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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영 Aug 30. 2021

내게 유해한 사람

앞으로도 그렇게 남아주세요


인간적으로 닮고 싶었던 선배가 결혼을 한다.
학번도 꽤 차이가 났지만 동아리 신입생 환영회에서 살갑게 내 옆자리에 앉았고, 보자마자 앞으로 대학생활 동안 이 사람을 롤모델로 삼아야겠다 라는 꿈이 생겼다.

가까워지다가도 멀어지기를 반복했다.
어려운 일이 있을 때면 개인적으로 연락을 했던 일도 여러 번 있었지만, 막상 축제에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나누려니 선배가 어렵게 느껴졌다.

친구가 많았던 선배는 자연스럽게 동기들을 하나둘 불러 앉혔고, 그 사이에서 나는 점점 주눅이 들었다.
상황을 피하다시피 슬그머니 자리를 빠져나왔고, 다음날 선배는 내게 안부를 물었지만 나는 또 핑계를 둘러댔다.




수석 졸업을 하고 외국계 기업에 취업한 선배는 내게 또 밥을 사주겠다며 놀러 오라고 말했다.
나는 또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늘어놓았다.
동기와 같이 가려다 여러 번 무산되었기 때문이지만 사실은 혼자 갈 용기가 없었던 거다.



며칠 전 '내게 아주 무해한 사람보다 적당한 선을 넘지 않을 정도로 유해한 사람을 만나고 싶다'라는 글을 보았다.

내가 선배를 어려워할수록 마음 한 켠에는 지나친 겸손이 자리했고,
그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나를 돌아볼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일이 습관이 되었다.

선배가 학교를 떠난 뒤 나는 자연스럽게 내 갈 길을 찾아 나섰다.
아주 잊고 살았던 것 같은 시간 동안에 나도 제법 단단한 사람이 되었을 느꼈다.

좋은 사람의 좋은 소식을 떠올리다 또다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원했던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진 못했지만 여전히 그리고 앞으로도 선배는 적당한 거리에서 내가 닮고 싶은 한 사람으로 남아주었으면 한다.



글 속의 선배가 내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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