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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밝음 Sep 04. 2023

도대체 왜, 나의 육아는 이토록 버거울까?

[보통의 엄마를 위한 실전 육아 에세이] 프롤로그

저는 두 아이를 키우는 보통의 평범한 엄마입니다.


저를 아는 주변 사람들이 이 글을 읽는다면, 대다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일 것입니다. 일부는 '보통의 평범한'이라는 표현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어요. 대학 때는 아동가족학을 전공했고, 전공과 무관한 분야에서 일하면서도 유아교육 공부를 병행했으며, 지금은 유치원 교사로 일하며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고 있거든요.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지요. 저 스스로도 자신을 '보통의 엄마'라고 소개하기에는 께름칙한 마음이 드는걸요.




그럼에도 저는 저를 보통의 엄마라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 앞에 서면 정말로 그래요. 때론 별것 아닌 일에 과민하게 반응하거나 버럭 화를 내기도 하고, 제 컨디션이 좋을 땐 허용해 주던 것들을 반대의 상황에선 금지하기도 합니다. 그러고는 '육아에선 일관성이 가장 중요한 건데..'라며 자책요. 하지만 자책이 개선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잘 없고, 늘 같은 과정의 반복 속에 사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때로는 아이들을 낳지 않았다면 어땠을지를 생각하고요, 배우자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주장하며 도피처를 찾기도 해요. 그래봐야 집 근처 카페에서 두세 시간 멍을 때리는 정도이니 도피라고 하기엔 귀여운 수준이긴 하지만요.


'이만하면 아주 괜찮은 양육자다, 우리 애들은 복 받았다' 생각하다가도, 육아에 진심인 다른 엄마들을 보면 위축이 됩니다. 일을 한다고, 내 공부를 한다고 아이들을 뒷전에 두는 것 같은 미안함 또한 수시로 찾아오지요.


이렇게 보니 어떠세요? 여러분과 아주 많이 닮아있는, 매우 보통의 엄마 같지 않으신가요?




제게도 육아가 너무나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아이라는 존재에 대해 그토록 많이 배웠음에도 '내 아이'는 그렇게 다루어지지 않는 상황이 너무나 버거웠던. '그래도 남들보다 많이 알고 있으니, 남들보다 조금은 더 잘하겠지, 조금은 더 쉽겠지'라던 생각이 산산조각 나며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은 무력함에 휩싸였던. 더 잘하려고 육아서를, 유튜브를, SNS를 뒤져보는데 보면 볼수록 나의 한계만을 확인하게 되던 그런 때가요.



육아가 제아무리 힘들고 버거워도, 시간은 흐르고 아이들은 자랍니다. 저는 여전히 좋기도 나쁘기도 한, 잘했다가 못했다가를 오가는 그런 정도의 엄마임에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잘 자라고 있는 중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고요, 엄마의 말이 이해되지 않으면 꼬치꼬치 따져 묻거나 협상을 시도하기도 해요. 마음대로 행동해도 되는 곳과 아닌 곳을 살피고, 상황 파악이 어려울 때면 제게 도움을 청하기도 합니다.


제가 교실에서 만나는 수많은 보통의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아이들을 사랑하고 아끼며 이들을 위해 노력하지만, 부족한  역시 아주아주 많은 선생님이에요. 그럼에도 1년의 시간을 함께 하고 나면 아이들은 너무나 건강하게, 그리고 바르게 성장해 있습니다.


엄마의 이름으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그리고 선생님의 이름으로 수많은 보통의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곁에 있어주는 '보통의 어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우리들에게는, 지금 당신이 겪는 그 어려움이 당신 혼자만의 것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동료가, 평범한 아이를 키우는 보통의 엄마에게 필요한 실제 육아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지가 있어야 해요. 이상적인 양육자가 되는 법을 적어놓은 육아서가 아니라, 우리들의 방식은 틀렸다고 지적하는 전문가가 아니라, 상황과 맥락에 대한 고려 없이 솔루션만을 늘어놓는 콘텐츠가 아니라요.


완벽한 양육자, 이상적인 육아의 환상에 지쳐있던 저에게 누군가 알려주었더라면 좋았을 이야기들을 이 책 속에서 이어가 보려 합니다. 그리고 책의 끝에선, 우리가 서로의 동료이자 동지가 되기를 희망해요. 그때의 저와 같은 불안과 자책의 늪에 빠지지 않고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아이를, 그리고 여러분 자신을 바라볼 수 있도록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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