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3. 소비의 동인
토머스 하인 지음, 김종식 옮김
원서 2002, 번역서 2003
쇼핑의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인간 욕망의 9가지 얼굴
아이 둘을 낳고 나서 제일 어려웠던 역할 중 하나는 끝없이 무언가를 사야한다는 점이었다. 아이의 교육, 더 나은 생활이 아닌 '생존'에 관련된 물건. 그럼에도 아기 물건 시장은 생존이 아닌 욕망으로 둘어쌓여 있고, 이것은 쇼핑행위에 덜 시간, 노력을 쓰려는 내 태도를 방해했다.
<쇼핑의 유혹>은 쇼핑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9개의 키워드로 설명한 책이다. 이 중 두번째 키워드 '책임'을 읽으면서 이러한 역할에 대해 조금 신성한 기분을 갖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쇼핑을 책임지는 것은 여자다. 대부분의 가정의 재화 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어떻게 쇼핑을 해야 가족 구성원의 필요와 욕구에 균형을 맞출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된다. 인류학자 다니엘 밀러는 1994년부터 1년에 걸쳐 런던 북부에 거주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쇼핑 행태를 조사했다. 그의 목적은 지갑에 돈이 얼마 없지만 소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현실에서 전력을 기울여 쇼핑하는 행위를 연구하고 싶었다. 그리고 구매행위에 거대한 우주적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날 구매자들은 여사제의 모습에 가깝다. 다시 말해 쇼핑은 일종의 희생 제의다.'
아이 물건 쇼핑을 통해 가족의 안녕을 진두지휘하는 나는 사제의 역할을 부여받은 최고 책임자다. 그리고 다른 엄마들이 왜 '국민XX'을 장만했음을 자랑스러워 하고, 핫딜, 초특가 정보를 공유하며, 사용기를 SNS에 포스팅하는지 알 것 같았다. 엄마들은 돈을 쓰는 순간에도 '절약'이라는 개념을 잊지 않으려는 모순에 처해 있다. 절약의 마인드를 희생하여, 가족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더욱 조심하고 낭비하지 않으려 애쓴다. 이런 성스러운 책임에 대한 자신의 진지한 자세를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이어져 온 사제의 역할이었다.
이 책은 '책임' 외에도 쇼핑의 역할을 파워(쇼핑은 파워를 입증한다), 발견(타인들과 함께 하는 시장), 자기표현(바이오스피어의 발전), 심리적 불안(유행과 불확실성), 관심(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한 관심), 소속감(취향에 맞는 공동체를 만들다), 축하(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둔 크리스마스의 파워), 편의(쇼핑을 유발하는 감정)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쇼핑, 즉 구매행위는 가진 자원으로 최대의 만족을 얻기 위해 주어진 정보를 수치적으로 처리하는 행위가 아니다. 아무리 자원이 충분하지 않고, 정보가 부족하고, 나의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하더라도, 의미를 가진다면 - 이 의미가 바로 9가지의 키워드다 - 쇼핑은 그 자체로 신성하다.
김쌤의 소개글
소비를 설명하는 근사한 제목의 경제경영서가 많지만, 이 책의 내공에 미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쇼핑(소비)의 동기를 파워, 책임, 발견, 자기표현, 불안, 관심, 소속감, 축하, 편의 등 재미있는 키워드로 설명한다.
김쌤의 수업시간 코멘트
초기에 소비자행태론 과목 맡으시고 '인간이 왜 소비하는가' 에 관심이 많을 때 발견해서 읽은 책이다. 이 책에서 쇼핑의 동기를 9가지로 분석해주는데, 다른 마케팅서보다는 더 깊이 다뤘다고 느꼈다. 행태론으로 논문 쓰고 싶은데 주제가 잘 안 떠오를 때 읽어보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