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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아한 술꾼 Jan 01. 2016

반짝 반짝 빛나는

허세, 그 후 이야기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대박나세요."...

새해를 맞아 고마운 인사를 많이 주고받았다.

예전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인사드리는 것이 혹여나 성의 없어 보일까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나마 이렇게라도 잘 챙기지 못한 여러 해를  보낸 터라  어제는 특히나

몇몇 가까운 분들께 인사를 챙겼다.


안부를 주고받고 덕담을 받는 중에 문득 한마디가 내 가슴속으로 훅 들어왔다.

"찬란한 2016년 되길 기원한다."

찬란한 2016

자주 쓰는 표현은 아닌데 마음에 들었다.

찬란하다, 찬란하다... 부족한 어휘력으로 인해 사전적 의미를 우선 찾아봤다


찬란하다
「1」빛이 번쩍거리거나 수많은 불빛이 빛나는 상태이다. 또는 그 빛이 매우 밝고 강렬하다.
「2」빛깔이나 모양 따위가 매우 화려하고 아름답다.
「3」일이나 이상(理想) 따위가 매우 훌륭하다.
「4」감정 따위가 매우 즐겁고 밝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한눈에 봤을 때 받은 느낌은 '반짝반짝  빛나는'이라는 의미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2016년이라... 내가 원하고 만들고 싶은 그런 이미지였나보다.

그러면 이쯤에서 또 생각을 안 해볼 수 없다.

'나는, 나의 해는 어떻게 빛이 날 수 있을까'

빛이 꼭 나야하나 라는 이제 답 없는 철학 아닌 철학적인 질문은 집어치우고,  

사실상 반백수 잉여 놀이에 빠진 지금 어떻게 찬란한 시간들을 만들 수 있을까라는 실질적인 문제를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미 여러 번 생각했듯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 먹고 여행하고 이야기 나누고' 이 부분은 변함없는 필수적인 요건이다.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가 늘 우리들의 핑계인대 돈은 여전히 없지만 시간적인 부분은

자체적으로 해결했으니 가능한 더 많이 사랑하는 가족과 연인과 친구와 시간을 함께 보낼 것이다.

그 안에서 내 얼굴은 빛이 날 것이다. 피부색이 칙칙하고 거친 것과는 별개로 눈동자에서부터 반짝반짝 빛이 날 테고 그 빛은 내 얼굴, 온몸,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비칠 것이다.


사랑을 이쯤으로 해결하고 나면 '성취감, 존재감' 등이  그다음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드니로 할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덕분에 알았다. 프로이드가 이런 명언을 했단다.

Love and work, work and love. That’s all there is.

프로이드는 어떤 의미로 말했는지 그 배경은 모르겠으나 지금의 내 생각과는 맞아떨어진다.


단순히 월급을 위한 일이 아니라 보람을 느끼고,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그 '일'은 과연 무엇일까.

어떤 일을 했을 때 나는 즐거웠나. 즐겁기도 하고 보람도 있었던 일이 있었나? 일은 별로였지만 보너스를 많이 받았을 때 성취감을 느꼈었나?

조금 전에도 새해 인사를 나눈 친구 두 명이나 본인들의 창업에 대한 열정이나 투자 상황 등을 살짝 공유해주었다. 그 두 사람은 반짝 거릴 것만 같았다. 그렇다고 나에게 창업이 답은 아닐 것이다.

전부터 생각했었지만 수줍어서 누구에게도 표현해보지 못한 생각이 있다.

거창하게 표현하면 세상을 바꾸고, 조금 작게 말하자면 사람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나는 그런 일을 하고 싶다. 애플이나 페이스북 창업자들은 기업인이지만, 즉 기업의 이윤을 추구하겠지만 결론적으로 세상을 바꿨다. 물론 그렇게 세상을 뒤흔들만한 업적을 남기겠다는 뜻은 아니다.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회사 안에 있을 때에도 나는 내가 맡은 작은 일이 여러 일들과 모여 세상에, 이 사회에 공헌되기를 바랐다. 일차적으로 회사에 돈을 벌어줘야 하고, 특히나 난 사람들이 돈을 쓰고 싶게 만들어야 했지만, 그들의 삶이 조금은 편해지기를 원했다. 웹사이트를 디자인했을 때는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사이트 안에서 물건을 사고 싶게 만들어야 했지만, 사람들이 조금 더 편하게 물건을 고르기를 원했다.

광고 영상물을 만들 때에는 사람들이 영상을 보고 막연하게나마 브랜드나 제품을 좋아하게 만들어야 했지만,

잠깐이라도 웃을 수 있기를 바랬다. 그러나 나의 이런 이상을 거대한 회사 안에서 펼치기에 내 역량이 부족했는지, 나도 이미 그런 열정을 잃었는지 상사의 지시사항 이행하기도 바빴고, 지시라는 것 자체를 받는 것이 토하고 싶을 정도로 지겨워졌다.

누구에게도 지시나 명령받지 않고 일하려면 결국 창업이 답인가? 아무 준비 없이 무슨 창업을 한단 말인가.

그래서 최근에 생각이 드는 것은 다음에 들어갈 회사를 찾아야 한다면 적어도 나의 가치관을 수용할 수 있는 문화를 갖춘 곳이라는 것이다. 올해, 2016년에 이런 회사를 찾아 다시 일을 시작한다면 내 안에서 다시 빛이 나지 않을까? 내가 빛나보이지 않을까?


그런데 아직은 회사를 찾기보다는 더 쉬고 싶고 더 놀고 싶다. 계속해서 놀면서 내 안에서 빛을 내려면 난 무엇을 해야 할까.

뻔하게 들리지만 독서와 운동을 언급안 할 수 없다.

쉬면서 의도적으로 독서를 해보니 내가 얼마나 그동안 자만했었는지 알게 되었다.

국사나 경제 분야는 워낙 나의 무지함을 잘 알고 있어서 일부러 찾아 읽었다.

하지만 내 일과 관련된 서적들은 "난 다 알아, 다 뻔한 것  정리했겠지"라는 황당한 어리석은 생각에 등한시했었다. 쉬고있다보니 일에 대한 감각이 떨어질까 두려워 트렌드 관련 책 몇 권 읽고 바로 깨달았다. 난 다 알지 못했다. 내가 얼마나 오만하고 타성에 젖어있었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운동은 건강을 위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고, 외모를 위해서도 해야 한다. 외모가 경쟁력인 것을 부정할 수없고,

나 또한 외모나 물질에 약한데 말해 무엇하랴.


여전히 명확한 답은 없다. 자원봉사라도 하면 빛이 날까 공허함을 달랠 수 있나 생각해보지만 내가 원하는 궁극적인 답은 아니다.

그러나 1월 1일 2016년 첫날 올해를 찬란하게 만들겠다는 나의 이 작은 결심으로도 행복한 기분이 든다. 답은 없지만 그 답에 한발 가까이 간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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