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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Dec 31. 2022

새해가 오잖아

2022년을 정리하며.

책방을 둘러싼 밤가시 마을에는 사라지는 공간도 새롭게 생겨나는 공간도 많다. 그 공간들 뒤에는 홀로 고군분투하는 자영업자들이 있다. 올 한 해 책방도 나도 망해서 사라지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았다. 낮에는 웃는 낯을 하고, 늦은 밤에는 구인구직 사이트를 검색하는 날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제법 잘 버텨냈다.


좌충우돌하는 나와 달리 책방은 흔들림없이 그자리에 있다. 보잘것 없는 작은 공간을 좋아해 주는 작업인들은 잊지 않고 책방을 찾아와 주었고, 진주, 영월, 동해, 봉화, 대구 등 먼 지역에서도 늘 책주문을 해주는 고마운 이들이 있었다. 매일 글방을 통해 서로 의지되는 글벗들을 많이 만났다. 책방에서 다채로운 모임을 열어 주는 파트너들과 미지, 박연준, 김완, 홍승은, 이태형, 최백규 등 작은 책방을 아끼는 작가님들은 흔들림없는 기둥이 되어 주었다. 매월 자신들의 작품을 기꺼이 내어주어 전시를 열어준 작가님들과 도빈, 콩, 로미, 그린님 등 꿈지기들도 책방을 생각하면 고마운 마음만 남는다. 작업실 슬로건처럼  모두가 곁을 지켜준 덕분에  올해도 책방은 살아 남은 것이다. 나는 이들에게서 좀 더 다정해 지는 방법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어느덧 4년차가 되는 책방 그리고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이 새로운 옷을 갈아 입는 시기이다. 책방 본연의 일은 역시 책을 읽고 소개하는 일이다. 시스템의 비호를 받으며 주목을 받는 책에는 책방지기의 역할이 필요치 않다. 하지만 그늘에 가려진 좋은 책을 찾아 조명을 비추고 독자와 연결시키는 일은 책방지기에게 가장 큰 보람과 의미를 가져다 준다. 내년부터는 그 무엇에도 조바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 만큼 진심을 다해 책을 읽고 소개해야겠다. 지금보다 부지런히 공간을 가꾸고 누구나 편안하게 머무르고, 안전하다는 기분을 느끼며 춤추듯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곳으로 유지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여유가 될 때 조금씩 커피와 빵을 공부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를 너의 작업실 두번째 공간을 거북이 걸음으로 준비하고 싶다.


누군가 내게 이런 조언을 했다. "너의 작업실은 생존을 증명했으니 이제는 깊이를 증명할 때"라고.  그 말에도 공감하지만 여전히 내 앞에는 생존이라는 문제가 현재 진행형이고, 문 턱이 낮은 공간을 만드는 일을 우선순위에 둔다.  온통 지켜야할 것들 투성이인 세상 밖 규칙을 잊고 책방에서 만큼은 조금이나마 자유로워 지기를 바란다.  동시에 나는 책방을 통해 어제보다 한뼘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

코비 야마다 글, 찰스 산토소 그림, 김여진 옮김, <나의 아기 오리에게> 중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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