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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희 Apr 09. 2019

소유하지 않는 시대,  무엇을 팔아야 할까?

<공간은 경험이다>를 만들면서 나눈 이야기들

1. 연결     


콘텐츠는 3%만,
연결에 97% 집중한다  


하버드대 온라인 강의(HBX)를 담당하는 아난드 교수의 말이다. 천하의 하버드도 구글신에게는 대적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구글에서는 세계의 지식이 만나고 이어지며 무한정의 배움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버드의 강의 콘텐츠가 아무리 고급이어도, 팔려면 구글처럼 교수와 학생이, 학생과 학생이 서로 연결되는 경험을 주어야 한다.


책이야말로 콘텐츠 중에서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비교적 오래가며, 특유의 권위도 가지는 무게 있는 콘텐츠 형태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부쩍 콘텐츠 못지않게 연결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회의하다 진지하게, 밥 먹다가 불쑥, 원고 읽다가 문득 나오는 얘기가 대체로 이런 주제다. 누군가가 몇 년간 시간과 돈과 머리를 쏟아 쌓은 지식과 생각을 몇 달(때로 몇 년)에 걸쳐 수고스럽게 글로 풀어놓으면 몇 달에 걸쳐 책으로 만든다. 이렇게 많은 공이 들어간 상품을 어떻게 독자가 누리게 할 것인가?


우리뿐 아니라 실로 많은 출판사들이 97%의 고민을 여기에 쏟을 거라 생각한다. 몇 년 전부터 큐레이션의 기능이 중요해진 것도 이 때문일 텐데, 약간은 서점 쪽의 역할이 더 큰 해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어찌 보면 기획단계가 출간 아이템을 선별하는 큐레이션 과정이기도 하도. 그것 외에, 유통을 직접 하지 않는 출판사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


어쩌면 ‘연결’에 해법이 있지 않을까. ‘독자는 서점에서 책을 만난다’는 고정관념을 지우면, 출판사가 독자와 직접 만날 수 있다. 물론 출판사를 궁금해할 독자는 많지 않을 테니, 우리는 주로 저자 행사장 뒤에서 독자들을 볼 테지만. 일손을 집중해야 하는 작은 출판사는 많은 것을 외주로 쓰거나 위탁할 수밖에 없고 그게 효율적인 것 같은데, 그럴수록 독자를 만날 길은 요원해진다. 일이 점점 행정적이 된다. 연결을 위탁하고 콘텐츠에 97% 집중했다간, 망하기 딱 좋다. 세상이 편리하고 온라인화될수록 외려 점점 더 손 쓸 일, 얼굴 볼 일이 많아지는 느낌이다. 재미있는 일이다.           



2. 경험     



소유가 아니라 경험이다  


벌써 몇 권의 책 소제목으로 접한 문장이다. 제목회의를 하며 얘기했다. “이 원고에 따르면 이 시대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에 대한 우리 나름의 답이 ‘소유하지 않는 시대’라는 것이었다. 당장 장탄식이 나왔다. 맞아, 책도 안 사잖아. 공짜로 읽을 콘텐츠가 얼마나 많은데 굳이 무겁고 자리 차지하는 책을 사겠어. 그럼 어떻게 팔아야 하지? 책이 주는 경험이 무엇일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지, 어떻게 변신할 수 있을지.


소비자는 소유하지 않으려 하는 시대에, 마케터는 무엇을 어떻게 팔아야 할까? 아마 이런 고민에서 자유로운 마케터는 없을 것 같다. 마케터뿐일까, 뭔가를 팔아야 사는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 우리도 그랬고. 때마침 이 책을 만들면서 우리가 한창 하던 고민을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한두 가지 용감한 시도도 해보았고, 방향을 틀어서 생각해보기도 하는 중이다. 걸어서든 뛰어서든 읽는 사람과 연결되면 된다는 마음으로.




디지털 시대, 고객에게 최적의 경험을 주기 위해서는 ‘연결’이 필수다. 온라인에서 누리는 경험과 오프라인에서 겪는 경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경험을 연결하는 전략 4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공간에 ‘사람’을 모으고, 모인 사람을 연결해 새로운 경험을 창출해야 한다. 기업이 플랫폼을 만들고 그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단순히 플랫폼을 만드는 데 그치지 말고, 그곳에 모인 고객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게 해주는 장이 필요하다. 에어비앤비와 위워크를 보라. 그들의 성공은 멋진 사무실, 예쁜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만들어낸 매력적인 관계 덕분이다.    

둘째, 다채로운 ‘경험’이 연결되는 공간을 만들어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한다. 과거 공간은 물건을 팔기 위해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제품을 가지고 놀게 하는 팝업스토어, 전시공간인지 매장인지 헷갈리는 가게, 책을 읽다 가라고 의자를 마련해둔 서점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즉 오프라인 공간은 판매를 넘어 ‘경험하는 곳’이 되었다. 기업은 왜 고객에게 경험을 제공할까? 경험만큼 브랜드 컨셉과 핵심가치를 잘 전달하는 수단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기업은 공간을 고민할 때‘ 어떻게 하면 많이 팔 것인가’가 아니라 ‘우리 브랜드의 핵심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셋째, ‘오감’을 연결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 사람은 외부와 소통할 때 감각 하나만 사용하지 않는다. 대형마트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보자. 우리는 우선 시각을 이용해 수많은 제품을 본다. 동시에 청각으로 매장 안내방송에 나오는 세일 정보를 받아들이고, 손으로는 진열된 제품을 만져보며, 시식 코너에서는 냄새를 맡거나 먹기도 한다. 이처럼 소비자는 제품을 대할 때 오감을 모두 사용한다. 특히 오프라인 공간에서는 촉각, 후각까지 모든 감각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다양한 감각으로 브랜드를 접하게 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효과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오프라인과 온라인은 대립관계가 아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하고, 오프라인은 온라인을 통해 보다 가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나이키가 라이브 스토어를 선보인 것처럼, 결국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활용하여 고객경험을 주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https://bit.ly/2WGO7A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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