인데 내 얘기라 더 심각하다. 남편과 나는 북카페를 운영 중이다. 남편은 개인 카페를 나는 책방을 따로따로 운영하다가 최근 이 둘을 합쳤다. 공간도 다시 얻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느라 대출을 받았다. 이전 가게에서 매출 실적이 그다지 좋지 못해 대출도 쉽지 않았다. 새롭게 시작하자고 으쌰으쌰 해보지만 기대만큼 매출이 환상적이진 못하다. 가게 하면서 가장 하지 말아야 될 게 일희일비라던데, 어떤 날은 기대 이상으로 매출이 좋아 신이 나다가 어떤 날은 손님이 손가락에 꼽을 만큼이라 한숨이 푹푹 나온다. 불안이 엄습해 온다. 장사가 잘 안 되면 이대로 얼마나 유지할 수 있을까. 그냥 버티는 게 이기는 거라던데 어떻게든 버티면 되는 건가. 우리 가게 앞을 그냥 지나가는 손님을 끌어당겨서라도 앉히고 싶은 심정이다.


잠이 안 오면 수면에 관한 책을, 불안하면 불안에 대한 책을 찾아 읽는 게 나의 유일한 치유법이다. 장사가 예상대로 되지 않아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온 나는 책방에 있는 책 중 불안에 관한 책을 찾아봤다. 그중 김경일 교수가 쓴 <김경일 교수의 심리학 수업>에서 불안을 설명한 부분에서 흥미로운 문장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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