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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님 Jan 07. 2023

프롤로그

본격적으로 책방 주인의 돈타령을 시작합니다.

부지런히 책을 읽고, 손님들에게 꼭 필요한 책을 소개하는, 소설 속에 등장하는 듯한 품위 넘치는 책방 주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책방을 개업하고 3년이 지난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우아함과는 거리가 먼데다 당최 신뢰가 가지 않는 헐렁하고 찌질한 책방 주인이 되어있습니다. 책 한 권 팔아 얼마가 남는지 아냐?, 오늘은 손님이 없어서 만원도 못 벌었다는 등 자신도 모르게 주변사람들에게 돈타령을 하는 민망하기 그지없는 현실만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책이 많이 팔렸다느니 안 팔린다느니 이런 얘기하는 책방 주인은 멋이 없는데 말이에요. 가난마저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 초연한 마음을 유지하는 삶은 아마도 제 것이 아닌가 봅니다. 스스로 변호를 좀 하자면 언제 망해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우아하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


책방지기라는 직업이 마냥 좋고 적성과도 잘 맞는데 꼬질꼬질한 현실은 어디에 숨겨야 할까요. 어느 날 번뜩 내 머릿속을 채우는 '돈' 생각을 긁어모아 어딘가에 내다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비우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실컷'떠들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지요. '이왕 돈타령을 할꺼라면 조금 더 생산적으로 해볼까? 동네 책방에 대한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책방 주인의 주머니 사정이 궁금할 수도 있잖아? 통장 잔고를 오픈해볼까? 여태껏 본적 없었던 솔직한 글을 써보자!' 네, 지금부터 본격적으로 책방 주인의 '돈타령'을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너무 속물적으로 보여도 실망하고 떠나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책방주인도 어쩔 수 없는 자영업자인걸요.


어릴 때 쫄깃한 가난을 경험해 본 기억이 있습니다. 다시 카드 돌려 막기를 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얄미운 반려인으로부터 경제적 독립도 하고 싶고요. 시골에 혼자 살고 계신 어머니가 필요한 것이 생기면 사드리고 용돈도 넉넉하게 드리고 싶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반려인 또는 책방 친구들과 따뜻한 조명이 있는 식당에서 외식도 해야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기분전환으로 한 번씩 옷도 사 입어야 하고요. 아이고. 쓰고 보니 돈을 진짜 많이 벌어야겠군요.




2019년 4월 20일 개업, 일산에 소재한 독립서점 너의 작업실은 망하지 않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 과정이 순탄했느냐고요? 일과 삶의 균형을 지키겠다며 13시부터 19시까지, 하루 여섯 시간 근무원칙은 잘 지켰습니다. 하지만 휴일은 다소 불규칙하고 주말에도 출근,  행사로 늦게 귀가하는 일도 잦아졌습니다. 손님이 찾아오지 않는 날이면 '이러다 다음 달에 망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을 달고 다녀야 했습니다. 책만 팔아 생존할 수 없음을 빠르게 깨닫고 무엇이든 돈을 벌 수 있다면 닥치는 대로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자연스레 책방에 출근해 책을 읽고 고르는 시간보다 잡무를 처리하는 시간들이 늘어났습니다. 겉보기엔 헐렁하고 편안해 보여도 보이지 않게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던 것이지요.


저는 월급이 따박따박 나오는(부푼 꿈을 가지고 매수했으나 - 향해 가는 주식을 가진) 남편도 있고, 대출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보다  근사한 책방을 열어보고자 하는 불타오르는 야망도 있습니다. 언젠가 저도 작고 소중한 지금의 책방을 딛고 넓고 쾌적한 책방을 가진 근사한 책방주인이 되는 날이  거라 믿숩니다만, 그 전에   벗은(?), 꽤나 질척거리는 책방 주인의 이야기를 풀어야겠습니다. 조금   꿈을 보탠다면,  글을 읽고 동네책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  많아 지기를 바랍니다. 좌충우돌 데굴데굴 구르는 이야기를 따라 읽으며 동네책방들을 마음으로 응원해 주세요. , 너의 작업실이 응원의 힘으로 여기까지 왔음에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응원하는 마음으로  사주는 것은 10% 까지만 용인할게요. 나머지 90% 저도 책방에 오시는 모든 분들께  무엇으로든 도움이 되고 싶고, 스스로의 힘으로 튼튼한 뿌리를 뻗어가는 책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야망탱은 동네에 저런 가게가 생기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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