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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nsol Jang Nov 18. 2023

나이키는 언더독과 슈독의 이야기였다

필나이트 <슈독>

최근 들어 가장 재밌게 본 책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랜드인데도 불구하고 나이키의 역사에 대해서는 살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근데 이 책은 정말 나이키의 시작을 아주 자세히 이야기 하고 있어서 처음부터 굉장히 몰입감 있게 봤다. 창업자 필나이트가 여행한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창업과정에서 만난 여자친구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단순히 나이키의 역사가 아닌 필나이트의 자서전이기 때문에 더 재밌게 봤다. 흥미진진한 영화나 소설을 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계속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책을 보기도 했다. 문득 필 나이트는 신발과 브랜드를 잘 만들기도 했지만 글도 잘쓰는.. 결국 잘 파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역시 잘하는 사람은 뭘해도 잘하는 걸까 ㅎㅎ) 


  나는 사실 기업들의 성장이야기, 창업자의 도전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렇게 날 것(?)에 가까운 이야기는 흔하게 볼 수 없었기에, 이 책을 보는 중에 정말 많은 영감을 얻었다. EO나 YC같은 곳에서 창업자의 이야기들을 보여주지만 그 이야기는 짧게 영상으로 녹아져있고 결국 신화에 가까운 이야기들을 듣게 된다. 물론 그것이 주는 감흥도 있으나, 활자로 정말 상세하게 그 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결론은 같을 지라도 더 진한 감동을 주는 것 같다. 어느 기업이나 그 과정이 있었겠지만 이 과정의 일부를 보는 것은 항상 큰 영감을 주는 동시에 스스로를 돌이켜보게 만드는 기회가 되는 것 같다.


나이키도 처음 시작은 미미했고, 굉장히 무모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실행했고, 마주오는 어려움과 문제들을 해결하며 성장해나갔다. 처음에 대학원 논문으로 신발시장에 대한 리포트를 준비하다가, 일본이 카메라 시장에서 독일이 지배하던 시장을 뒤흔든걸 보고 일본의 러닝화가 시장을 장악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지금 보면 사실 논리적 연관성이 떨어져보인다. 그래서 사실 나이키의 시작은 굉장히 무모했다. 무작정 일본의 오니츠카를 찾아가 있지도 않은 회사가 있다며 미국에 신발을 팔고싶다고 설득한 것부터 믿기지 않는다. 결국 설득을 하고, 매년 매출을 2배씩 성장시키는 동시에 본인은 회계사로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회사를 운영하고 성장시킨 과정은 얼마나 치열하고 험난했을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오니츠카가 블루리본을 인수하겠다고 일반적으로 제안했을 때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고, 그게 나이키의 시작이었다. 과연 나는 그럴 수 있었을까? 이미 미국 전역에서 오니츠카를 파는 것만으로 잘 성장하는 회사와 조직을 포기하고 새로운 브랜드로 경쟁하겠다는 의사결정을 할 수 있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하다. 다만 그들은 자신감이 있었다. 그들의 신발이 오니츠카나 아디다스보다 더 좋은 신발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나이키는 언더독과 슈독의 이야기였다. 

사회에서 적응하기 어려웠던 사람들, 본인과 적합한 회사를 찾지 못했던 사람들, 근데 너무너무 이기고 싶어하는 운동선수 출신들을 모아서 언더독의 정신으로 아디다스, 퓨마 같은 당시의 큰 회사들을 이겨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러닝과 신발에 정말 미친 사람들이었다. 특히 바우어만 코치나 존슨같은 신발에 미친 사람들이 있었기에 고객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고, 이게 나이키가 다른 경쟁사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다. 위대한 기업들, 위대한 제품들은 이런 면이 분명 있는 것 같다. 최근에 이승건 대표가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축사에 한 이야기도 비슷한 내용이 있었다. 창업을 유지하는 동기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나를 무시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다’, ‘어떻게든 우리가 원하는 걸 만들고, 이기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특히 와닿았었다. 슈독을 보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 과정에서 안되는 너무 많은 이유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 과정을 이기고 버텨낼만한 각자의 동기가 있어야 한다. 우린 아직 작고 미약하지만, 이 과정을 견뎌내고 이겨내고 말겠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고객과 제품을 사랑하고 집착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그럴 수 있는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가? 이건 역량이전에 갖추어야 될 핵심적인 자질과 태도이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슈독을 다시 본다면, 

나이키가 성장해나가면서 실수했던 수많은 의사결정을 보고 배우기 위함인 것 같다. 이 책에는 성공한 이야기보다 실패하고 실수한 이야기가 더 많아서 재밌기도 했다. 또 그때 당시엔 큰 고민없이 했지만 (예를 들어 존슨이나 우델을 채용한 것) 결과적으로는 회사의 성장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들도 볼 수 있다. 나도 매번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다. 조직관점에선 항상 실수연발이라 함께 일하는 분들에게 정말 미안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이런 이야기들을 보고 배우고 조금이라도 시행착오를 줄이고 싶다. 그때 이 책이 다시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인상 깊은 구절들   

“그러나 그들은 이런 경영 스타일 때문에 자기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었다. 나는 그들을 붙잡지 않고 풀어주었다. 그들이 실수를 해도 내버려두었다. 왜나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이런식으로 대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다스에 대해 병적인 반감을 가져왔다. 아니, 어쩌먼 그 반감이 건강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독일 회사 하나가 세계 신발 시장을 수십 년에 걸쳐 지배해왔다. 그들은 확고한 지배력을 바탕으로 오만한 태도를 보였다. 물론 그들이 오만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어찌됐든 나는 그들을 경멸했다. 나는 날마다 그들을 올려다보고 그들이 멀리앞서가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이 싫었다. 나는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운명이라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그곳이 노동력 착취의 현장이라고 주장했다. 기자들은 그곳의 작업 여건이 열악하다는 말만 할 뿐, 우리가 처음 그곳에 들어갔을 때보다 얼마나 더 좋아졌는지, 우리가 작업 여건을 개선해 안전하고 청결한 공장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중략) 나는 몹시 화가 난 나머지, 독선과 아집에 가득 찬 반응을 보였다. (중략) 우리는 자신에게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중략) 나이키 해외공장을 원색적으로 비방하는 기사가 나온 이후 10년에 걸쳐 우리는 이 같은 위기를 회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기회로 활용했다. (중략) 우리는 유독 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수성 접착제를 발명해 공기 중 발암 물질의 97퍼센트를 제거했다. 그리고 이 발명품을 경쟁 기업이라도 원하기만 하면 제공했다. 공장 개혁 운동에서 우리는 개혁의 대상에서 개혁을 주도하는 기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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