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빙거 성
2019년 6월 17일
버려진 풍경을 좋아한다.
사람들이 손길이 닿지 않는, 허름해서 어쩐지 으스스한 공간은 언제나 눈길을 끈다.
아침 8시. 사람의 흔적일 게 분명한 판자 더미 앞을 경찰들이 둘러본다. 바닥에는 유리병이 깨져있었고 신문지가 바람에 흐느적거렸다.
독일의 전차를 쫓아 걷다 보니 어느새 또 아우구스투스 다리 위다. 며칠 뒤면 익숙해질 길을 따르며 나는 스타벅스에서 아침을 해결했다.
Dresdner Zwinger
Zwinger
세계적으로 유명한 츠빙거 성은, 독일 최고의 바로크 양식의 빌딩으로 유명하다. 궁의 코트야드(안뜰)에는 요정의 욕조(Nymphs' Bath)라는 이름의 분수대뿐만 아니라 왕관의 문(Crown Gate)과 같은 구조물들로 화려하다.
지금은 화려한 외관이 빛나는 츠빙거 성도, 아우구스투스 2세 통치 시절에는 그저 방어적 역할만 했던 곳이라고 한 한다. 또한 이곳의 코트야드는 정원 역할을 했으며, 한랭한 드레스덴의 날씨에 오렌지 나무와 같은 과수를 키우기 위해 사용한 건물(오랑제리)이었다고 한다.
실제로 드레스덴에서는 매년 오렌지 나무를 심는 행사가 있는데 나는 운 좋게도 그 장면을 목도했다. 미술관 직원과 이야기를 하던 중 그녀가 창밖을 가르치며 말했다. "저기 축제가 하고 있어."
나는 별다른 감흥 없이 "매일 하는 축제예요?"라고 물었다. 그녀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니! 일 년에 한 번."이라고 말했다. 나는 쏜살 같이 달려 나가서 행사를 구경했다.
Gemäldegalerie Alte Meister
Old Masters Picture Gallery
여행 첫날에는 보슬비가 내렸고 날씨는 우중충했다. 덕분에 사진 촬영은 더 놓은 날을 기약하며, 나는 지하(0층)에서 시작하는 아트 갤러리로 향했다. €30을 주고 vip 티켓을 구매했다.
이곳은 1855년에 건축가 Gottfried Sember에 의해 지어졌다. 2013년에 건축적,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 건물을 중대한 보수 공사에 들어갔지만 SKD(드레스덴 주에 위치한 문화 기관)의 노력 덕분에 2016년에 renobation(보수) 프로젝트의 첫 단계를 끝마쳤다고 한다.
미술품이 주를 이루는 Semper 빌딩의 작품들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걸려있다.
0층 : 15-16세기
1층 : 16-18세기
2층 : 17-18세기
3층에 달하는 갤러리에는 멋진 그림들이 많다. 다만 18세기 이후 작품을 좋아하는 나는 그곳을 금방 빠져나왔다. 다만 확실한 점은, 이런 미술관을 차리고 싶다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미술관을 짓고 싶다는 열망이 생긴 이후부터 미술품 컬렉션과 큐레이팅뿐만 아니라, 관람객이 쉬는 의자, 조명과 스태프들의 동선을 눈여겨보는 버릇이 생겼다. 그런 점에서 츠빙거 아트 갤러리는 아주 훌륭하다.
Porzellansammulung
porcelain collection
아우구스트 2세는 도자기에 완전히 매료됐었다고 한다. 그는 도자기를 "White gold"라고 부르며 컬렉션을 모았다. 츠빙거 안에만 해도 2만 개가 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꼽을 수 있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도자기(Porcelain)들은 중국의 15세기부터 일본의 18세기 작품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다.
cafeteria
cafeteria
츠빙거 내부가 한눈에 보이는 2층 난간을 따라 죽 걷다 보면 야외 테이블이 보인다. 햇빛이 좋은 날이면 자리가 꽉 차지만, 변덕스러운 드레스덴 날씨 때문에 비가 오락가락한 날이었다. 나는 고민 없이 안으로 들어갔다. 마친 다리도 아프고 배가 고프던 때였다.
카페 음식들은 생각보다 비쌌다. 대게 박물관에 위치한 카페테리아가 그러하듯 가격은 음식값을 제외하고도 자릿세를 더한 느낌이었다. 비루하지만 나는 크루아상 하나와 물 한 병을 주문했다.
빵을 쪼개 먹어도 식사 시간은 10분을 넘기지 못했다. 나는 아쉬운 입맛을 다지며 직원의 등을 쫓았다. 내 시선이 뜨겁지도 않은지 금발의 직원은 단체 손님을 받는데 여념이 없었다. 짧은 머리카락을 금발로 물들인 직원은 카운터로 돌아가 주문을 다 옮긴 후에야 나에게로 왔다. 패딩 조끼를 껴입은 내게, 반팔을 입고 씩씩하게 걸어오는 그녀는 무척 건강미 넘쳐 보였다. 부럽다. 날씨 추운 국가를 여행할 때면 추위 잘 타는 몸뚱이가 아쉽다.
팁을 얼마 줘야 하나.
그녀가 다가오는 순간에도 계산기를 두드렸다. 직원이 걸어오는 순간을 슬로모션으로 나누며 돈 계산을 마쳤다. 음식값이 8유로 정도 나왔던가(너무 비쌌다 정말). 나는 고민 끝에 10퍼센트의 팁을 합친 팁을 스윽 내밀었다. 까만 장지갑에 지폐를 넣던 직원이 테이블 위에 나타난 동전을 보더니 "땡큐 쏘 머치!"를 외쳤다. 지금까지도 독일 사람이 그렇게 놀란 모습은 보질 못했다. 나는 그제야 내 팁이 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여행 이틀 차에 쩨쩨하게 굴지 않기로 했다.
금발 직원의 열렬한 인사를 받으며 나는 츠빙거 궁을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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