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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히치하늬커 Jun 16. 2020

청소년의 힘으로 바꾸는 입시 제도

코로나19로 수능을 안 봐도 된다면?

2021학년도 대입 방식과 관련된 논의가 한창이다. 코로나19로 등교 수업에 지장을 겪은 고3 학생들을 위한 대책 마련 때문이다. 바로 어제 (6/15), 국회에서는 ‘코로나로 인한 2021학년도 대학입시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한 긴급 간담회’가 열리기도 했다. 현장 교사와 학부모, 고3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교육부의 고3 대입 대안 발표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수능을 안 봐도 된다면?

온라인 개학 일정을 정하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고려 요소는 수능이었다. 대입에 지장이 가지 않도록 수능을 최대한 미룰 수 있는 날짜를 중심으로 법정 이수해야 하는 학업 일수를 거꾸로 계산했다. 


그 일련의 과정을 보며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 세계적 재난 상황에서 올해 수능을 꼭 봐야 할까? 얼마나 자율적으로 스스로 자신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지켰는지를 평가할 수는 없을까? 자기 탐구 프로젝트를 할 수는 없을까? 코로나19 상황에 필요한 서비스나 정보를 만들고 탐구하는 전 국민 프로젝트를 할 수는 없을까?


평가 방식을 하루아침에 바꾸긴 어렵겠지만, 코로나19 상황을 평가 방식의 혁신을 위한 기폭제로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있다. 미국 대입수학능력평가인 SAT, ACT 시험 점수를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바꾸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미국 학생단체 SV(Student Voice)다. #TestOptionalNow  (‘지금 당장 시험을 선택으로’) 해시태그를 사용한 온라인 청원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온라인 청원 사이트 change.org 화면 캡처 (2020.6.15 기준)


이들은 코로나19로 집합 시험이 연기됐기 때문에 SAT 나 ACT 점수를 내기 어렵고*, 기기 사용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들은 제대로 학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3월부터 #TestOptionalNow 운동을 시작했다. 온라인 청원뿐 아니라 청소년들이 직접 인근 지역 대학교에 Test Optional 전환을 촉구하는 편지를 보낼 수 있도록 편지 쓰는 방법을 정리하여 발행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대입수학능력평가를 개인이 원하는 때에 횟수에 제한 없이 치르고 가장 높은 점수를 제출할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취해지면서 많은 인원이 모이는 자격시험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미 미국 대학 중에서는 표준화된 시험이 학생의 능력을 총체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 속에서 SAT 점수를 선택 사항으로 바꾸거나 아예 시험 점수를 요구하지 않는 학교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코넬과 하버드를 비롯, 버지니아 공대, 캘리포니아 주립대 등 인지도가 있는 대학들을 포함해 200여 개에 달하는 대학들이 Test Optional에 동참했다. SAT를 주관하는 칼리지보드에서도 대학들에게 표준 시험에 대한 유연하게 대처하라는 가이드를 내놓기도 했다. SV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도 대학들이 Test Optional을 지속하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 우리의 목소리로!


학교의 의사 결정 과정에 있어서 학생은 적극적인 파트너이다.
교실 안팎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에 학생들이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청소년들이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인 SV는 위의 두 가지를 전제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모으고, 연구/조사하고, 정책 반영을 위한 애드보커시 활동을 하며, 무엇보다 모든 학생이 각자의 현장에서 배움과 학교의 주체가 되기를 장려한다. "학생이라면, 우리가 바로 학교에 대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포착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인지메이커 활동을 누구나 할 수 있도록 각종 툴과 정보, 커뮤니티를 제공한다.


'미국 이 큰 땅에서? 그게 가능해?' 거창해 보일 수 있는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들은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한다. Test Optional 운동 역시 트위터에 #TestOptionalNow라는 해시태그를 처음으로 만들고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으면서 시작했다. 사실 SV의 태생은 트위터에서 시작된다. 


2012년, 트위터에서 아이작이라는 고등학생 시니어가 #StuVoice라는 해시태그를 달고 교육에 대한 불평등, 학생이 빠져버린 교육 환경에 대한 경험담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이 움직임은 동부에서 서부까지 퍼져 나갔다. 어니 던킹(Arne Duncan), 오바마 정권 당시 교육부 장관도 리트윗을 할 만큼 교육 관련 재단과 많은 파트너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핵심 멤버들은 트위터 사용 가이드까지 만들어서 매주 월요일,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올 시간인 저녁 8:30시마다 모든 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트위터 채팅을 열었다. 다양한 주의 학생들의 의견들을 취합해서 만들어진 게 이들 웹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학생 권리 법안(Student Bill of Rights)*이다. 이 내용이 가이드가 돼서 그 이후 활동하는 멤버들이 (주축이 되는 멤버들은 대학생이 되면 고등학생들에게 자리를 물려준다)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16년에는 19개 주의 52개 학교를 직접 방문하면서 실제 교육에서 어떤 불평등과 소외를 느끼고 있는지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2016년 한 해에만 트위터에서 47백만 뷰를 기록했다.

*각각의 항목을 클릭하면 관련 단체 리스트 및 툴킷을 잘 정리 해 놓았다.



온라인 공간을 연대의 장으로 활용하기

SV는 온라인 공간을 적극 활용함과 동시에 큰 무브먼트를 만들어 내기 위해 '따로 또 같이'의 미학을 잘 실현해 내고 있다. 각자의 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가 있거나 개인이 설립한 단체가 있고, 넓게는 SV에서 '연합 인플루언서(Coalition Influencer)'로 활동하고 있다. 기본으로 두 개의 소속이 있다. 


학생 인터뷰를 바탕으로 만든 이미지 ©김하늬


이들에게 온라인이라는 공간은, 기술은 어떤 의미일까?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데 있어서 기술이 어떤 영향을 주는지 물어봤다. 다음은 2018년에 만난 SV 팀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데이빗 곤차룩 (David Goncharuk), 18세, 미국 오레곤 주
테크놀로지는 도 농간의 격차를 줄인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교육, 문화, 경제, 모든 면에서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학생의 80%가 모바일을 사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돈과 이동성인 것 같다. 적은 활동 반경으로 이동에 대한 핸디캡이 있는데, 기술이 이 두 개를 다 해결해 준다.

기술을 빼면 우리 단체는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학생들이 온라인 상에서 같이 협력해서 일하는 법을 배운다. 1년 전까지만 해도 지역에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는데, 이제는 정치인들이 먼저 학생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것은 지역 사회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준다.
타미르 하퍼 (Tamir Harper), 17세,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
각자의 학교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들이 있다. 우리는 100% 온라인으로 굴러간다. 구글 드라이브, 캘린더, 트렐로(Trello), 슬랙(Slack)과 같은 협업 툴들을 사용해서 커뮤니케이션한다. 학생들을 참여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SNS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가 전국 단위로 활동할 수 있는 이유는 소셜 미디어 덕분이다. 교육 관계자들을 참여시켜야 할 때도 이제는 모든 자료를 온라인에 올려놓는다. 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숫자와 시각 자료로 변환해서 보여주고, 오픈 소스로 공개한다.
이안 쿤 (Ian Coon), 18세, 미국 아이오와 주
2013년에 단체를 만들어서 시작했는데, 이메일과 온라인 계정을 만드는 데 몇 초밖에 안 걸렸다. 실제 우편함을 만들려면 1년이 걸리는데! 이것저것 등록하고 주소지 만드는 데 진짜 1년이 걸린다. 팀원들과는 우리도 구글 앱들과 트렐로(Trello), 슬랙(Slack)을 사용한다. 특히 학생들로 이루어진 조직들은 지속성이 중요한데, 이런 툴들을 사용하면 다 온라인에 기록되어 있으니까 좋다. 팀원들이 바뀌거나 다음 기수로 물려줄 때 모든 것이 남아있다.

도시 지역이든 소외된 지역이든 기술로 인해 얼마든지 모일 수 있고 무언가 시작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 수 있다. 3-10월 간 SNS로 캠페인을 했는데, 3시간씩 멀리 떨어져 있는 학교들 과도 협업이 가능했다. 200명이 넘는 학생들이 온라인으로 실제 참여할 수 있었다. 요즘에는 오프라인으로 이벤트를 해도 온라인과 연계시켜야 참여율이 높다. 사회 참여 활동들을 우선순위에 높게 두지 않는 한 현재 교육 시스템에서 관심 없는 친구들을 참여시키기는 참 어렵다. 최대한 이들의 활동 반경과 바뀐 생활 패턴을 고려해야 한다. 오후 4시에 학교 끝나고 하는 이벤트 보다, 밤 9시에 파자마 입고하는 구글 행아웃이 더 참여율이 높을 수 있다. 우리가 그렇게 한다.


언택트 시대를 예견이라도 한 걸까. 2년 전에 한 인터뷰지만, 오히려 이들의 접근 방법이 혁신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기에 온라인만큼 좋은 공간은 없다. 그 장점을 활용한다면 SV와 같은 전국적 연대도 가능하다. 어떤 목소리가 필요한지 빠르게 알아차리고 모아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학생들의 목소리를 교육 정책에 반영하자는 이들의 무브먼트는 트위터에서 시작되어 지금까지도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에 필요한 아젠다를 던지며. 코로나19 시대에 이들의 목소리는 #TestOptional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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