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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Jan 05. 2023

하고 싶은 거 다해.

2023년 계획

오직 나에게만 엉덩이 춤을 보여주는 홍님, 오직 나에게만 뽀얀 뱃살을 보여주는 달님이, 오직 두 집사에게만 등을 쓰다듬을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밤톨이.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이들을 제일 앞에 놓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그동안 채워지지 않는 내면의 허기짐을 자꾸만 밖에서 찾으려고 애쓰며 살았던 것 같다. (포켓몬을 잡는 것도 아닌데....) 소중한 것들을 자꾸 들여다보며 사는 것이 나를 돌보는 일임을 무수한 기웃거림 뒤에야 깨달았다. 구석구석 쌓인 집안의 먼지를 닦고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미련없이 내다 버릴 것이다. 적어도 일주일에 두어 번 밥솥에 흰 밥을 짓고, 평일에는 한 시간씩 나는솔로나 솔로지옥을 보며 실내 자전거를 타야지. (계획은 거창하게 세우는 것보다는 실현 가능한 것이 좋지 않겠냐며 소극적으로 정해 본다.)

지난 여름 밤톨이에게 츄르를 먹이는 복숭아 홍님

여기에 더해 자신을 포장하지 말자고 괴롭히지 말자고 다짐한다. 자신의 욕망을 자주 들여다 보고 의견을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탕수육이 먹고 싶으면 탕수육이 먹고 싶다고 외쳐야지.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니 좋은 책방지기, 좋은 사람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행동은 2022년과 함께 쿨하게 떠나보내자. 대신에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고 심심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발표공포증으로 사람들 앞에서 벌벌 떠는 일을 더는 부끄러워하지 말고 그냥 망가져야지. 글도 지금 보다 더 솔직하게, 자유롭게 써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벌써 입꼬리가 스윽 올라간다.


지난해 책방에서는 꾸역꾸역 소화해야 했던 일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그중 하나는 역시 '지원사업'이다. 비효율적이게 일하는 방식에 대해 해야 할 말을 참고, 혹시 잘못되어 예산을 환수하는 일이 생기지는 않을는지 불안해하고, 기획자들의 시간을 가볍게 여기는 기관을 보며 혼자 속 끓이기도 했다. (물론 좋은 기관도 많다) 이를 통해 내가 즐겁게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을 분리할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 부당하거나 하기 싫은 일로부터 더 적극적으로 멀어져야 한다.


절약되는 시간에  책을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고, 책방 지출과 수입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그동안 한 번도 책방 살림을 숫자로 기록해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월 1회 수입지출 보고서를 만들어 봐야겠다. (하.... 벌써 머리가 아프다..) 이 부분을 제외하면 지금보다 더 나태해도 좋겠다. 어느 날 갑자기 책방 문을 열어둔 채로 손님을 꼬셔서(?) 낮맥을 하러 가는 과감함도 보여줘야겠다. 자본의 논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해 존재하는 서점이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전국적으로 명성을 얻어 찾아오는 이가 많은 서점이기를 바라는 얄궂은 마음을 품은 채로 책방 문을 끈질기게 열고 닫을 것이다. SNS에 집착할 것인지 내버려 둘 것인지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너무나 어려운 결정 아닌가!)




귀촌할 지역을 조사하는 일은 가늘게 이어갈 것이다. 최근 여행했던 지역에 대한 인상이 그리 좋지는 않아 이제는 양주, 양평 등 가까운 곳을 구석구석 찾아가 보기로 했다. 홍님 퇴직 후 우리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곳, 책방 친구들이 놀러 와서 머물 다 갈 수 있는 '희망리'를 찾기 위해 적어도 여섯 번 이상은 어디론가 탐방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책방을 지켜주는 친구 은님 가족들이 운영하는 '낭안트레'와 행님 동생이 운영하는 '무무림'  도  가볼 참이다. 두 곳은 서로 멀지 않은 곳 제주 애월에 있다.  이렇게 적어 놓고 보니 나는 언제나 새롭고 재미난 것, 엉뚱한 것,  여기가 아닌 저기를 꿈꾸는 것 같다. 심심하거나 심란할 때 내가 사주를 보러 가는 금릉점집 팔도명산암 쓰앵님은 내게 올해 뭘 해도 다 잘 될 거니까 하고 싶은 건 다 감당해보라고 말씀 하셨다. 2023년 꼭 붙잡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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