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을 같은 직장인 D의과대학에서 동고동락 한 P교수님이 지난해 정년하셨다.
딱 6살 후배인 내 정년도 여섯 해 남았다.
6년 전을 돌아보면 엊그제 같으니, 정말 순식간에 그날이 올 것이다.
정년 후 '뭐 하며 살지?' 살짝 걱정이 된다.
'운 없으면' 백세까지 살 거라는데 연금만 받고 살 성격은 아닌 듯하고.
나흘 전 같은 아파트 이웃 동에 오순도순 사시는 부모님 댁을 찾았다.
돼지고기 숭숭 썰어 팔팔 끓인 울 엄니의 김치찌개는 언제나처럼 꿀맛이다.
식사 끝 자락, 이런저런 대화가 이어졌다.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몇 세까지 사셨죠?"
"90까지 사셨지. 당시로는 장수하신 셈이다"
"아버진 지금 건강 상태시라면 100세도 넘으실 거예요"
".. 감사하게도 비교적 건강하구나. 돌아가신 네 할아버지가 90세까지 사셨으니 나는 95세까지, 앞으로 6년쯤 더 살지 않을까 싶구나. 욕심 같지만..."
디저트로 까먹던 귤이 목에 칵, 걸릴 뻔했다.
6년 후 퇴직을 걱정하는 나와, 6년쯤 남았을 생을 감사하는 울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