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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브랜더 시내 Oct 27. 2021

일잘러가 되는 게 어려운 이유

운동을 하며 깨달은 성장의 원리

“끄아악.. 제발 팔 운동만 안 할 수 없을까요? 다른 거 다 할게요! 네?ㅠㅠ”

아령 들기 마지막 세트를 끝낸 후 울상을 하고 PT선생님을 쳐다보았다.

절레절레.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예상했던 말을 한다.


“회원님 3대 운동하고 싶다면서요. 벤치프레스 하려면 팔 힘을 더 키워야 해요”


맞다. 내가 처음 헬스장에 온 날, 내 입으로 말했다. “제 목표는 3대 운동을 혼자서 하는 거예요” 3대 운동은 스쿼트, 벤치프레스, 데드리프트. 사실 그 말을 할 때에 나는 스쿼트 외에 나머지 2개가 뭔지도 몰랐다. 3대 운동을 마스터하면 다른 기구들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심플하네! 하고 목표를 잡았던 것이다. 3대 운동이 전신의 근육을 쓰는 운동이기 때문에 1시간 하면 시간도 아끼고 효율적으로 건강도 챙길 수 있다고 한다.


그때는 3대 운동을 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근육들이 받쳐줘야 하는지 몰랐던 것이다. 그리고 PT를 받으며 알게 된 사실은 오늘 한 근육 노동의 고통이 헛되지 않으려면 주 5회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는 것. 게다가 몸이 뻣뻣한 나는 스트레칭도 매일 해줘야 하고 잘 쉬고 영양도 챙겨야 한단다. 좋은 체력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왜 이렇게 해야 할 것이 많은지.. 건강한 상태로 살아있는 것에도 피나는 노력이 필요한 나이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결국 나는 1년 6개월의 헬스를 다니고 이제야 3대 운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근육을 0에서 10까지 키우는 것을 하는데 1년이 걸렸고, 스쾃와 데드리프트를 제법 괜찮은 자세로 봉을 들고 하는데에 6개월이 더 걸렸다. 그리고 이제 대망의 벤치프레스만 남았다. 누워서 봉을 드는 동작인데 팔의 힘이 필요하다. 봉을 전혀 들지 못하는 나는 요즘 팔 운동만 집중적으로 하고 있는데, 팔 운동이 가장 고통스럽다. 제발 이것만 하고 싶지 않다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 “왜 이걸 해야 하지?”라는 원망을 하늘에 하고 있다. 얼마나 괴로운지 이해가 되려나.


운동을 시작하고 근육을 키우는 일이 다른 성장의 과정과 비유하기 참 좋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천천히 근육이 크는 속도나, 하나의 큰 일을 잘하기 위해서 잔 근육들이 모여야 한다는 점도 원리가 비슷하다. 균형 잡힌 영양(공부)과 스트레칭(쉼)이 필요하다는 점도 그러하다. 그래서 운동을 하다 보면 내가 하는 일에서 천천히 성장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서 위안이 되기도 하고, 계속 이렇게 고통스러워야 한다는 사실이 인정하기 싫을 만큼 잔인하기도 하다. 왜 즐겁게 웃으면서 클 순 없을까!


이런 고민이 오늘 더 와닿았던 이유는 요즘 일을 잘하고 싶은데, 그게 참 갈수록 어렵기 때문이다. 회사 다닐 때부터 일을 잘하는 것은 참 실체가 없는 유니콘 같은 이상향 같았는데, 몇 년간 다양한 워커들을 경험해보니 어떤 사람이 일을 잘하는 사람인지 대충은 알 것 같았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 “업무 속도가 빠르고 확실한 사람”, “남들보다 탁월하게 잘하는 일이 있는 사람” 실체가 없던 이상향에 형태가 잡히기 시작했다. ‘유니콘은 뿔이 달리고, 말처럼 생겼고, 색상이 은색이야!’ 기준이 생기니 더 괴로웠다. 그 기준에 나는 한 개도 도달하지 못한 채로 버둥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란 3대 운동을 잘하기만큼 어려운 것 같다. 아니, 더 힘들 수도 있다. 천천히 팔 근육을 단련하려고 해도 옆에 날씬하고 근육질인 사람들은 너무 많고, 심지어 회사에서는 그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한 마디씩 한다고 상상하면 된다. “스쾃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에요~”, “어머 저 사람 팔 좀 봐.. 지방 덩어리야” “다섯 세트도 안 하고 쉰다니.. 그래서 근육이 크겠어?” 나는 나만의 헬스 트레이너가 필요했다. “지난주보다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됐네! 잘했어!” 그 말한 마디면 되니까. 비유하자면 나의 페이스대로 내가 원하는 몸을 만들고 싶었달까. 회사에 나와서는 아무도 나를 흔들지 않으니 내 페이스대로 될 것만 같았다.


처음엔 성공적인 것 같기도 했다. 아무도 없는 헬스장에서 다리 운동도 한 세트만 하고~ 등 운동했다가 내 입맛대로 이것저것 하다 보면 운동을 한 것도 같고 안 한 것도 같은 기분이 들지만.. ‘알게 뭐야! 오늘 운동 하긴 했으니까!’ (실제로 나는 헬스장에 혼자 가서 운동하면 하고 싶은 대로 운동하다고 온다ㅎㅎ) 그러다 3대 운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는지 가끔 심판대에 오른다.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인가”, “남들보다 탁월하게 잘하는 분야가 있는가”, “업무 속도가 빠르고 확실한 사람인가” 하나도 통과하지 못한다는 마음에 주눅이 든다. 나는 왜 운동을 해야 하는 거야? 본질적인 질문도 해본다. 내가 일을 잘해야 하는 이유, 내가 3대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이왕 하는 일이나 운동을 효율적으로 하고 싶으니까? 이유를 안다고 내가 일 못한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그래도 다시 열심히 해야하는 명분을 상기시켜준다. 내일 또 일은 해야하니까. 이왕 하는거 잘해보자!!


면접장에서 ‘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말하던 신입사원 김시내씨와 헬스장에 상담 와서 ‘3대 운동을 잘하고 싶어요!’가 오버랩되면서 탁월함에는 왕도가 없다는 냉정한 사실을 곱씹는다. 욕심부리지 말고 소근육들부터 기본부터 하나씩 키워가기로 다시 마음을 잡는다. 그리고 꾸준하게 해서 내 노력들이 도루묵 되지 않게 해 보자고 다짐한다. 내가 지난주에 무슨 운동/일을 했는지도 시행착오를 잘 기록해두기로 한다. 틈틈히 쉬는 것도 잊지 말아야한다.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시행착오. 평생 해야 할 나의 일, 그리고 운동!


“현실에서 일 잘하는 사람을 찾기란 쉽지 않다. 주위를 한번 둘러보라. ‘역시 저 사람은 일을 참 잘해!’하고 떠오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테니 말이다. 왜 그런걸까?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무수히 많다. 프로그래밍에 뛰어난 사람도 부지기수이며, 회계나 재무에 관한 지식이 풍부하고 통계분석 소프트웨어를 자유자재로 활용해서 고도의 재무분석을 할 수 있는 사람도 넘쳐난다. 하지만 이런 능력은 일 전체를 여러개의 기능으로 분해했을 때 요구되는 ‘기술Skill’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을 잘한다’는 의미를 업무 기술이 있다는 말과 비슷하게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다르다.”
일을 잘한다는 것 - 야마구치 슈, 구노스키 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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