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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몰브랜더 시내 Mar 10. 2021

내가 싫어했던 모든 이들에게  

내가 알고 지은 죄 백가지, 모르고 지은 죄 천가지 만가지

최근에 학교 폭력으로 상처 받았던 사람들이 자신들의 상처를 고백하는 것을 보며 문득, 내가 싫어했던 사람들에게 고백을 하고 싶어 진다. 당신을 싫어했다고. 학교 폭력을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누구나 타인에게 상처를 받은 경험은 있으니까. 상처를 받은  오래되어 아마도  고백은 용서를 받기 위함이 아닌, 오히려 나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함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언제부턴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에게 ‘내적 손절 밥먹듯이 하는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기준에서 실망스러운 행동을 하거나, 내게 상처를 주는 발언을 하면  사람은 절대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유가 있지 않는 이상 먼저 찾지 않는 리스트 추가가 된다.

원래부터 이랬던  아니다. 20대의 나는 내가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며 나를 싫어할 이유를 되려 만들어주었던 사람이었다. 그게 마음이 편했다. 그때의 별명은 ‘단호박’, ‘막말녀등이었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과거이다. 그런 내가 바뀐 것은 사람을 싫어하는 감정이 하루아침에 바뀔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람 자체가 싫은 면만 있는 것도, 좋은 면만 있는 것도 아니다. 그리고 싫은 면도 계속 보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첫인상만 보고 함부로 말을 하는 것이  미래를  내다보는 경솔한 행위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어떤 사람이 너무 싫을 때는   싫은지에 대한 근거를 붙이려고 한다. “A처럼 아랫사람에게 화를 내는 약자에게 강한 사람이 나는 너무 싫더라라고. 직접  사람에게 말하지 못하는   용기 없음+ 바뀌지 않을 거라는 믿음 때문인  같다.

아무튼 다시 내적 손절로 돌아와서, 나는 내가 마음속으로 멀리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이 내게 따뜻한 메시지나 친하게 다가올 때가 가장 마음이 복잡하다. 그런 사람들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보다  나를 찾는  같은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아주 곤욕스럽다. 대화를  때마다 기분이  좋아져서 손절한 언니는 매년 생일마다 잊지 않고 축하 인사를 전한다. 그럴 때마다 감사한 마음과 죄책감이 함께 들어 “언니! 사실 제가 언니 싫어하니까 저를 제발 좋아하지 마세요라고 말하고 싶어 진다. 싫어진 이유에 대해서 말하기 싫은 이유는 얼굴 붉히는 과정이 피곤해서가 가장 크다. 어떤 관계든 한두 번의 실수는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사람을 고쳐쓰는 것도 아니고, 피해를 보는 관계를 지속할 이유는 없다.

갈등 상황에서 언제나 회피하는  아니고, 서운한 마음을 말해서라도 회복하고 싶은 관계도 있다.  둘의 차이는 뭘까? 상대가 바뀔 여지가 있는지도 중요하지만, 결국 내가 상처 받는 마음을 털어놓을 때에는 사과를 받을 준비가 되어있을 때였다. 용서할 생각이 없는 경우에는 괜히 말해서 좋을  없다. 상대방이 사과하지 않아서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것이 가장 편하다. 하지만  경험상 관계를 그렇게 끊더라도 상처  사람은 다시 인연을 잇고자 하는 연락이 온다. 그럴 때마다 받아주지 않기도 어렵다. 이런 인간관계의 패턴을 표현할 때에 ‘회피형이라고도 했는데, 이제는 ‘내적 손절이라는 단어도 종종 보인다. 아마도 사회생활을 하면서 적을 두지 않는 습관이 언제나 현명하다는 것을 배운 어른이라면 회피형이 아니더라도 굳이 관계를 끊지는 않을  같다. (현명한 어른의 중요한 조건은 ‘내적 있다. 뒤에서 욕하지 않아야 한다.)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에 ‘내가 알고 지은  백가지, 모르고 지은   가지만 가지라는 에피소드가 있다.  드라마 자체가 나이를 지긋이 먹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이야기를 엮었기 때문에 세월 속에 주고받은 상처에 대해 담담하게 다루고 있다. 가족끼리 주고받은 상처는 익숙하지만, 인상적이었던 회차는 절친이었던 희자(김혜자) 정아(나문희) 간의 관계였다. 희자는 정아와 둘도 없는 친구지만, 치매를 앓고 있다. 희자의  아이는 태어난  얼마  되어 열병으로 죽었다. 치매로 인해 몇십년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희자는 정아에게 소리 지른다.

“내가 전화했지! 내 아들이 약 먹었는데 열이 안 내린다고!! 남편도 전화 안되고 내가 얼마나 무서웠는데 기껏 전화했더니 ‘나도 힘든데 징징대지 말라고’ 그러고 전화 끊었지. 난 너밖에 없었는데! 넌 왜 맨날 힘들어어!!! ”

(출처 : http://naver.me/xUmWPW7b​)

자신의 절친에게 이런 상처를 준 줄 모르고 몇십 년을 살아왔던 정아는 죄책감에 말을 못 잇는다. 하지만 희자가 말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시간이 지나고 정아가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이해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 이해되는 상처들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나는 섣불리 나의 상처를 털어놓지 않는다. 그리고 나 또한 누군가에게 ‘나도 모르게’ 지은 죄가 두렵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내게 자신의 상처를 말해준 사람이 많이 없었던 것으로 보아, 분명 모르고 지은 죄가 더 많을 것 같다. 사과할 길이 없어 참으로 답답하지만 별 수 있나. 나는 상처를 받은 사람에게 용서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용서하지 않기 위해 침묵을 택한 사람들을 왜 말하지 않았냐며 비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간이 지나서 해결해줄 수 있는 문제도 있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대로 두어야 하는 상처들도 있기 때문이다. 선택은 상처받은 자의 몫이다. 우리는 그저 내가 모르고 짓는 죄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하며 살아가야 함을 계속 상기하며 살아갈 뿐.


P.S. 디어마이프렌즈는 인생을 배울 수 있는 명작이니 꼭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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