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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Oct 20. 2015

클라이언트가 바라는
에이전트 기본기

클라이언트도 이제는 말하고싶다

클라이언트를 비판하는 훌륭한 광고 에이전트의

국내외 글들을 꽤 보았다.

무엇을 말하려는지 모르겠다는 브리프,

시도 때도 없이 바뀐다는 디렉션이 그 핵심이다.

사실, 나름 10여년간 클라이언트의 위치에서 일해온

나조차도 상당히 공감하는바이다.


때로는 나의 무지로 인해,

가끔은 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상사나 회사의 방향에 의해

나조차도 이해할 수없는 요구를 했던 경험이

내 기억에도 있다.


그러나, 과연 모든 문제는 클라이언트에게 있는 것일까?

과연 에이전트들은 모두 훌륭하기만 할까?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바를 진심으로

이해하려고 하긴 하나?


그래서 생각했다.

나보다 스펙도 좋고, 경험도 많았을 그분들께

클라이언트의 이야기를 작게나마 감히 해보고 싶다.


우선 그동안 가장 말씀드리고 싶었던,

아주 사소할 수 있지만 중요하다고 느끼는  

세가지만 적어본다.


1. 약속 시간 늦는다고 미리 알려주기

아주 기본 사항 같겠지만, 의외로 행하지않는 분들이 많았다.

정시 약속을 지키는 것이 우선 기본이겠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때때로 늦을 수 있다.

보통 약속 시간 30분 전부터는

본인이 얼마나 늦을지 감이 오게 마련인데,

약속시간이 지나서도 늦는다는 연락을 안하시는 분들이 꽤 있었다.

오고 계시긴 한건지, 약속 시간이 지나 전화를 드리면

그제서야 거의 다 왔고, 죄송하다는 형식적인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내 경험에 한정하여 일반화하긴 어렵겠지만

상당부분 남자AE 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남자들은 일반적으로 연애할 때도

여자친구에게 미리 늦는다는 연락을 잘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충격이었다.

우리가 지금 연애하는 중인가?

우리는 지금 작게는 수천만원

크게는 수십억이 넘는 프로젝트를 얘기하고 있는데

5분 10분 늦는다는 문자나 톡을 보내는 것이 왜 어려운가



2. 클라이언트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기

본인이 꽤 휼륭한 AE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서

자주 발견된 현상이다.

'척' 하면 '착'하고 알아듣는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싶은 그분들.

그곳에 함정이 있는 것 같다.

아직 내 말이 다 끝나지 않았는데 모두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이미 모든 것을 파악했고, 무엇을 해야할지도 안다는 확신에 차서 돌아간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은

전혀 상상치 못한 엉뚱한 결과물들이다.

가끔은 클라이언트가 두서없이 장황하게 말을 해대도

부디, 이미 본인은 다 안다는 섣부른 판단은 하지 마시고,

일단 끝까지 들어주시면 좋겠다.

그리고는 본인이 이해한바가 맞는지,

Action Item 은 무엇인지 그자리에서 확인 까지 하신다면

더이상 말이 필요없어진다!



3. 불분명한 브리프, 당황하지 말고 질문하기

원하는바를 정확히 모르겠는 브리프! 나도 써봤다.

이부분은 달리 할말이 없고, 내가봐도 창피한 브리프들도 꽤 있다.

그런데 더욱 당황했던 것은 이 브리프를 보고 질문을 하지 않은채,

1차 결과물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었다.


훌륭한 AE 들과의 브리핑 미팅은 언제나

창피한 브리프에서 출발했을지언정, 우리는 무엇을 얻고자하는지,

무엇을 창작해야하는지를 구체화해나가는 보람있는 과정이었다.

그런데 이런 과정없이 어떻게 클라이언트도 자신없어한

브리프만 보고, 결과물을 가져오셨는지 신기할 따름이다.

클라이언트의 실체인 '회사'를 본인이 더 잘 알고있다는 자부심,

본인들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해도 기발하게 먹힐 것이라는 자만심등이 깔려있지 않았나싶다.

가끔은 허를 찌르는 질문이 오히려 에이전트를 더 빛나게 한다는 것을 아시면 좋을 것 같다.


참고로, 미국의 Top 에이전시들은 앞서 말한

브리핑 과정을 통해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브리프를 다시 작성하고, 클라이언트에게도 재확인을

받기도 하는데, 다 이유가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위 세가지외에도

클라이언트는 늘 에이전트에게 불가능한 그 이상을 바라기마련이다.

하지만 사람사이 하는 모든일이 그렇듯이

기본에 충실하는 것이야말로

서로간의 신뢰를 쌓고, 흔히 말하는 갑을 관계가 아닌

Partner 로 함께 일하는 기반을 다지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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