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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다시 싱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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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no Nov 09. 2023

13. 기혼? 미혼?

왜 선택지가 두 개 밖에 없지??

다시 싱글의 삶으로 돌아오면서 

이전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이제는 무척이나 거슬리는 질문이 있다.


이 질문은 상당히 광범위하게 일상에서 꽤 자주 만나는데

병원이나 가족관계를 꼭 적어야 하는 설문에서는 그러려니 한다.

조금 의아하기도 하면서

현재 상태를 말하자면 '기혼'은 확실히 아니니까 그럼 '미혼'으로 적어야 하나 보면 

미혼의 '미()'는 '아직 아닌'이라는 뜻으로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未婚   미혼

    아직 결혼(結婚) 하지 아니함.  

흠...

아직 결혼을 안 한 것이 아니라

나는 이미 오래전에 결혼을 했다가 이혼을 한 것이고

그렇다고 또 다음의 결혼을 염두에 두면서 그걸 기준으로 아직 결혼을 안 한 상태라고 스스로를 '미혼'이라고 정의를 해야 하나? 


그러니 사회는 '결혼'이라는 것을 마치 언젠가 사람이 죽는 것과 같은 기정사실로 정해놓고 그 기정사실에  Yes 이냐 No이냐를 고르라는 것이다.


간혹 가다 설문설계자가 선택지를 이렇게 만든 경우도 가끔 본다

- 기혼

- 미혼

- 이혼


음..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상관이냐고?

내가 오늘 만난 이 설문지는 장시간 오피스근무를 하는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근골격계 이상확인을 위한 설문이었다. 근골격계가 내가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이혼을 했든 크게 달라지는가??


병원에서도 임신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을

"임신의 가능성이 있으신가요?"라고 묻기보다

"결혼하셨나요로 물어본다?"


의도는 알지만 

왜 의사가 나의 결혼여부가 궁금한데?

왜 내가 결혼을 안 했으면 나한테 데이트신청이라도 하려고??? 이런 의도가 아니라면

정확히 과학적으로 "임신의 가능성이 있습니까"로 물어야 하지 않는가?


요즘시대에 결혼을 했다고 해서 임신의 가능성이 다 있는 것도 아니고

결혼을 안 했다고 임신의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제 이런 표현은 좀... 


아무튼 나는 그 근골격계 설문을 설계한 사람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다.

" 제가 궁금한 점이 ‘근골격계질환 증상조사’에서 결혼의 여부가 정말 필요한 질문인지 조금 의아했습니다.

많은 서베이에서 당연히 들어가는 내용이라 별 것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결혼의 여부가 사실 개인정보이기도 하고,

내과질환이라면 조금은 연관이 있어 보이기도 하는데

단순히 결혼의 여부가 근골격계질환과 관련이 있어 보이질 않습니다."


답변은 이러하다

"가정생활 시 아이 돌봄 및 가사 등을 조사하는 질문이 있는데, 거기에서 데이터의 신빙성을 파악하기 위함입니다"


흠.. 그러면

이혼을 하고 나서 아이를 돌보고 가사노동을 하는 사람은 어디에 속하는지?

결혼을 여부와 상관없이 가사노동이라는 것은 누구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각은 이메일로 보내지는 않았다.

피곤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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