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다 잘 될 거다.
작가는 아니라는 박정민의 프로필.
영화 <파수꾼>에 나온다는 문장으로 인해 내가 좋아하는 배우 박정민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글씨만 쓸 줄 아는 그저 평범한 옆집 남자라고 소개했지만 박정민의 문장과 생각은 꾸밈없어도 충분히 아름답고 위안이 되는 글이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힘을 빼고 멋있는 글을 쓸 수 있단 말인가... 그의 연기만 감탄스러운 게 아니라 이렇게 속까지 꽉 찬 사람이라니, 멋있고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게다가 동갑.. 친구야:) )
여러 가지 에피소드, 주제를 적절히 조화스럽게 써 내려가는가 하면, 단순하지만 묵직한 문장들도 더러 있다. 가볍게 쓱 읽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에 잠기게 하는 문장들도 많았다. 그리고 꽤나 유쾌하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이다. 역시 재미있는 사람은 상대방에게 보이지 않는 포근함을 선사해 준다.
<쓸 만한 인간>에서 만난 문장들.
여행은 그런 것. 오히려 역 향수를 불러일으켜 한동안 우울감에 빠져버리게 하는 그런.. 당신은 평생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여행을 단 한 번이라도 하시길 진심으로 빌겠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다 잘 될 거다.
하지만 이건 확실하다. 어제보단 오늘이 더 낫다. 당신들의 성장판도 평생 열려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러한 강박 증세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한다. 만약 그런 사람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당신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는 또 다른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솔직하게 누군가에게는 털어놓길 바란다. 혼자 갖고 있으면 곪는다. 뱉는 순간이 어렵지 뱉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리고 누군가가 그랬다.
당신은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강하다고. 그리고 나도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미안해 엄마.
열정 페이 같은 소리는 하지도 마라.
프로일희일비러.
상을 받던 그 3분의 무대가 더없이 모자란 내게 더할 나위 없는 용기가 되어 줄 것도 같다.
어른이 되어보니 (사실 어른이 아닌 것도 같지만) 두발 딛고 사는 이 세상이 가끔은 고되다. 현실이 현재고 현재가 현재이고, 이놈의 세상은 참 각박한 세계관 속에 있는 것도 같다. 만화 속 세상은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정의가 있던데, 조금 더 그 속에 파묻혀 살아보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다. 내겐 동경이었던 그들이 사실은 종이 속에 스며든 잉크일 뿐이라 할지라도, 그들이 내게 세상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곳이라고 알려줬을 거다. 너보다 형편없는 나도 이렇게 배트를 들고 서 있는데.
너는 그곳에서 분명 4번 타자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얘기해 줬을 거다.
우리는 당신들의 그 감정을 돕기 위해 위대한 문호의 활자를 온몸으로 연기한다. 참 아름다운 일이다.
나만 겪는 건 아닐 거라는 일종의 희망. 네가 그렇게 특별한 비극을 겪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내게 '시간이 해결해 주리라'라고 말해주는 건 20년 전 에메랄드캐슬뿐이다.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그 모든 불안들에 휘둘릴 필요가 없다. 이런 모순 따위에 무릎 꿇어봤자 나가는 건 무릎뿐이다.
계속해서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우리는 꽤나 괜찮은 존재이고, 생각보다 강하며, 우리 삶은 아름답기도 어둡기도 하지만 그걸 잘 들여다보아야 함'을 겸손한 태도로 얘기한다.
이 책은 그의 연기가 계속해서 기대되는 이유이고, 그의 힘 있는 문장에 힘입어 내 일상도 빛이 난다.
고마운 책.
#책리뷰 #박정민산문집 #쓸만한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