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회사 생활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음 한 편에는 '나는 저들과 달라'라는 어리석은 생각이 항상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권위와 우월의식 말이다. 그러나 다른 뛰어난 사람 앞에서는 반대로 주눅이 들고 움츠러들었다. 강자 앞에서 약했고 약자 앞에서는 강했다. 비굴했던 것이다. 마음속에 우월함과 권위의식이 생길 때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되고 배움의 기회마저 잃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일이든 사람과 사람이 하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했었다. '나 때는 말이야' 마인드는 꼰대, 고립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주변 사람들과 경쟁구도를 만들어 우위에 설려고 했던 자신을 반성하게 된다. 그렇지 않았다면 더 괜찮은, 덜 팍팍한 회사생활이 되었을 것 같기도 하다. 성별, 일의 종류, 직업 등에 점수를 매기는 짓을 했다. 질 좋은 일과 하찮은 일이 존재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사무직도, 현장직도, 주유소 아르바이트생도, 미화원도 다 살아가기 버겁고 각자 자리에서 고군분투 중이라는 걸 어렴풋이라도 알 것 같다. 그래서 어떤 직업을 가졌든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무수히 많은 다른 일을 해보기 전에는 그 일의 중요도와 소중함, 일의 강도 등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잘난 맛에 살 경우 인생의 일부 구간은 빨리 통과할 지라도 결코 멀리 가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불완전한 존재이므로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움에 열려있는 자세가 끝에는 큰 차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 믿는다.
"자네는 너무 눈과 귀를 닫고 있어. 많이 보고 많이 듣고, 그리고 그것들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중요해. 스스로 후배나 선배들 얘기를 잘 듣는지 한 번 생각해봐. 조직이라는 건 잘 어우러진 샐러드 같아야 해."
"권위의식, 자존심 다 내려놓고 모르는 게 있으면 가르쳐 달라고 했어. 알고 있던 것도 확신이 없으면 찾아가서 가르쳐달라고 했고. 그러니까 신기하게 다들 열심히 알려주더라고. 자기들이 공부해서라도 도와주려고 해. 본인들이 공부하고 가르치기까지 하면 그 지식은 완전히 자기 게 되는 거잖아. 그러다 보면 업무 효율도 올라가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람이냐, 남들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냐, 이 둘의 차이는 엄청난 거야. 배우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 그런데 자기가 우월하다고 믿는 사람은 스스로를 더 고립시킬 뿐이야. 결국 혼자만 남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