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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정희 Mar 15. 2021

일 잘하는 사람은 무엇을 잘할까?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없으면 안 되는 직장인 필살기

직장에서 ‘말’은 휘발되어 사라지는 언어다.
오로지 ‘글’만이 공식화된 언어이며 힘을 가진다.



답은 글쓰기다. 공감하시는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습작이나 논술로 실력을 다진, 글깨나 쓴다고 하는 학생들은 많은데, 희한하게 회사에서 글 잘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싯적 백일장에서 상도 타봤을 법한(난 아님ㅋㅋ) 편집자들도 보도자료 쓰는 게 꽤 스트레스다. 누구에게든 한 번에 훅 읽혀야 하고, 또 먹혀야 하기 때문이다. 또 자기 문체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글 잘 쓰는 사람들도 회사에 오면 ‘다시 쓰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듣는다.      


자기가 못 써서 다시 쓰는 것이니 야근을 해서라도 시간을 맞춰야 한다. 까이고 다시 쓰는 거라 기분도 별로고 마음은 급하고 몸은 지치고... 무엇보다 그 글을 깐 상사에게 ‘글 못 쓰는 쪽’으로 한 번 찍혔다는 게 문제다. 이렇게 저렇게 고쳐보라고 싫은 소리를 해야 하는 건 상사도 스트레스고 에너지 쓰는 일이니, 자꾸 모자란 글을 들고 오는 직원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곱게 봐주기가 어렵다. 잘못하다간 글 못 쓰는 정도가 아니라 일 못한다는 누명까지 쓸 수 있다. 이래저래 직장인이 글을 못 쓰면 피곤하다.      


가수는 노래로 말하고, 배우는 연기로, 직장인은 글쓰기로 말합니다. 직장인은 글을 쓰기 싫어도 써야 합니다. 글쓰기는 직장인의 의무이자 책임입니다. 그뿐인가요? 글쓰기는 직장인에게 기회가 됩니다. 회사에서 일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글쓰기입니다.
- <일 잘하는 사람은 글을 잘 씁니다> 중에서


그런데 직장인 글쓰기 실력은 의외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는 것 같다. 말하기에 관한 책은 엄청 많은데, 사회생활에 먹히는 글쓰기 책은 많지 않다. 조직의 의사결정은 보고서나 회의록 같은 ‘기록’으로 남지 말로 남는 게 아닌데도. 게다가 요즘은 굳이 만나지 않고 메일로 일하는 경우가 많아서 글을 못 쓰면(=장황하거나, 너무 완곡어법이거나, 비문이거나, 버릇없거나 등등등) 일에 방해가 된다. 평가도 안 좋아지고. 그러니 조직생활이 요구하는 글쓰기를 알아야 한다.  


세상에 글쓰기 책은 많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글 잘 쓰는 작가들이 알려주기 어렵다. 직장인 글쓰기의 목적은 아름다운 글, 논리정연한 글을 쓰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인 글쓰기의 목적은 오로지 이것.


‘한 번에 통과되는 것’이다.



이 책은 이 목적에 충실한 글쓰기 필살기를 알려준다. 저자는 20년 근속에 빛나는 직장인. 브런치에서 직장인 글쓰기로 이미 많은 구독자를 모은 분이다. 

신입사원 시절, 자기도 글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엄청 깨졌단다. 이제 적응 좀 하려나 했는데 생판 다른 부서로 발령나는 바람에 일을 몰라서 또 깨졌단다. 그렇다고 바쁜 사수들이 글쓰기까지 알려주나. 그래서 출근하면 회사 문서함을 뒤져서 선배들이 어떻게 쓰는지 연구해서 깨지는 삶을 벗어날 수 있었다고 한다. 보고서도 쓰고 스피치 원고도 쓰고 비전 정립도 하면서 자신의 모든 일이 ‘글’이라는 통로로 이어진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그런 경험과 노하우가 담긴 책이다.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직장인 글쓰기, 남의 회사 선배를 사수 삼아 배워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좋은 원고를 놓고 다른 출판사와 경쟁했는데, 운좋게 낼 수 있었다. 글이 좋아서 연락드려 성사된 첫 번째 미팅, 저자가 직장인이라 당연히 퇴근 후 저녁때로 약속을 잡았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모월 모일 우리 회사 근처에 올 일이 있으니 그날 오후에 볼 수 있느냐고. 당연히 땡큐라고 답신하고 미팅을 잘 마쳤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우리가 당신 땜에 야근할까 봐 연차를 쓴 거였다. 상대 직장인에 대한 이 정도 센스와 배려가 있으니 이런 글을 쓰셨겠구나, 마음으로 납득이 된 채 시작한 작업이다. 그 뒤로도 원고 마감, 피드백에 대한 수용과 수정, 의견 개진에 이르기까지 무엇 하나 찜찜함 없이 매끈하고 기분 좋게 진행되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는, 정말 일 잘하는 분이다. 글쓰기 책까지 쓸 만큼 물론 글도 잘 쓰는 분이다.      




마지막 하나. 책의 부제는 ‘글쓰기가 직장인을 전문가로 만든다’다. 보고서 주제가 던져질 때마다 깨지지 않으려고 죽자고 파고드니 잘 쓴 보고서가 나오고, 다음번에도 그 주제에 관한 글은 깔때기처럼 그 사람에게 모인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전문가’가 된다. 그렇게 저자는 회사에서 해외법인 전문가, 비전수립 전문가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보고서 잘 쓴다고 글쓰기 전문가로 통하기도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책을 냈으니 본격 글쓰기 전문가가 되었다. 책을 내고 싶다는 버킷리스트를 이루었다고 고마워했다. 책 만들면서 내 글도 돌아보게 되었는데, 덕분에 잠시 잊었던 내 일의 보람도 다시 느꼈다. 그래서 더욱더 이 책이 잘되면 좋겠다.



평범한 직장인이
자기다움이 살아 있는 전문가로 거듭나는 가장 빠른 길은
직장에서 글을 잘 쓰는 것입니다.



#일잘하는사람은글을잘씁니다 #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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