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li record Nov 02. 2023

전설의 위스키, 사마롤리(Samaroli).

사마롤리는 이름을 남겼다.

위스키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고 싶다면 알아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위스키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이란 문장을 여러 번 쓸 수 있으며, 아마도 그렇다면 한 번쯤 맛볼 수 있기를 꿈꿀 것이다.


사마롤리는 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이라 불리는 제품 중 하나이다. 기존 스카치위스키의 무게감과 진지함을 좀 더 부드럽고 우아하게 재해석했다는 평가이다.


실바노 사마롤리(Silvano Samaroli 1939-2017).  전설적인 위스키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는 리비아의 뱅가시에서 태어나 공군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비행기를 타고 싶어 했다고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는지 그는 이탈리아의 주류판매점의 관리인으로 일을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2017년 그의 나이 77세로 사망하기 전까지 업계의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참으로 '인생이란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이 새삼스럽지 않다.


그는 1968년 29세에 최초의 독립병입자('당신의 위스키 취향이 지루해졌다면'편을 참고.)사마롤리(Samaroli Srl wine and spirits merchants)를 세웠다. 놀랍게도 이탈리아의 로마에서 시작된 이곳은 여느 업체들과 다름없이 처음에는 와인과 증류주를 수입하였다고 한다. 1970년 후반에 사마롤리 최초의 위스키 시리즈인 카덴헤드(dumpy Cadenhead)가 판매되었으며, 1980년대에는 냉각, 여과되지 않은 높은 도수의 캐스크 스트랭스(CS)를 판매하였다. 부드러운 블렌디드만이 출시되던 당시 이는 굉장한 모험이었을 거다.


'80년대부터 이후 10년은'사마롤리 르네상스'라고 불리기도 한다. 지금도 그때의 제품들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지만 당연하게도 구하는 것은 굉장히 힘들다. 전설이라 불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이다.


또한, 역대 최고의 보틀로 평가받고 있는 보모어 부케 1966, 라프로익 1967, 올드보틀에서는 압도적인 권위를 갖고 있는 위스키 평론가 세르지 발렌틴의 최고점인 98점을 받은 스프링뱅크 100 프루프. 참고로 그에게 98점을 받은 보틀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의 보틀은 사마롤리 3 대장이라 불리는 명작 중의 명작으로 꼽힌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금까지도 사마롤리는 명성과 운영을 유지해 오며 현재도 독립병입 싱글캐스크 제품에서부터 럼까지 여러 제품들을 출시하고 있지만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어찌 보면 당연하게도 과거의 사마롤리와 같은 맛과 향을 느끼기 힘들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그때의 보틀을 맛본 사람이 몇이나 될까. 비교하지 않아도 아쉽다는 증거가 아닐까. 그럼에도 여전히 그 이름에 열광하는 것은 왜일까.


당시 전설적인 사마롤리 위스키를 열망하는 마니아들은 많지만 현재 출시되는 제품으로는 많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아무리 고숙성이나 고가의 제품이라 해도 '90년대 이후의  제품들은 과거의 사마롤리와 비교대상자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누군가의 말을 빌려하자면 아예 다른 술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과연 죽기 전에 전설의 위스키를 한 잔 맛볼 기회가 있을 까. 언젠가 우리도 사마롤리의 이름을 가진 보틀은 몇 가지를 맛본 적이 있다. 그중 보틀들여온 것은 아일레이 블렌디드 2017과 아드모어 싱글몰트 2011이다.


아일레이 블렌디드 2017의 뚜껑을 먼저 땄는데, 맛보기 전에 평을 찾아보니 ‘99%의 라프로익과 1%의 비밀레시피.’라는 짧고 강한 평이 있었다.

그 1%가 꽤나 큰 역할을 하는 듯했는데 과거의 사마롤리는 아니지만 해당 제품도 나름 이름값을 하는 제품이라 하고 싶다.

무엇보다 라프로익을 좋아하다 보니 궁금하지 않을 수 있나.


뚜껑을 따던 날 히스 씨와 맛을 보고는 곧바로 테이스팅 노트를 적어뒀다.

뚜껑을 따자마자 이런 향이 난다고?

이름 때문이었던 건 지 기분 탓인지 그 한 잔은 아직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다시 맛본 한 잔.

처음의 첫사랑 같은 느낌은 온 데 간 데 없고 뭔가 아쉽기만 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심각한 얼굴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아무리 생각해도 같은 보틀이다.


상쾌한 느낌은 그대로였지만 굉장히 향이 많이 날라간 느낌이었다. 첫 잔의 감동은 끝났다.


아쉬운 마음을 떠나 안타까운 마음에 단골바에 가져가 하이볼로 부탁을 했다. 사마롤리로 하이볼이라니 이게 웬 사치인가.


바텐더는 한 잔 맛보고는 비터를 섞어서 하이볼을 만들었다. 여태 맛봤던 하이볼 중 최고였다.


어찌 되었든 소개되는 평가가 굉장히 잘 표현된 문장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마롤리는 사마롤리다.

말들이 많은 지금의 보틀로 과거의 그 전설의 사마롤리는 과연 어떤 맛이었는지 상상해 다.


첫 잔도 하이볼의 맛도 되새겨 보면 아쉽고 그리운 기분이 드는데 이걸 감질난다라고 해야 할까. 어느 유럽의 유명 호텔에서 작고 달달한 아주 맛있는 디저트 케이크를 하나 먹고 나서의 느낌과 비슷할 수 있겠다.


그리고 지난여름, 아드모어 싱글몰트 2011을 땄다.

이 날은 나와 띠동갑인 우리 집 막둥이의 입대를 앞둔 날이었다. 동생아 누나덕에 이렇게 좋은 술도 마셔보는 줄 알아라.


아 그러고 보니 내가 취해서 그날도 생색을 좀 냈었다. 안 그래도 요즘 나보다 어린 친구들과 술 마시는 일이 늘었는데 술주정도 같이 늘어가는 듯하다. 내가 그렇게 싫어하고 욕을 해댔던 그런 나이만 많은 주정뱅이가 될까 두렵다.


아무튼 그 귀한 한 병을 한 자리에서 모두 비웠다.

원래 이런 술은 노트와 펜을 옆에 두고 향을 천천히 음미해 가면서 홀짝홀짝 마셔야 하는 건데-라는 생각이 스치지기분 좋게 동생에게 한 잔 가득 따라주며 함께 마셨던 그날이 훨씬 즐거웠다.


그래 술은 마시라고 있는 거지.

아 그래도 바이알 하나쯤은 담아둘 걸 그랬나.


놀랍게도 우리 집에 사마롤리 생전에 만들어진 위스키가 한 병 고이 모셔져 있다.  뚜껑 따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쓰려오는 걸 어쩌겠나. 죽기 전에는 따볼 수 있겠지.


현행보틀은 과거의 것에 비교할 수 없다고 하니 과연 어떤 맛일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래도 여태 맛본 것들로 어느 정도 사마롤리의 대한 에 따른 향을 느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섬세한 느낌이었고 분명 그들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있음에 확신하면서도 무언가 부족하다는 느낌 또한 지울 수가 없다. 작지만 짙은 아쉬움에 더 열망하게 되는 듯하다. 


비록 전설의 사마롤리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그 맛을 나름대로 상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값진 경험이라 생각한다. 아무튼 사마롤리는 그 이름답게 여러모로 우리를 환장하게 만든다.


달리레코드 @dali.record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