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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칸나 Nov 26. 2015

야생 고양이 #40 <볼리비아> 화성체험

남아메리카 표류기 :: 배낭여행 :: 우유니 소금사막

볼리비아 Bolivia

또 다른 아침 허술하고 엉성한 경계를 넘어 3482m 라 꾸이까 La Quica를 지나 투피자 Tupiza, 볼리비아에 도착한다. 많은 인디오 사람들이 보인다. 척박한 대지와 화려한 색조의 암석 있는 대부분의 지역이 3000m 이상 고지대에 위치한 볼리비아에서는 고도 적응을 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곳은 다른 근접 국가와 달리 인디오 사람이 대통령이며 인디오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어 유럽 문화의 영향 보다 그들 고유만의 문화를 비교적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남미의 대부분의 마을이나 도시는 광장(플라자)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다. 갈색의 벽돌집에 커다란 암석들로 둘러싸여 초원을 보기는 쉽지 않다. 볼리비아는 바다를 끼지 않은 나라이다.


이제 3000m 위에 있다. 빨래가 펄럭이고 뜨거운 햇살이 숨어 버리면 하루는 재빠르게 식어간다. 저녁에는 길거리에서 음악가들의 연주가 신나게 들려오고 저녁 9시가 넘으면 끝이 난다. 머문 곳 10인실에는 비수기를 보여주듯이 3명의 이용객만이 있다.


우유니 소금사막 여행 Sala de Uyuni

유럽친구들과의 동행

다니엘라를 다시 만난다. 그녀와의 우유니 투어 동행이 시작된다. 그 투어에서 우리는 스위스 친구 실비Silvi와 발렌틴Valentin을 만난다. 간호사였던 발렌틴과 경영을 배우고 일을 하던 실비는 오래된 친구이다. 그들은 각자의 직업을 내려두고 같이 여행을  시작한 지 3개월째, 앞으로 1년 동안 세계 일주를 함께 다닐 것이다.

우리 넷은 현지인 운전사 로자리오Rosario와 요리사 수잔나Susanna와 함께 3박 4일 우유니 소금사막 여행을 하게 되었다.


유럽 친구들과의 여행은 흥미롭다. 사랑과 인연, 인생에 관한 이야기가 꽃핀다. 실비는 꽃을 가방에 달고 눈 화장을 짙게 하고, 키가 큰 발렌틴은 머리를 틀어 올려 꼭 묶는다. 다니엘라의 귀걸이는 언제나 짝짝이이고, 나는 달리는 차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는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수다를 떨며 학창시절 고등학교 수학여행처럼 들떠있다.

난방이 잘 갖춰지지 않은 숙소, 추운 밤에 따스함을 찾아 꽁꽁 싸매고 고산증을 함께 견딘다. 서로가 서로에게 온기가 되어준다. 3000미터에서 4000미터를 오르락  내리락하다 보니 우리는 돌아가면서 한 명씩 아팠다. 그만큼이나 우리는 서로를 도우며 더 친근한 관계를 만들 수 있었다.


어깨가 딱 벌어진 로자리오는 세 아이의 아버지이고 가이드 일을 하기 전에는 광산에서 일했다. 늘 남색 캡 모자에 칙칙한 자동차 정비사 같은 옷을 입지만 성격은 칙칙하지 않다.  “Chicas치카스”(친구들-)이라고 말을 시작하며 장소를 설명한다. 그의 차 바퀴는 마모되어 있고 투어 중 잔 고장이 많다. 어디에서든 그는 호탕하다.

수잔나의 요리를 기다리며 매일을 보낸다. 이동식 음식이지만 늘 따뜻하고 맛있다. 그들은 집을 떠나 며칠간 외국인을 상대로 월 3-4회 투어를 하면서 생계를 이어나간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척박 하지만 놀라운 볼리비아 땅을 소개한다.



풍경

화성 같은 땅 위를 달린다. 고도가 너무 높아서 머리가 욱씬거리 이동으로 인해 피곤이 몰려와 많은 시간 잠을 청하지만, 정신이 깨어있는 시간 펼쳐진 그 풍경에 숨이 막힌다. 산에는 식물이 거의 살지 않고, 역사가 담긴 파스텔 색깔의 퇴적층이 다 보인다. 고도가 높아 몇몇의 산은 그 꼭대기에 하얀 눈을 품고 있다. 호수와 산 그 어떤 것 하나도 익숙하지 않은 기묘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다른 지프차들과 함께 이동하지만 우리 차만  첫날부터 퍼진다. 이튿날 저녁, 차는 길 한복판에 멈춰버려서 난감한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추운 저녁, 허술한 숙소와 야외에 있는 화장실은 불편하지만 그 별이 쏟아지는 풍경을 감상하는 데에 이 척박함은 왠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다. 신선한 밤공기가 너무 추워서 10분 이상 몸뚱이가 견디지 못하지만 그 짧은 시간 고지대에서 보는 별이 와장창 가슴으로 쏟아진다.



지구가 원래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나. 끝없는 평야, 환상적인 풍경, 돌과 지층, 너무나 다양한 형태의 돌산들이 넓게 펼쳐져있다. 이해할 수 없는 풍경이 펼쳐진다. 산 안에 산이 있고 돌 안에 산이 있다.  선인장, 라마, 거친 풀, 색색의 지층, 신비로운 돌산과 너른 평야, 고지대에는 인디오 사람의 마을과 돌집이 펼쳐진다. 그것들은 생경하여서 마치 비현실인 듯한데, 고산증에 의한 두통 때문인지 화성 여행을 하는 기분을 느낀다. 가녀리고 아름다운 동물 라마, 이 정체불명의 땅에서 사방 온천지가 신비로 둘러싸여 있다. 눈도 소금도 아닌 흰 미네랄이 가득한 대지 위에 끈질기게 생명이 살아간다. 7개의 연속된 삼각형 산이 비슷하고 다른 모양과 개성, 아름다움으로 넘쳐 난다.


그리고 마지막 날 새벽부터 일어나 어둠을 뚫고 소금 사막을 달려 거대한 선인장이 가득한 물고기 섬에 도달한다. 4000m를 육박하는 고도에 머리가 띵하다. 리고 너른 지평선이 펼쳐진 새하얀 우유니 사막 위에 태양이 떠오른다. 하얀 스케치 북을 물들이듯이 어둠이 물러나고 붉은 태양이 대지를 뒤덮는다. 숨을 고르고 선인장을 바라보고 이 기이한 땅의 특별함을 만끽한다.


너무나 풍요롭다.


소금사막을 여행하는 동안 나의 태도와 생각의 지평에 의문을 제기하고 깊이를 더해준 인연들이 소중하다. 관광 회사 투어 상품에 참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런 자연스럽고 좋은 만남이 있을 때면 그 시간을 더욱 빛나게 만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우유니 투어는 그렇게 끝났다.



우유니 마을 Uyuni

건조한 사막에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간다. 3700m 그나마 낮아진 고도에 감사하는 밤이다. 태양이 가까운 고도와 식물 살기 적합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이지만 사람 사는 데는 어디나 다를게 없다. 웃고 울고 먹고 마시고. 낯설고 희소한 신비의 땅이지만 이곳 사람들에겐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어떤 곳이든 그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익숙해지면 희소성과 특수함을 깨닫기 힘들다. 건조한 땅, 소금 하나로  먹고 살았을 단순한 그들의 삶에 타지인들이 끼어든다. 조용한 마을에 선글라스를 끼고 제 땅처럼 돌아다니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이곳 사람들의 일상은 어떤 식으로 변했을까.  아마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 드는 다양한 여행자의 방문이 여기 이곳의 모습을 상당히 바꾸지 않았을까? 많은 상점, 투어 가이드, 여행사 등 경제의 흐름이 바뀌었을 것이다. 수크레Sucre로 향하는 버스를 기다리며 주름이 자글자글한 할머니가 무뚝뚝하게 파는 길거리 음식을 볼리비아 사람들과 나눠먹는다. 오늘은 별로 선글라스를 낀 관광객이 되고 싶지 않다. 옆에 사람에게 이상한 스페인어를 열심히 구사하면 그곳 현지 사람들과 그런대로 으며 함께 식사 시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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