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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Feb 15. 2024

2024년 너의 작업실

요즘 바쁘다는 핑계로 책방 친구들에게 자주 인사를 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너의 작업실을 꾸려가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탱, 뭘 해도 어설픈 구멍탱, 뜻밖에 스콘을 잘 굽는 스콘탱, 책방 해서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탱 이 모든 탱입니다. 손님이 오지 않는 한가로운 시간 올해 너의 작업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세 가지 줄기로 정리해 보았어요. 올해도 작업실을 아껴주시고 찾아주실 분들께 약간의 참고가 된다면 하는 바람을 담아 적어 봅니다.


저는 책방을 하기 이전에는 강원도 산골 마을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늘 첫 번째 순서에 두는 철암도서관 김동찬 관장님으로부터 책방을 하고 난 후부터는  <죽은 자의 집청소>를 쓰시고 지금도 현장에서 특수청소부로 땀 흘려 일하시는 김완 작가님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돌보는 존재'여야 한다는 걸 보여주시는 두 분의 삶을 조용히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은 책방을 이어가는 힘의 근원이기도 한데요. 물리적이든 정서적이든 고립되고 갇히기 쉬운 세상에서 책을 통해 생각의 문을 열고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시간이 삶을 지탱하는데 생각보다 큰 힘을 준다고 믿어요.


[ 1. 그래서 올해도 책을 앞에 두고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모임을 꾸준히 열게요 ]

맑은 날도 흐린 날도 읽기와 쓰기 모임을 꾸준히 이어주신 덕분에 손님들로부터 책방에 미지의 세계가 있다는 말을 듣게 해 주시는 미지작가님, 매회 모임을 통해 환대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보여주시며 고전과 낭독의 묘미를 일깨워 주시는 집시님,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일요일의 책방을 환하고 알차게 열어주시는 은하수 선생님, 누구에게나 다정한 타로 책방을 열고 싶다는 큰 눈을 가진 푸징님, 그림책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려 깊은 숨님 등 책방과 신뢰관계가 있는 분들 그리고 먼저 손 내밀어 주실  분들과  함께 올해도 재미있고 유익한 모임, 세상 어디에도 없는 모임을 계속해 나갈게요. 모임 공지를 눈여겨보셨다가 나와 관심사가 맞는 모임이다 싶으실 때 참여하셔서 크고 작은 목소리 들려주세요.


[ 2. 협업을 통한 다양한 행사와 북토크와 전시가 열려요 ]

연차가 쌓이며 책방에 협업 기회가 점차 늘어나고 있어요. 봄날의 책과는 좋은 시를 소개하는 일을 이어가자는 의미를 담아 만든 '이어가는 북토크'가 상반기 내내 어쩌면 1년 내내 진행될 예정이고요. 위즈덤하우스와는 통통 튀는 이 시대의 작가님들과 함께 하는 '게릴라성 북토크'가, 고래뱃속, 길벗어린이와는 '그림책을 소개하는 모임과 전시'가 계획되어 있어요.  손 잡아주시는 출판사들과 협업을 더욱 강화해 볼 예정인데요. 하나의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의미와 재미'가 있다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시도해 볼 거예요. 얼마 전 한 기획사로부터 연락을 받아 4월엔 특별한 북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라는 소식도 조심스레 전해봅니다.


이밖에도 김연수, 고명재, 홍은전, 이상희 작가님과 이상희 작가님의 반려자 두석님등 책방이 다섯 살이 되는 사이 북토크 행사로 함께 해 주셨던 작가님들을 다시 초대해 서로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고요. 고양,  파주시에 정주하는 예술인들과 함께 누구나 차별 없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자리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만들어 볼게요. 팬이 좋아하는 작가를 호명하면 서점이 팬심을 잇는 다리가 되고 작가가 응답하는  팬심 북토크 또한 계속될 예정이라 적어도 한 달에 두 번 이상 북토크 행사가 열릴 것 같아요. 팬심 북토크는 생각보다 반응이 뜨거워 3월에는  <사랑에 따라온 의혹들>의 신성아 작가님과 <듣는, 사람> 박연준 작가님, 4월은 <순간을 잡아두는 방법> 오수영 작가님까지 이미 스케줄이 잡혀있답니다.


[ 3. 지금보다 더 친근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

어느덧 책방이 둥지를 옮긴 지 6개월이 지났고 그 사이 늘어났던 손목 인대가 회복되고 처음으로 근로계약서를 쓰며 도현님, 하늘작가님을 식구로 맞이하며 어깨가 무거우면서 동시에 마음이 든든해지는 경험도 하였어요. '손님들에게 너의 작업실이 편안한 공간일까?' 매 순간 질문하는데요. 아직은 그렇다고 답 하기엔 부족함이 있는 듯해요. 저도 손님들도 서로를 배려하느라 조심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지금보다 더 만만하고 헐렁한 책방 주인이 있는 곳, 언제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동아리방 같은 공간되고 싶어요. 주인과 손님의 경계가 명확한 공간이 아니라 머무는 사람 누구나 주인인, 민주적이고 문턱 없는, 매일매일 오고 싶은 공간이요. 어떻게 하면 저녁시간까지 열린 공간이 될 수 있을까를 계속 고민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 때는 도도하고 근사해 보이는 공간을 동경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이번 생은 츤데레 같은 책방과 책방 지기가 되긴 틀렸어요. 오늘 출근길에도 신호등 앞에서 비를 맞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다가가 "어디까지 가세요?" 라며 우산 같이 쓰자고 질척거렸거든요. 하는 수 없이 생긴대로 다가갈게요.


일하다가 배고프실 때 오셔서 물으시면 동네 맛집도 알려드려요. 한 시간가량이라면 일하다가 나가셔 식사를 챙기시고 오셔도 좋아요. 커피를 매일같이 맛있게 내리고,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엉덩이가 시리지 않으시도록 신경 쓸게요. 생각의 회로가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불이 '탁' 켜지는 보물 같은 책들도 부지런히 찾아 서가에 비치해 둘게요.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느라 넘어지고 일어서길 반복하는 작업인의 등을 살금살금 밀게요.  너의 작업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당신의 작업실' , 2024년에도 우리 나란히 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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